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경쟁력 강화 위해 부실 금융·기업 구조조정 꾸준히 추진”
- “재정 확대, 감세 정책으로 3% 성장 달성토록 노력”
- “경제위기 해법으로 북한에 SOC 투자 계획”
- “운하사업은 지나친 수출 의존도 벗어나 내수기반 확충 위한 것”
-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줄임말, 51조3000억 재정지출로 국가 순위 바꾸겠다”
- “경질론, 일 더 열심히 하라는 소리로 알겠다”
- “2009년 경제운용방향 최고 목표는 일자리 유지”
- 신동아 보도, ‘미네르바’ 전망에 조목조목 반박
- ‘백수’ 시절 이 대통령과 소망교회 주차관리 함께 해
그러나 강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다. 작은 정부와 규제완화를 축으로 한 ‘MB노믹스’를 지휘하는 경제 수장으로서 조금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강 장관은 “비판에 대해서는 항상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자신의 발언들이 대체로 앞뒤가 잘린 채 뜻이 잘못 전달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환율 관련 발언과 관련해서는 자신의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는 생각을 아직도 강하게 갖고 있다. 그는 고환율주의자이며, “환율을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달랐다.
“고환율정책과 시장에 의해 환율이 오르는 것은 결과는 같아도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고환율 정책이란 환율이 올라가지 않는데 인위적으로 그것을 끌어올린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환율이 올라가는 것을 용인한 것을 두고 제가 고환율정책을 썼다는 것은 상당히 오해가 있는 말입니다.”
강 장관은 말보다는 행동을 앞세운다. ‘워커홀릭(workaholic)’ 이 대통령과 닮았다. 지치지 않는 에너지는 재정부 관리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강 장관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토요일에도 집에서 쉬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문단에 정식으로 등단한 시조시인이지만 “시심(詩心)이 발동할 정도의 여유를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며칠간의 일정을 보자. 2009년 예산안 통과 문제로 12월13일 저녁부터 이튿날 새벽 4시30분까지 국회에서 보낸 그는 집무실로 이동해 잠시 눈을 붙이고, 다시 아침 8시 비행기로 이 대통령과 함께 일본으로 가 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저녁에 집무실에 돌아온 그는 밤 10시30분부터 12시까지 결재사항을 체크하고 일요일인 1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청와대에서 긴급확대경제정책회의에서 업무를 보고했다. 피곤에 지친 그가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 사진이 15일자 동아일보에 나왔다. ‘신동아’와 인터뷰 약속을 잡은 15일 오후에도 그는 다음날 예정돼 있는 2009년 경제운용방향 보고 때문에 인터뷰를 한 시간 미뤘다. 인터뷰 요청이 줄을 잇지만 공식 인터뷰는 예외적인 일이다.
2009년 ‘일자리 유지’ 우선 목표
▼ 경질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요.
“일을 더 열심히 하라는 충고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의 말로 인해 경질론이 시작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는 정책 당국자의 말보다 행동이 더 큰 영향을 줍니다. 경제정책은 행동이지요. 시장의 신뢰는 여론의 평가보다는 결과로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월초 무디스, S&P 등 신용평가사 관계자들과 이야기할 때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될 것이다. 그중 여행수지도 균형수지 이상으로 개선될 것이다. 그런 결과가 우리의 신용도 유지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그들도 한국의 신용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11월에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일관성 있는 말과 여론의 지지보다도 행동과 결과가 시장 신뢰의 관건임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 2009년도 경제운용방향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최우선 목표를 ‘일자리 유지’로 정하고 단기적인 비상위기관리 시스템으로 들어갈 계획입니다. 주로 재정확대와 감세를 통한 소비 진작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 SOC 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확대하려고 합니다. 성장률도 2% 정도의 전망을 많이 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경제 정책을 통해 3%까지 끌어올리려고 합니다. 2008년 4분기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서 2009년에도 그 기조가 유지될 것 같습니다.”
