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빌리엘리어트’를 참 좋아했어요. 그러다 2004년에 워킹타이틀(‘빌리엘리어트’를 제작한 영국 영화사)이 이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이거다’ 싶었죠. 공연이 완성되지도 않았을 때 무작정 e메일을 보냈어요.”
처음에는 답장조차 오지 않았지만 문 대표는 ‘담당자 이름이라도 알아야겠다’며 무작정 런던으로 가 담당자를 만났다. 그러한 3년간의 꾸준한 노력은 결국 열매를 맺었다. 한국 공연은 영국과 호주(2007), 미국(2008)에 이어 네 번째. 비영어권 국가가 라이선스를 획득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웨스트엔드의 히트 뮤지컬 빌리엘리어트는 워킹타이틀사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했다.(좌) 뮤지컬‘빌리엘리어트’는 2010년 한국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우)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문 대표는 대학에서 패션디자인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기획사를 세웠고 토토, 에어서플라이, 스모키 등을 국내에 유치하는 해외공연 프로모터로 활동했다.
“1997년에 태인프로덕션이라는 기획사를 세웠어요.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하는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무성영화‘나폴레옹’을 소개하고 싶어서 시작한 건데, 당시 국내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한 거였죠. 지난해 한국에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무성영화가 상영되는 것을 보고 그당시 얼마나 이른 시점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IMF가 오기 전에 시쳇말로 ‘쫄딱 망했고’서른에 쓰라린 경험을 했죠.”
30대의 ‘쓰리지만 값진’ 실패 후 문 대표가 ‘탄력을 받은 것’은 공연 기획사인 설앤컴퍼니에 합류하면서부터다. 그는 2002년부터 2년간 설앤컴퍼니 협력PD로 뮤지컬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 대형 공연에 관여했으며 2004년부터 매지스텔라를 세우기 전까지 ‘올드보이’로 잘 알려진 영화사 쇼이스트에서 총괄이사를 지냈다.
문미호 대표는 30대에 해외 아티스트들의 프로모터로 활동하며 공연계에 첫 발을 디뎠다.
‘빌리엘리어트’는 198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을 배경으로 광부 아버지를 둔 11세 소년 빌리가 발레리노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2005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 이후 호주 시드니,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도 평단의 관심과 대중적인 사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 뮤지컬 대열에 올랐다. 2010년 한국 개막을 앞둔 이 공연의 관건은 무엇보다 주인공 빌리를 연기할 소년 배우. 원작 뮤지컬의 현지 PD에게 “영국 빌리보다 더 훌륭한 아역배우가 나올 것”이라고 설득했다는 문 대표는 곧 태어날 한국의 빌리와 한국 공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2월 중순 있었던 1차 오디션에는 한국의 빌리엘리어트를 꿈꾸는 10세 남짓한 소년 300여 명이 모였다는 후문이다.
현재 문 대표는 대형 뮤지컬 ‘빌리엘리어트’를 비롯해 소극장용 창작 뮤지컬도 준비하고 있다. “흥겹고 통쾌한 뮤지컬을 통해 관객에게 행복한 대리만족을 주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무대를 통해 실현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