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호

“문재인, 역사에 문제人으로 남을 것”

김태일 新전대협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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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2-05-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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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 끝까지 자화자찬만

    • 높은 지지율? 잃은 지지율 생각해야

    • 청년 삶 망치고 정권 유지에 갈등 이용

    • 잊히고 싶다 한들 잊을 수 있을 리가



    “3월 말 문재인 정부가 웹사이트 ‘문재인 정부 국민보고’를 열었다. 5년 간 자신들이 한 일을 ‘성과’라며 전시했더라. 끝까지 자화자찬이구나 싶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겐 국민에게 미안한 마음이 정말 조금도 없는 건지 의문이다.”

    ‘신동아’와 만난 김태일(29) 신(新)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신전대협) 의장이 작심한 듯 뱉은 말이다. 신전대협은 2018년 12월 설립된 청년·대학생 단체다. 대자보, 시위, 퍼포먼스 등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비판해 왔다. 2019년 7월 문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포스터를 배포했다는 혐의로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당한 김정식(35) 씨도 신전대협 회원이다.

    올해 4월 1일 김 의장은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오늘을 ‘문(文)우절’로 만들어 반성의 기회를 주겠다”며 “‘내로남불’ ‘경제폭망’ ‘안보참사’ ‘굴종외교’ ‘부정부패’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일갈했다.

    김 의장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5월 9일 자정을 기점으로 ‘문재인 시대’는 막을 내렸다. 문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청와대를 떠났다. 이날 저녁 청와대 정문 앞엔 문 전 대통령을 보기 위해 1만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이들은 문 전 대통령이 “여러분, (저는) 성공한 대통령이었습니까?”라고 묻자 “네”라고 답하며 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같은 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마지막 국정 수행평가 여론조사(5월 1주차)에서 지지율 41.4%를 기록했다. 마지막 임기 연차에 지지율 40%대 기록은 전례 없는 일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동아일보 충정로사옥에서 만난 김 의장은 피켓을 한가득 든 채 인사를 건넸다. 시위에서 쓴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했다. ‘유능하지도 도덕적이지도 않았습니다’ ‘문재인정부 대국민반성’ ‘사과문 올바르게 적는 방법’ 등의 날 선 글귀가 적혀있었다.

    김 의장의 말은 느렸지만 신랄했다. 예리한 단검보단 묵직한 철퇴에 가까웠다. 그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고 해서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말할 순 없다. 문 전 대통령이 국민에 미친 해악은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라며 조곤조곤 말을 이어나갔다.

    김태일 신전대협 의장은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민에 끼친 해악은 쭉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김태일 신전대협 의장은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민에 끼친 해악은 쭉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국가 신뢰 무너뜨려 놓고 사과 없어

    4월 1일 문 전 대통령에게 “이날을 ‘문(文)우절’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무슨 의미인가.

    “문 전 대통령에게 명분을 주고 싶었다. 만우절은 이를 핑계 삼아 숨겨왔던 속내를 밝히기 좋은 날이다.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만우절을 핑계 삼아서라도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그리 했다.”

    문 전 대통령이 뭘 잘못했다고 보는 건가.

    “안보, 일자리, 외교, 부동산 등 너무 많지만 국가 신뢰를 무너뜨린 게 가장 큰 잘못이다. 법으로 정해진 질서 체계는 사회적 신뢰인데, 이를 무시했다.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이 제일 많은 정부다. ‘임대차 3법’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의심하고 갈등하게 만들었다. 외국에 원전을 수출하기로 해놓고 정작 ‘탈원전’을 외쳤다. 상식적으로 본인도 안 쓰려 하면서 판다고 하면 누가 사나. 그럼에도 사과가 없다.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만 주장한다.”

    반성을 촉구하기엔 지지율이 높다.

    “잃은 지지율을 봐야 한다. 전임 대통령이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물러난 후 집권했고 그만큼 누구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의 최고 지지율은 정권 출범 2주차에 기록한 84.1%다). 임기 말년 지지율이 41%쯤 된다. 수많은 국민이 등을 돌린 거다. 떠나는 민심을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집권 초기만 해도 ‘쇼통령’ 소리를 들을 만큼 소통을 잘했건만 시간이 갈수록 눈과 귀를 닫았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적은 기자회견을 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래서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심지어 다음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임명한 검찰총장이다. 문 전 대통령을 아직 지지하는 사람을 비난하고 싶진 않다. 그저 지난 5년간 당신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느냐고 묻고 싶다.”

    4월 25일과 26일 양일에 걸쳐 JTBC는 손석희 전 JTBC 앵커의 진행으로 이뤄진 문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 ‘JTBC 대담, 문재인의 5년’을 방영했다. 문 전 대통령은 해당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권을 향한 비판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 현상”이라며 “적어도 우리하고 비슷한 수준의 나라들 가운데서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 상승 폭이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고 했다. 대선 패배 원인이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있다는 지적엔 “나는 한 번도 링 위에 올라가 본 적이 없다. 내가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를) 우리 당 후보라고 말할 수도 없었고 입도 뻥끗할 수 없었다. 마치 (나 때문에) 선거에 졌다고 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발언이 진심이었나”라는 질문엔 “역대 정부 가운데 우리 정부처럼(깨끗한 정부가 없었다)”며 “수사받고 있는 사람들은 (기껏해야) 직권남용 정도다”라고 했다. 4월 25일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대담 방영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그간) 문재인 대통령이 왜 신비주의를 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잘 알겠다. 무슨 일만 생기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탓하던 그때와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한 번이라도 공감하려 노력했다면…

    5월 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퇴임 소회를 밝힌 후 차량을 타고 떠나고 있다. [뉴스1]

    5월 9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퇴임 소회를 밝힌 후 차량을 타고 떠나고 있다. [뉴스1]

    문 전 대통령과 손 전 앵커의 인터뷰는 어떻게 봤나.

