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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 운동권 출신 386의 盧 정권 비판

“하기로 한 것, 할 것 같은 것도 못하기에 등 돌렸다”

골수 운동권 출신 386의 盧 정권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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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년 12월19일, 나는 축하의 현장에서 짓궂게도 “어쩌면 노 대통령은 ‘줄 서지 않은 정치인’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정치개혁의 물꼬를 튼 것 이상의 업적은 낼 수 없을지 모른다”고 방정맞은 소리를 했다가 선후배들의 눈총을 받았다. 집권을 위한 구체적 준비가 부족하다는 얘기였는데, 나도 그 말이 이렇듯 뼈아픈 진실로 드러날지는 몰랐다.
골수 운동권 출신 386의 盧 정권 비판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자 노사모 회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주위에서 무언가를 배우러 청와대에 간다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당혹스럽다. 청와대는 배우러 가는 곳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하러 가는 곳이라 믿기 때문이다. 정부에 참여한다는 것은 꿈의 영역이 아니라 실력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 아닐까.

경험 있는 사람만 정부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경험은 없지만 실력이 있다면 그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 문제는 그가 일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점이다. 일할 준비가 돼 있다면 그에게 우선 낮은 단계의 국정과제를 주고 이를 잘 수행하는지 검증해야 한다. 예상만큼 잘 해낸다면 좀더 수준 높은 과제를 주고 다시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을 키우고, 정책과제를 완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실력이 모자란 사람들에게 너무 큰일을 맡기는 게 아닌가 싶다. 이는 인사의 기준이 실력보다는 ‘국정 원칙의 공유’를 더 중시하기 때문 아닐까. 무엇을 반대하기는 쉬워도, 무엇을 만들어내는 일은 어려운 법이다. 정부를 비판하기는 쉬워도 정부를 운영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국정운영은 실력의 차이로 성패가 갈린다.

“그는 신선했고, 우린 환호했다”

2002년 12월19일 자정 무렵, 나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환호하고 있었다. 밤 10시20분 TV 화면에 ‘당선확정’이라는 자막이 뜨자 정신없이 광화문으로 뛰어나가 노무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선후배들과 만세를 불렀다.



그런데 그날 밤 그 넘치는 축하의 현장에서 나는 짓궂게도 “어쩌면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자체가 최고의 업적일지 모른다”며 “줄 서지 않은 정치인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정치개혁의 큰 물꼬를 튼 것 이상의 업적을 낼 수 있을까?” 하고 방정맞은 소리를 했다가 주변 선후배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나는 집권을 위한 구체적 준비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도 그날의 내 말이 지금처럼 분명한 진실로 드러날 줄은 몰랐다.

지난 5·31 지방선거 투표를 한 뒤 나는 3년7개월 전 대선 투표할 때처럼 즐겁지 않았다. 마음이 답답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정말 수구세력의 공세 때문인가. 노무현 대통령의 역사적 업적을 국민이 몰라주는 것일까. 아니면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문제가 있는 걸까. 있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은 왜 지지한 것일까.

2002년 한국은 새로운 정치를 원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회창 후보가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였다.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은 ‘이회창 후보가 능력은 있지만, 대통령이 되면 민주발전이 정체하거나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렵게 이룬 한반도의 평화 무드가 미국의 부시 정부와 맞물리면서 얼어붙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무엇을’은 있어도 ‘어떻게’는 없었다

국민은 다른 정치인을 원했고, 노무현 후보는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부류였다. 그는 다르게 행동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정계에 입문했지만 3당(黨) 합당을 반대해 잔류했다. 이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복귀를 반대하며 통합민주당으로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주류계파에 줄을 서지 않고 소신대로 행동했다.

그래서 그는 보스 중심 정치, 계파정치를 타파할 대안으로 부각됐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너무 컸기 때문에 그의 행보는 더욱 신선하게 보였다. 떨어질 줄 알면서도 떨어질 지역에서 계속 출마하며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는 정치인을 우리는 지금껏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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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호 미래재단 이사 icentra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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