▼ 경제위기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국민들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합니다. 새해에 국민들에게 어떤 희망적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는지요.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우리 경제에도 외화유동성 부족, 수출침체 등의 형태로 적잖은 시련을 주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떠올리면서 걱정하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줄임말’인 것처럼, 정부는 이번 위기를 반드시 극복해 작지만 강한 세계적 리더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로벌 위기의 극복과정에서는 실물 부문이 탄탄하고, 신성장기술을 선점하는 경제가 우위에 서고, 경제적으로나 환경 측면에서 지구를 살리면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국가의 역할이 확대될 것입니다. 정부는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해 소비와 투자 등 실물부문의 체질을 강화하고, 세계적 붐이 예상되는 녹색산업의 성장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취약하며, 위기극복 과정에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계층에 대한 경제·사회 안전망도 촘촘하게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세계위기 극복을 위해 선진 20개국(G▼ 20)간 공조체제를 굳히고, 이 과정에서 국제 리더십도 발휘해나가겠습니다.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위기를 선제적으로 극복하는 과정에서 집값이 안정되고, 과다한 대출은 줄어들게 하며, 은행이나 기업은 외형 경쟁을 자제하도록 하는 등 건실한 성장을 이루도록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정부는 경기활성화와 일자리 유지를 위한 단기 위기관리 대책과 함께 금융·기업의 구조조정, 직업훈련 강화, 사회기반시설 확충 등을 통해 성장 역량을 키우고 우리나라의 잠재 역량을 극대화해서 경제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2년여 동안 정부 정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고, 기업과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한다면 우리 경제가 정상적인 성장궤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2010년엔 실물도 회복’
이런 강장관의 기대를 뒷받침하듯 12월9일 IMF 한국담당 수비르 랄(Subir Lall) 과장은 2009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4분기에 바닥을 치고 2/4분기부터 점차 회복될 것이며, 경상수지도 흑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 경기가 침체되면서 구조조정 문제가 큰 화두로 대두될 듯합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은 무엇인지요.
“구조조정은 측면지원 방식이 될 것 같습니다. 필요할 때에 기업에 유동성이 공급돼 최대한 생존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유동성 지원으로도 해결될 수 없는 기업은 채권기관구조조정위원회를 통해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 12월초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수출이 급감하고 경기하강 중”이라는 경제동향보고서를 냈습니다. 금융 부문은 언제쯤 안정이 되고, 실물 부분은 언제쯤 회복이 될까요.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우리와 같이 수출 비중이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경기 회복 여부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됩니다. 보통 미국경제의 회복시기를 2010년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약간의 시차를 두고 실물부문에서 정상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전망됩니다. 물론 우리 스스로 부실을 줄이고 내실을 기하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시기를 얼마든지 앞당길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은행은 외형경쟁에서 벗어나 우수하고 전망 있는 기업에게 필요한 자금이 공급되도록 해야 합니다. 기업도 과잉공급이 발생한 부분을 줄이고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과다한 투자를 줄이는 한편, 인력과 R&D투자를 통해 글로벌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다져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금융과 기업부문의 노력에 더해 정부의 적극적인 감세와 재정정책, 탄력적인 통화정책과 구조조정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이명박정부 중반 이후에는 본격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 일부 전문가는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이 매우 소극적이고 임기응변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부가 위기를 방어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솔직히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비판에 대해 항상 열린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의 일부 지적은 지금 세계적 경제위기의 수준과 향후 전개양상 등에 대한 예측이 무척 어렵고, 그 대응수단도 한동안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한 측면이 있습니다. 정부는 그간 위기전개의 양상과 본질에 대해 계속 진단해 나가면서, 유동성 부족과 불확실성 확산의 문제가 추가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종 대책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리고 대처해 왔습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계획(Contingency Plan)도 내부적으로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외 소통 부족했다”
정부는 10월19일 ‘국제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 ’, 11월3일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 등을 발표해 국민들에게 위기의 실상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원화·외화 유동성 공급, 재정지출 확대 및 감세, 부동산·건설경기 활성화 등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재정지원 규모는 51조3000만원(2008~2012년)이나 됩니다. 이는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2010년 감세분 20조원과 2011년 23조원이 추가되면 GDP의 8.8%인 79조원에 이릅니다.”
▼ 외국 기업이나 기관과의 경제적 소통은 상시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는지요?
“그동안 정부가 좀더 체계적으로 대외 소통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일부 외국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도 있었고, 한국에 대해 실제보다 안 좋게 보는 투자자들도 많았습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금융기관이나 외신기자에 대해서는 우리를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해 설명이 부족했던 점도 있습니다. 우리의 과거 외환위기 경험 때문에 외국투자자들의 불안심리는 커졌지만, 우리의 대응이 적극적이지 못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의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금융기관과의 긴밀한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외신기자에 대해서도 전과는 달리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 실상을 알리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외국투자자에 대해서는 IR(Investor Relations·투자자관계 기업설명활동)을 전방위적으로 실시하고자 합니다. 지금 주요 국제행사와 연계해 뉴욕, 홍콩 등 선진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1대 1 방식(face▼ to▼ face)으로 국가경제 전반에 대해 설명해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신용평가회사, 외국 언론사, 신흥국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고객 중심(customer▼ oriented)의 정보를 다양한 방법으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기관의 영문웹사이트 등에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를 담아 외국인들이 일차적으로 접하게 되는 자료를 보강하는 등 세세한 부분에도 신경을 써 나가겠습니다.”