    “무슨 말을 할지 참 궁금했다. 세 번이나 돌려보며 하나하나 새겨들었다. 인터뷰 내내 책임 회피로 일관하더라. 특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에 대한 질문은 3번이나 답변을 피하며 국회에 책임을 떠넘겼다. 부동산정책 ‘선방했다’는 식으로 말할 땐 만감이 교차했다. 청년의 실상을 전혀 모르고 있구나 싶었다. 이제 우리 세대는 근로소득만으론 집을 살 수 없게 됐다. 임기 1, 2년차 대통령이 아니지 않나. 5년간 부동산 문제로 비판받고 수십 번 부동산정책을 뒤바꿨다. 우리에게 공감해 보려는 노력을 단 한 번이라도 해봤다면 그렇게 말 못 한다.”

    임기 동안 2030 청년 남성 표심 이탈이 두드러졌다. 부동산 문제가 이유라고 보나.

    “부동산 문제가 청년의 삶을 팍팍하게 만든 가장 큰 요인임은 분명하지만 이는 물질적 이유다. 정신적 이유도 있다. ‘갈등 조장’이다. 청년 세대는 온라인 소통이 일상이다. 소통이 쉽고 원활해진 만큼 싸울 일도 많다. 문재인 정권 동안 성별, 세대 등 사회갈등이 참 많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를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자신의 정치를 위해 서로를 ‘갈라치기’하며 이용했다. 사실 손 전 앵커와의 대담도 ‘선거용’ 같다.”

    선거용?

    “문 전 대통령이 대담에서 ‘문재인 지키기’를 ‘선거용’이라고 일축하던데, 정작 본인이 인터뷰에서 한 말이 선거를 염두에 두고 한 것 아닌가 싶은 거다. 설마 정말 몰라서 ‘난 다 잘했다’는 식으로 말했을까. 자신이 임명한 사람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주고 ‘10년 정권교체 주기설’도 깨버린 대통령이다. 문 전 대통령도 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을 리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여러 번 퇴임 후 ‘잊힌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이후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대통령으로 끝나고 싶다. 잊힌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3월 30일 서울 종로 조계사에서 성파 대종사와 만나서는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힌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문재인의 시간’은 끝이 난 것 아닌가. 문 전 대통령은 ‘잊힌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잊히고 싶어도 잊힐 수 없고, 잊어주고 싶어도 잊을 수 없다. 우리(신전대협)는 더 잊을 수 없고.”

    “문제(Problem)인(人)”

    이 대목에서 김태일 의장은 “남은 재판이 있어 잊을 수 없다. 5월 25일 ‘대자보 사건’의 2심 첫 공판이 열린다”며 ‘더 잊을 수 없는 이유’를 털어놨다. 그가 말한 대자보 사건이란 2019년 11월 신전대협 회원 김모(27) 씨가 단국대 천안캠퍼스에 문재인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대자보 ‘시진핑 주석의 서신’을 게재했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은 걸 가리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편지 형식으로 된 대자보엔 시 주석에게 절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친중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 골자였는데, 문 전 대통령을 ‘시진핑의 충견 문재앙’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됐다. 당시 단국대 측에서 처벌을 원치 않자 경찰은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죄)에 해당되지 않는 ‘건조물침입죄’ 명목으로 김씨를 약식 기소했다.

    김씨가 쓴 표현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김정식 씨도 포스터에서 문 전 대통령을 ‘북조선의 개’라고 일컬었다.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국민의 일을 대신 하라고 권력을 부여받은 대리인일 뿐이다. 꼭 떠받들어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있다면 국민에 대한 예의도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손자뻘인 우리가 하는 말에 사사건건 신경 쓰기보다는 북한의 ‘삶은 소대가리’ 발언에 입장 표명 한 번이라도 하는 게 더 보기 나았을 거다. ‘북조선의 개’라는 표현도 한 일본 잡지에서 쓴 표현을 번역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면 그 잡지의 저자를 고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쨌든 대통령의 국민 고소라는 전대미문의 사례를 만들어줬으니 우린 문 전 대통령을 잊으려야 잊을 수 없다. 그가 국민에게 잊힐 수 없는 이유도 있다.”

    무엇인가.

    “검수완박 입법 국면에서 보여준 행태다. 5년 동안 뭐 하고 있다가 임기 끝날 때 다 돼서야 급하게 처리하나. 문재인 정권이 저지른 비리를 파헤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5월 3일 ‘당일치기’ 공포를 위해 국무회의를 연기하는 ‘꼼수’까지 썼다. 모든 국민이 이를 목도했다. 이 모든 행태가 역사에 남을 텐데, 잊히고 싶다고 잊힐 수 있을까.”

    문 전 대통령이 역사에 어떤 사람으로 남으리라 보나.

    “이건 짧게 말하겠다. 문제(Problem)인(人).”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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