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호

北, 서해 5도 국지 도발로 북·미 재협상 노린다

민간인 없는 우도가 특히 취약

  • 김기호 강서대 교수·前 한미연합사 작전계획과장

    remnanthero@gmail.com

    입력2024-03-04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끈끈해진 북·중·러 연합, 美 눈치 안보는 北

    • 북한판 SSBN 조기 완성 앞두고 있지만…

    • 北, 부촌 개성에도 아사(餓死)자 발생

    • 내·외부 문제 해결 위해 무력도발 가능성↑

    2023년 9월 노동신문은 북한의 전술핵 공격 잠수함(SSBN) ‘김군옥 영웅함’ 진수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2023년 9월 노동신문은 북한의 전술핵 공격 잠수함(SSBN) ‘김군옥 영웅함’ 진수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유사시 핵무력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해 12월 당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남긴 지시 사항이다.

    김정은은 한국을 주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12월 31일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이 회의에서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해 헌법에 반영하라”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라” 등의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 정권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 집단’으로 규정하고 “올해 접경지 도발, 무인기 침투, 가짜뉴스, 사이버 공격 등 여러 도발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별한 대비를 주문했다.

    남북 간 갈등이 격화되자 무력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수개월 내 한국에 ‘치명적인 군사행동(Lethal Military Action)’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2년 전 美 대북 핵억지력 약화 인지

    북한이 강경책을 내놓는 배경에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가 있다. 일단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국무장관은 1월 30일(현지 시간), 미 의회 청문회에서 인도태평양, 중동, 우크라이나 등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현 국제 정세를 거론하며 “미국은 유럽과 중동에서 (군사적) 억지력을 잃었다”며 “아시아에서도 억지력을 상실하기 직전이며 이미 잃었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대북 핵억지력에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나타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노동신문]

    김정은은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2022년 12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국제관계 구도가 ‘신랭(냉)전’ 체제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2022년 9월 시정연설에서도 “(미국의 힘이 빠져가면서) 조성된 다극화 국면을 군력(軍力) 강화의 더없이 좋은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새로운 국제정세를 최대한 활용해 군사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북한은 미국과 맞서기 위해 중국-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5월 미국이 주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 결의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실패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3개 상임이사국을 비롯해 모두 13개국이 찬성해 통과에 필요한 찬성표(9표)를 훌쩍 넘어섰지만, 거부권을 쥔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해 부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월 3일(현지 시간) 뉴햄프셔주 내슈아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월 3일(현지 시간) 뉴햄프셔주 내슈아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시기도 북한의 편이다. 2024년은 세계 76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선거의 해’다. 미국은 물론 유럽, 대만, 한국 등 자유민주주의 동맹국 지도자들의 얼굴이 바뀔 수도 있다. 미국부터 불안하다. 지난해 11월 9일 CNN이 공개한 조사 결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상 대결에서 45% 대 49%로 4%포인트 뒤졌다.

    김정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염두에 두고 한국과 대화를 단절하려 하고 있다. 차기 미국 행정부와 핵보유국 인정을 두고 담판을 벌일 심산이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계획은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월 26일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압승했다. 그는 유세 연설에서 김정은을 언급하며 “그는 나를 좋아했고, 나는 그와 잘 지냈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또한 트럼프 재선 시 자신이 직접 트럼프와 북핵 동결과 제재 해제 담판에 나설 계산을 한다는 것이 외교가의 중론이다.

    러시아 조력으로 핵잠수함 개발 박차

    북한 내부 정세가 위기에 직면한 것도 무력도발 가능성을 높인다. 최근 북한 내 식량 사정은 심각한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부촌인 개성에서도 아사(餓死)자가 발생할 정도다. 지난해 2월과 3월에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은 2022년 1~7월 북한 내 아사 건수가 240여 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5년 평균인 110여 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김정은은 1월 23~24일 열린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지방 인민들에게 기초식품과 식료품·소비품을 비롯한 초보적인 생활필수품조차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방의 배급 체계 붕괴를 이례적으로 공식 시인했다. 정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 북한 일부 지방에선 주민 70∼80%가량이 배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량 부족은 북한 경제가 무너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20일 발표한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에서 2022년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0.2%로 전년도 –0.1%보다 더 하락했다.

