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전 실장은 올 3월 공직자 재산변동 명세서에 서울대 김병종 교수의 한국화 연작 ‘생명의 노래’ 2점 등 그림 8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병종 교수의 그림은 청와대 본관에도 4점이 전시돼 있다. 가나아트센터 김미라 수석큐레이터는 김 교수의 그림을 이렇게 풀이한다.
“생명의 노래 시리즈에 등장하는 대상은 새, 물고기, 꽃, 나비, 말, 아이 등이다. 이들은 현실적 위계(位階)를 갖지 않고 화폭 위에서 동등한 삶의 가치 속에 자유를 누린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넉넉한 화가의 붓질에 의해 뭉클한 생명의 환희로 피어오른다. 이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하는 평온함과 자유의 세계를 음미할 수 있다.”
빡빡한 일정에서 한동안 ‘평온함과 자유의 세계를 음미’하고픈 김 내정자의 소망이 담긴 그림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더욱 시선을 끄는 것은 ‘위계를 갖지 않고 동등한 가치 속에 자유를 누린다’는 표현이다. 이를 통해 그가 어떤 삶을 추구하는지 살짝 엿볼 수 있지 않을까.
2004년 6월 청와대 정책실장에 오르기 전까지 김 내정자의 인생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지방분권’이었다.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학계에서조차 낯선 ‘지방분권’을 주장해온 대표적 학자였다. 그는 이 소신을 위해 헌신했다. 미국 델라웨어대 동창이자 경제실천시민연합회에서 함께 활동한 김익식 경기대 교수(행정학)는 “그는 지방분권 시스템을 갖춰야 한국이 발전할 수 있다는 신념이 확고했다”고 말한다. 중앙과 지방이 ‘위계’ 없이 서로가 추구하는 ‘가치’ 속에서 ‘자유’를 누리는 것. 이것이 김 내정자가 추구해온 학문의 목표이자 존재 이유였다.
이 목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만나는 인연의 고리가 된다. 노 대통령은 국회의원이던 1993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개설한다.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면서 지방에서 정치를 할 인재를 발굴하고 이들을 묶어 정치세력화한다는 것이 창립 목적이었다. 이듬해 연구소장을 물색하던 노 의원은 서갑원 비서(현 열린우리당 의원)로부터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소개받았다. 국민대 출신인 서 의원은 학창 시절 김 교수의 강의를 들어 지방자치에 대한 그의 열정을 익히 알고 있던 터. 이렇게 시작된 인연이 대통령과 교육부총리 내정자 관계로까지 이어졌으니 보통 인연은 아닌 듯싶다.
김 내정자가 바라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시절, 그는 한 강연회에서 이런 일화를 소개한 바 있다.
“영국 특파원을 지낸 기자로부터 들은 얘깁니다. 하루는 경찰관이 문을 두드리길래 나가봤더니 ‘혹시 당신 집 앞에서 파란색 자동차를 본 적이 있냐’고 묻더랍니다. 모른다고 했더니 경찰관은 ‘알았다’며 옆집으로 갔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특파원이 경찰관을 따라갔대요. 옆집 남자는 경찰관의 질문에 ‘어떻게 생긴 차였고, 얼마 동안 주차돼 있다가 언제 나갔다’고 하더랍니다. 경찰관은 또 그 옆집으로 갔습니다. 그 집 주인은 아예 메모지를 들고 나와 차번호까지 경찰관에게 알려줬답니다. 런던 인근의 조용한 마을인데, 주민들이 마을에서 일어난 일에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습니까. 겨울에 눈 오면 스스로 치우는 주민 있습니까? 사람 냄새나는 공동체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정부가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