대부분의 바둑 관계자는 이번 대회의 결과를 ‘3승 2패’라고 내다봤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거니와 3승 앞에 이창호 이름이 쓰여질 것이라는 예측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6단은 과감한 공격과 적절한 승부수를 구사하며 돌부처 이 9단의 평정심을 무너뜨렸고 이 9단은 그답지 않은 실수를 연발했다. 5번기로 치러지는 세계대회 결승에서 이 9단이 한번도 진 적이 없었기에 이 6단의 우승으로 세계 바둑계의 판도가 ‘돌부처 이 9단’의 1인 시대에서 ‘이창호-이세돌’ 양강시대, 나아가 ‘쎈돌 이 6단의 시대’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런데 이 6단은 인터뷰에서 엉뚱한 말을 했다. “2년 전 이 9단과 같은 기전의 결승전(이 6단이 2대 3으로 역전패)에서 대결했을 때보다 수읽기나 감각은 오히려 나빴다. 이번엔 운이 좋았다.” 그는 속시원하게 우승 비결을 내비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또 다른 말 속에 정답이 있었다. “요즘 하도 (여러 기사에게) 당하다 보니 내 스타일대로 두지 못하고 자제하는 편이다.”
2년 전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실력이 아니라 국면을 운영하는 신중함이었다. 그는 1인자가 되기 위해선 뛰어난 재주뿐만 아니라 돌다리도 두드리는 신중함을 갖춰야 한다는 걸 무의식중에 깨닫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