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매각 계약 뒤, 李 의견청취안 발표
시의회 “이미 팔린 것 아니냐”고 지적
성남시 “누가 산지 정확히 모른다”
李 측근 김인섭, 인·허가 핵심 공신?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의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동아DB]
백현동 “누가 샀냐”는 질문에 모르쇠
백현동 개발사업은 한국식품연구원이 전북 완주군으로 이전하며 시작됐다. 한국식품연구원은 백현동 부지를 팔고 싶었으나 토지의 용도가 ‘녹지’여서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2014년 4월 한국식품연구원은 성남시에 토지 용도를 녹지에서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2단계 상향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성남시는 “토지개발계획에 맞지 않다”며 이를 거절했다.2015년 1월 성남시는 갑자기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발표했다. 변경안의 내용은 같은 해 9월까지 해당 부지의 용도를 ‘준주거지’로 4단계 상향 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변경안 발표 한 달 뒤인 2월 부동산 시행사 아시아디벨로퍼가 주축이 된 성남알앤디PFV가 이 부지를 사들였다.
그런데 성남시의회는 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2015년 7월 2일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는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제출한 ‘성남도시관리계획 결정에 대한 의견청취안 심사결과’가 안건에 올랐다. 심사는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에 대한 내용이었다. 2015년 2월 부지 매매가 마무리됐지만 당시 시의원들은 이 사실을 몰랐다. 아래는 당시 시의원이던 윤창근 전 성남시의회 의장과 이근배 당시 성남시 도시계획과장이 백현동 부지에 대해 나눈 문답이다.
윤창근 : “이 땅을 지금 누가 가져갔어요?”
이근배 : “그렇게는(누가 가져간 것은) 아직 아니고요.”
윤창근 : “누가 사지 않았어요?”
이근배 : “개발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안 되어 있고 토지 전체 그냥 계약만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윤창근 : “누가 샀어요?”
이근배 : “모르겠습니다. 개인인 것 같습니다.”
윤창근 : “개인인가요, 기업인가요?”
이근배 : “개인인 것 같습니다. 그건 정확히···.”
윤창근 : “개인이 샀다면 일종의 특혜라고 볼 수 있어요.”
성남시의회 관계자는 “백현동 개발 관련 허가가 갑자기 떨어지는 바람에 당을 막론하고 이 사안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의원이 드물었다”고 말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백현동 재개발에 참여한다는 등의 사업 방향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며 “시의원은 물론 담당 직원들도 백현동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감사원 감사 결과 성남시는 당초 백현동 부지를 매각하며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공)가 사업에 참여하는 민관합동개발을 조건으로 걸었다. 그러나 성남도공은 이후 사업 참여에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2016년 7월에는 유동규 전 성남도공 본부장이 실무자들에게 철수를 지시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로 인해 공사에 최소 314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를 받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경찰 조사에서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시해서 시작한 사업”이라며 “사업 참여나 포기 결정은 나와는 무관하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측 “관계 끊긴 지 10년 지났다”
2006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에서 김인섭 전 하우징기술 대표가 선대본부장을 맡았다. [성남투데이]
김 전 대표는 정 전 실장보다 먼저 이 대표와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대표가 변호사로 활동하던 2000년대 초반, 김 전 대표는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을 맡았다. 이 대표가 낙선한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서는 선대위원장을 지냈다. 2008~2010년에는 민주당 분당갑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말 아시아디벨로퍼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류 직후인 2015년 1월 성남시는 백현동 부지 용도를 상향 조정했다. 수사기관도 이를 알고 있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경기남부경찰서 수사결과 통지서’에서 경찰은 “김 전 대표가 성남시에 영향력을 행사해 백현동 사업 관련 원활한 진행을 돕거나 인·허가 등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주는 대가로 성남알앤디PFV 주식 25만 주를 취득했다”고 적시했다.
이 대표 측은 2021년 10월 “김 전 대표와 관계가 끊긴 지 10년이 지났다”며 “인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호가호위하면 다 잘라버린다”며 측근설을 일축했다. 김 전 대표도 올해 2월 7일 KBS와 인터뷰하면서 “과거 이 대표를 도운 건 맞지만 2010년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 사이가 나빠졌다”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정 전 실장 역시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에서 “김 전 대표와 평소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가 아니다”라며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김 전 대표와 연락한 적 없다”고 증언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경찰서 수사결과 통지서에는 “2014년 4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정 전 실장과 김 전 대표가 115차례 걸쳐 통화한 내역이 확인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2015년 백현동 부지 용도 4단계 상향에 역할을 한 대가로 민간사업자로부터 70억 원을 받기로 한 혐의(알선수재)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또 김 전 대표가 정 전 실장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김 전 대표가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등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특혜를 받았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신동아 3월호 표지.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추적] 文 정권 5대 적폐 수사, 어디까지 왔나
[영상] “내가 후배 의원 170명 고발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