▼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추진 시 재정 건전성에 문제는 없는지요.
“시대와 상황, 국가별 여건에 따라 재정을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것은 대공황 이후 여러 차례의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역사적으로 입증돼 왔습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정부가 발표한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정책이 시행되더라도 상대적으로 여전히 건전한 수준을 유지할 것입니다.
국가 | 검토 결과 |
미국 (3.5~7%) | 5천억~1조달러, 규모 미정, 2011년까지(미정) |
중국 (10%) | 4조 위안, 2010년까지 |
일본 (1.4%) | 17조엔(2차 5조엔 아직 의회에 미제출) |
유럽연합 (1.5%) | 2천억 유로, 2010년까지 |
한국 (4.0%, 추정치)→(6.2%)→(8.8%) | 35.6조원(2009년까지)→56조원(2010년까지, 추정치) →79조원(2011년까지) |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지금 모든 나라들이 막대한 규모의 재정지출 증대와 감세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만 재정악화를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단기적인 경기침체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동력까지 잃어버리는 우(愚)를 범하게 될 것입니다. 정부는 당분간 경기 여건에 따라 재정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이 경제에 부담이 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하겠습니다. 경제가 어느 정도 정상궤도에 진입하게 되면 재정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해나갈 것입니다.”
참고로 한국의 2007년 대외 채무 비율은 GDP 대비 33.2%다. 미국 62.8%, 일본 170.3%, 영국 47.5%, 프랑스 69.4%, OECD 평균 75.4%에 비해 채무비율은 낮은 편이다.
신동아 ‘미네르바’ 보도 반박
▼ 장관께서는 미네르바가 ‘신동아‘ 12월호에서 제기한 ‘일본발 3월 위기설’에 대해 숫자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반박했는데, 한국경제가 일본 자본에 휘둘릴 가능성은 조금도 없는 것인지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전 세계적인 위기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위기입니다. ‘검은 백조’(Black Swan)라고 칭하는 이도 있습니다. 실물경제의 대가인 워런 버핏부터 세계적인 석학인 폴 크루그만까지 현재의 금융위기가 어떠한 양상으로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일부 경제 논객들의 극단적인 예측이 현실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사실보다는 상상에 근거한 무리한 비판과 예측이 더욱 확대재생산되고 있습니다.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일본자본의 국내 투자는 우리 자본시장 규모에 비교할 때 아주 미미한 수준입니다. 설령 일본계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간다고 할지라도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입니다.”
재정부의 반박 논거는 이렇다. 올해 10월 말 현재 국내은행이 일본계 은행으로부터 차입한 잔액은 106.6억 달러인데, 이는 은행 외채의 9%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또 약 70%가 2010년 이후에 만기가 도래하며, 내년 1/4분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11.1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한다. 11월 말 현재 일본계 주식 및 채권 투자금도 전체 주식 시가총액과 상장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0.6%(11월 말 기준 전체 시가총액 596조 원 가운데 3조4247억 원), 0.9%(상장채권 853조 원 중 7.7조 원) 수준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
▼ 미네르바는 또 2009년 △강남북 부동산 절반 폭락 △코스피지수 500선 하락 △ 지속적인 원화가치 하락을 전망했습니다.
“우선 수도권의 만성적인 주택공급 부족 문제만 고려한다면, 서울 부동산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은 논리적인 근거가 취약합니다. 또, 국내 기업의 낮은 부채비율과 양호한 수익률, 주식시장의 규모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역할을 감안할 때 주가지수가 500선으로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고 봅니다. 더욱이 2009년에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돼 외환수급 여건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며, 그간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던 외국인의 국내 투자 자금은 상당 부문 정리됐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원화가치 하락도 근거가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금융기관은 인체의 심장’
▼ 경제위기 대응 과정에서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한국은행도 금융기관에 대한 직접 지원을 실시했습니다. 미국 유럽처럼 금융기관 국유화 등 정부의 개입이 늘어나게 되는지요?
“금융기관은 인체에 비유할 때 심장과 같습니다. 심장에서 피를 원활히 공급해야 우리가 생존할 수 있듯이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중개 기능이 원활해야 실물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그간 금융선진국으로 일컬어지던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이러한 금융시스템에 전례 없이 심각한 부실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시스템 붕괴의 위험을 막기 위해 각국은 부실금융기관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미국 유럽 등과 같이 금융기관의 부실이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이 아니라, 향후 부실 가능성 등을 우려해 실물 부문에 대한 자금중개 기능이 크게 위축된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이로 인해 실물 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요.
