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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제2의 체임벌린’이 될 것인가

뒤통수 맞은 한국의 선택

노무현 대통령은 ‘제2의 체임벌린’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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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볕정책이 북한의 핵개발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DJ의 궤변
  • 대북 전문가 이종석이 안보를 남북회담에 종속시켜
  • 바늘도둑, 소도둑에서 대형 인질범으로
  • 핵보다 활용도 큰 화학무기, 북한은 세계 3위의 화학무기 보유국
  • 히틀러와 김정일의 유사점. 그들은 사태반전을 노린다
노무현 대통령은 ‘제2의 체임벌린’이 될 것인가

히틀러의 속셈을 잘못 파악해 2차 대전을 막지 못한 네빌 체임벌린 영국총리.

10월9일 북한이 지하 핵실험으로 보이는 대형 폭발을 일으킨 후 대북(對北) 포용정책을 펼쳐온 정치인들이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인상적인 장면은 10월11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들을 초청한 오찬장에서 벌어진 공박이었다. 오랫동안 정치판을 누벼온 정치 담당 기자들은 사석에서 이런 말을 하곤 한다.

“DJ의 카리스마는 대단하다. 누구도 그 앞에 서면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데 예외가 있다. YS를 만나면 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많은 사람이 DJ는 똑똑하고 YS는 단순하다고 하는데, 둘이 맞붙으면 항상 YS가 이긴다. DJ의 똑똑함은 YS의 기백 앞에 맥을 추지 못한다.”

김대중의 궤변

그래서일까. 이 날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격 앞에 묵묵부답이었다. YS는 DJ와 노무현 대통령을 앞에 놓고 무려 1시간 20분 동안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의 공식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등 대북사업은 전면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대국민 공개 사과도 해야 한다”고 퍼부었다고 한다.

DJ의 반론은 다음날 그의 정치적 고향인 광주에서 ‘겨우’ 나왔다. 10월12일 전남대 강연에 나선 DJ는 “요즘 아주 해괴한 이론이 돌아다닌다. 햇볕정책의 실패를 말하는데 기억을 더듬어봐도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개발을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햇볕정책은 성공했고, 더 성공할 수 있는데 북-미 관계 때문에 못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대북 포용정책이 긴장을 완화했지 긴장시켰느냐? 오늘 아침 노무현 대통령의 전화가 와서, 내가 ‘포용정책이 죄가 있는가? 어째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개발을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는 DJ의 주장은 정말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가 말하는 대로 북한은 ‘미국의 압박 때문에 핵개발을 한다고는 주장했어도, 햇볕정책 때문에 핵개발을 했다’고 주장한 적은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햇볕정책이 펼쳐지는 동안 한반도의 긴장은 외견상 완화된 듯 비쳤으므로, DJ의 말은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태를 ‘똑바로 바라보면’ 전혀 다른 판단이 나온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을 편 목적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 완료를 선언해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됐으니 두 대통령이 펼친 정책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난 셈이다.

좋은 의도로 실행된 정책일지라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 되고, 그 정책을 내놓은 사람은 ‘현실성 없는 정책을 내놓은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북한은 DJ 재임 5년간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대통령이 이끈 4년간의 포용정책이 펼쳐지는 틈을 이용해 핵개발을 했다. 이러한 북한의 속내도 모르고 이 정책을 펼친 이들은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포용정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렵게 되었다”라며 일말의 솔직함을 보이다 태도를 바꾸었고, DJ는 처음부터 궤변(詭辯)을 늘어놓았다.

이종석과의 논쟁

2000년 6월13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평양에 갔다. 이때 세종연구소에 있던 이종석 현 통일부 장관도 함께 갔는데, 김 대통령이 평양으로 떠나기 직전 기자는 세종연구소에서 이 장관과 두어 시간 논쟁한 적이 있다. ‘차 한잔 마시자’는 가벼운 승낙을 받고 만난 자리였으나, 6·25전쟁과 남북문제에 대한 견해 차이가 발생해 방북 준비로 바쁜 그는 만사를 작폐하고 기자와 말다툼에 가까운 논리 싸움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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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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