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융의 심리학적 유형론으로 보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내향적 감정형’이다. 이 유형의 인물은 대체로 대중적 인기를 끌지 못한다. 그러나 박근혜는 다르다. 연예인처럼 인기가 높다.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그의 대중적 인기를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박정희·육영수의 딸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박근혜 개인의 매력도 한몫한다. 품위 있고 우아한 자태, 그러면서도 서민에게 쉽게 다가가는 독특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사망 이후 영부인 역할을 맡은 덕분에 갈등을 풀어내고, 안정감을 줄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런 모습은 내향적 감정형의 긍정적 측면이다.
내향적 감정형은 인내심이 강하다. 박근혜가 쓴 ‘나의 어머니 육영수’란 책의 한 구절을 보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한 달 엿새가 지나 제4회 영부인배 쟁탈 어머니 배구대회가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던 날. 저는 상장(喪章)을 달고 참석했습니다. 개회식순에 따라 대회를 창설하신 어머니를 애도하는 조가가 흘러나왔습니다. 분위기는 숙연했고, 누군가가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 흐느낌이 번져 급기야 체육관 전체가 울음바다로 변했습니다. 그러나 저까지 눈물을 보일 수는 없었습니다.”
강한 인내심이 때론 문제가 된다. 한국에서만 특이하게 나타나는 ‘화병’은 마음의 고통을 풀지 못하고 살다가 결국 신체적 증상으로 터져 나오는 질환이다. 누구나 적절하게 갈등과 긴장을 풀어야 건강하게 살 수 있다. 풀지 못하면 고통은 침전물처럼 마음에 쌓인다. 문제는 잘 참다가 한번 화를 내면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한꺼번에 분출된다는 점이다. 내향적 감정형은 화가 나면 거칠어진다.
박근혜는 당 대표 시절 몇 차례 크게 화를 낸 적이 있다. 2004년 12월초 최연희 법사위원장이 국가보안법 상정 여부를 놓고 열린우리당으로부터 공세를 당할 때 박근혜에게 “더 이상 버티기 버겁다”고 호소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박근혜는 손으로 탁자를 내리치며 “도대체 국가관이 있는 겁니까?” 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후 한나라당 사람들은 ‘박근혜가 화낼 땐 정말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내향적 감정형은 위기상황에 잘 대처한다. 1979년 10월27일 새벽 2시, 김계원 대통령비서실장은 아버지 박정희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박근혜를 급히 깨웠다. 충격적 사실을 전해들은 그는 오히려 “전방의 상황은 괜찮냐”고 물었다. 냉정을 잃지 않은 것이다.
겸손하다는 점도 내향적 감정형의 장점이다. 박근혜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청와대에서 살았지만, 대통령의 딸이라고 교만해질까 걱정하는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육 여사는 “큰아이가 자기의 부주의와 잘못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항상 머리에 두고 모든 면에서 스스로 주의하며 노력하는 것이 고마울 뿐”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박근혜는 유세 도중 같이 사진을 찍자는 사람에게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다. 아무리 바빠도 사진 부탁을 들어줬다. 수행원들이 재촉하며 나중에 찍자고 해도 “나중에 기회가 없더라고요”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