이 같은 맥락에서 그간 우리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을 통한 금융기관 부실 해소가 아니라, 실물 부문에 대한 금융기관의 자금중개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에 중점을 두었던 것입니다. 한국은행이 RP대상채권 확대, 채권시장안정펀드 지원 등의 조치를 취한 것도 이같은 맥락입니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10% 이상으로 양호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일시적으로 외화조달이나 자금운용상 수익성이 악화된다고 해서 정부의 자금지원을 통한 국유화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는 없습니다. 은행 스스로 시장에서 자본을 확충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정부는 은행의 잠재적 부실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필요한 경우에는 은행의 부실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입니다.”
▼ 정부가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는데, 이 문제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전망하는지요.
“2007년 이후 지속된 미분양 물량 확대와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부동산 수요위축 등으로 PF대출 부실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부도 이러한 PF대출의 위험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간 수 차례 대책을 통해 부동산 매수유인을 확대하고, 토지공사, 대한주택보증 등 공공부문을 활용해 건설부문에 유동성을 지원해 왔습니다. 또 최근 활성화된 대주단 협약에 가입한 건설사에 대해서는 향후 1년간 PF대출의 만기가 연장될 것입니다. 이 기간을 활용해 보다 근본적인 처리방안도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건설사 PF대출 관련 리스크는 우리 경제에 대해 최근 반복되고 있는 근거 없는 위기설과 같이 다소 과장되게 평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PF대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은행권을 보면 은행권 전체 대출 중 PF대출 비중(약 4.4%)과 연체율(0.64%), 손실흡수능력 등을 감안할 때 PF대출로 인한 은행의 부실화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입니다.
경쟁력이 취약한 일부 저축은행은 문제가 될 수도 있으나, 저축은행의 총 자산규모가 금융권 총자산의 2.4%에 불과하고, 은행에 비해 영업의 제약도 크기 때문에 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거기다 최근 저축은행이 대출한 PF사업장 전체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회생 불가능한 일부 저축은행 정리와 PF대출 매입 등의 대응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오히려 저축은행 부문의 내실화를 위한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4대강 정비사업은 녹색 뉴딜
▼ 요즘 4대강 정비사업을 대운하 사업과 연결해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4대강 정비사업은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지만 대운하사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이들이 많은 듯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4대강 살리기는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던 사업입니다. 그것을 대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거지요. 영산강의 경우 지금은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을 정도로 오염돼 있습니다. 그래서 전남도민의 가장 큰 숙원사업 중 하나가 영산강을 살리는 것입니다. 이번에 국토해양부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하천 생태계도 살리고 둔치를 개발해 주변 관광문화 자원까지 연결하는 친환경적 개발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한국형 녹색 뉴딜정책의 하나죠. 그러니까 그 정책을 대운하니 뭐니 해서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용 자체를 보면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장기적으로 위험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번 경제 위기를 계기로 내수를 진작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내년 예산 가운데 SOC 투자를 24조원으로 늘렸는데, 이는 전년 대비 26% 늘어난 액수입니다. SOC 투자는 곧 내수 기반을 확충하는 수단입니다. 이는 수요 공급을 업그레이드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녹색 뉴딜정책의 핵심이 내수 기반을 확충하려는 것이고, 그 중 핵심이 바로 4대강 살리기입니다.”
▼ SOC 등 토목사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옛날 방식이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부가 SOC 투자를 많이 하는 기본적 이유는 저소득층의 사회보장을 위해 직접 지출보다는 일자리를 주는 적극적인 사회보장제도를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또 도로 등 SOC는 경제가 회복할 때 실물 인프라로 남고 사회보장 기능도 하게 됩니다. 이것을 자꾸 옛날 방식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SOC 등을 통해 25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키로 했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 SOC 사업을 통한 일자리는 안정적이지 않고 일시적이기 때문에 그런 비판이 있는 것 아닙니까.
“좋은 일자리 창출은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이 투자 확대를 통해 생기는 겁니다. 정부는 기업이 할 수 없는 분야,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담당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SOC 사업은 중요합니다.”
▼ 경제위기 극복의 한 방법으로 북한을 활용할 방법은 없는지요? 정치적 문제만 해결된다면SOC투자나 기업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 ‘비핵개방 3000’ 원칙이 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하고 개방하면 접경 지역에 공단을 추가로 개발해서 3000달러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겁니다. 그 약속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도 SOC 투자를 통해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록에 철저’
▼ 내년 16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는데, 그 구체적 내용은 어떤 것입니까.
“최근의 경제적 어려움이 실물부문 부실로 이어진다면 결국에는 실업이 늘거나 새로운 일자리가 줄어들어 국민 개개인의 생활에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정부는 최근의 고용부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부처별로 해당 산업의 일자리 창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자리 창출은 모든 부처가 책임 부처’라는 각오로 관련 산업정책을 고용친화적 관점에서 추진한다는 뜻입니다. 2009년 고용 여건이 매우 어렵기는 하나 유망환경산업분야, 신의료서비스분야, 건설투자분야, 바이오, LED 및 그린에너지 산업분야와 기후변화대응 분야 등에서 각 부처별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 약 16만개의 일자리가 유지되거나 새로 생기는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 청년실업 대책은 어떻게 세우고 있습니까.
“청년실업 문제가 매우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될 우리 젊은이들이 시작부터 실업이라는 고난에 직면한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청년실업은 단순한 경기침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전례 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공공부문 인턴제 및 중소기업 청년인턴지원 확대 등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산업계의 새로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Job Training)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향후 5년간 글로벌청년리더 10만 명, 미래산업 청년리더 10만 명 양성계획을 국가 주요 사업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기화가거(奇貨可居)’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큰 가치가 없지만 훗날에는 이익을 줄 만한 인물을 뜻합니다. 우리 젊은이들도 기화가거의 정신으로 희망을 잃지 말고 미래를 준비하기를 당부합니다. 기업은 해고보다는 임금인하를 통해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를 확대하고, 노동계는 불법 파업을 지양하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 기업이 신규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강 장관은 IMF체제 당시 수첩에 메모했던 것을 모두 사진으로 찍어뒀을 만큼 기록을 중시한다. 그런 기록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이라는 책도 집필했다. 이 책은 한때 직장인 필독서로도 뽑혔다. 그런 과거 기록을 통해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에서 교훈을 삼을 수 있는 건 무엇일까.
“과거에 제가 공직에 있을 때 부가가치세 도입이나 금융실명제 도입, 금융시장 개방, 외환위기 극복 같은 큰일을 겪으며 일관되게 느낀 것은 결국은 경제정책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 턱없이 높은 조세부담률, 비정상적인 세제….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얘기하자면, 그건 제가 아는 한 전대미문의 일이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도 실시하지 않은 것을 우리나라에서만 소수의 사람들이 조세 원칙에도 맞지 않는 걸 도입해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 준 것이죠. 그런 흐름이 경제를 위축시킨 것이 사실이고요. 무엇보다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기본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도 그러한 원칙을 충실히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 장관은 ‘백수’ 시절 이 대통령과 소망교회 주차 관리 봉사를 같이 했다. 두 사람은 주차관리가 끝나면 같이 식사하면서 경제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 이 대통령과 모든 부분에서 의견이 잘 맞습니까? 서로 의견이 다르면 어떻게 조정합니까?
“지금까지는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데 대부분 저희 의견을 받아주셨습니다. 10조원대의 유가환급금도 세계 최초로 실시한 것이었는데, 대통령께서 흔쾌히 동의하셨고요. 일본,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는 대통령께서 사실상 직접 지시하신 것입니다. ‘위기 때는 현금을 확보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논리였습니다. 일본이나 미국과의 스와프 협의 때는 직접 노력도 많이 하셨죠. 부시 대통령이나 아소 총리에게 직접 친서도 보냈고요.
지난 선거 과정에서 정책토론회를 하고 공약을 만들 때 대통령께서 뭘 생각하고 계시는지 제가 항상 옆에서 봤고 또 그걸 정리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늘 대통령께서 무슨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염두에 두고 정책을 집행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보고 올라가서 ‘빠꾸’ 맞은 적은 없습니다. 2009년 경제운용방향에 대해 보고할 때도 전적으로 동의해주셨습니다.”
강 장관은 위기 상황일수록 지도자들에게 미래를 내다보는 직관력과 할 수 있다는 의지, 자신이 그 모든 결과를 책임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에게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CEO 대통령이 있으므로 위기를 넘어 선진일류국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힘을 합쳐 2009년의 어려움을 맞이하자는 얘기를 국민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월14일 청와대에서 확대경제 대책회의가 시작되기 전 피곤한 듯 잠시 눈을 붙이고 있다.
11월26일 미국, 남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경제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강만수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