    중앙과 지방 사이 경제적 격차도 문제다. 북한에서 평양이 아닌 지방 주민들이 겪는 상대적 박탈감은 식량 배급 등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내부 불만이 팽배해질 때면 일부 위정자는 외부 위협을 언급한다. 외부의 위협 요소를 부각해 내부의 결속을 꾀하는 것. 북한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긴장 상태를 유지, 혹은 더 큰 분란을 발생시켜 내부 결속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더 큰 걱정은 북한에 충분히 무력도발을 감행할 실력이 있어서다. 최근 북한판 ‘탄도미사일 원자력 잠수함(SSBN)’ 완성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9월 김정은 참관하에 진수시킨 3000t급 ‘김군옥 영웅함’을 SSBN으로 개조하고 있다. SSBN이 완성되면 북한은 미국 인근 앞바다까지 몰래 접근해 핵 미사일을 쏠 수 있다. 미국이 북한에 핵으로 선제공격을 가하더라도, SSBN은 해저에 숨어 핵으로 보복도 가능하다. 북한판 SSBN이 완성돼 실전 배치되면 한국에는 대재앙이요, 미국에도 큰 위협이 된다.

    북한은 신무기 개발 시간을 줄이기 위해 러시아와 손잡았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1월 14~19일 러시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일정을 논의하고 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를 주고 SSBN 개발 기술을 이전받을 심산이다.

    북한 도발한다면 서해 5도일 듯

    한국군은 북한이 이미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5600여 개에 달하는 컨테이너를 러시아로 이송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컨테이너에는 수백만 발의 포탄과 무기,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이 들어 있을 공산이 크다.

    러시아는 기술이전으로 무기 대금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SSBN의 심장 격인 소형 원자로, 깊은 잠항을 위한 고강도 압력 선체 제작 기술 등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북한에 내준다면 북한판 SSBN은 더 빠르게 완성된다.

    북한은 무기 실전 훈련도 계속 해오고 있다. 동해와 서해를 오가며 1월 24·28·30일에 걸쳐 ‘불화살-3-31형’과 ‘화살-2형’ 순항미사일(SLCM)을 여러 발 쐈다. 북한은 이 미사일에 ‘화산-31형’ 전술핵탄두와 동일한 무게의 모의탄을 장착, 실전 배치를 위한 ‘전술핵 공격 집중 훈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무력도발을 감행한다면 그 무대는 서해 해상 완충 구역이 될 확률이 높다. 특히 서해 5도(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일대가 위험하다. 북한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서해 5도 일대를 표적으로 한 사격훈련을 많이 실시했다. 표적에 대한 제원(data) 기록이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유엔군사령부가 바로 개입하게 된다. 이를 이용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여 직접 담판을 짓겠다는 것이 북한의 전략이다.

    서해 5도 중 가장 위험성이 높은 곳은 우도와 연평도다. 연평도에는 소규모의 해병대가 주둔하고 있다. 우도에는 민간인이 아예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은 이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하지 않아왔다. 9·19 군사합의로 완충구역인 이 지역에서 군사훈련이 금지돼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이 합의를 파기했고, 한국은 올해 1월까지 이 합의를 지켜왔다.

    북한은 미사일 및 포격 도발 후 서해 5도가 위치한 바다가 북한 영해라고 우길 것이다. 북한은 1994년에 발효된 신해양법(제3조)의 ‘영해 폭이 12해리’라는 규정에 의거, 새로운 해상 군사분계선을 1999년부터 주장하고 있다. 이 선은 등산곶과 굴업도의 중간선으로서 굴업도는 해상 완충구역으로 설정된 덕적도 바로 옆 섬이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가 북한의 직접적인 위협에 놓이게된다.

    이외에도 북한이 다양한 무력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휴전선 일대 등에서 국지적 무력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7차 핵실험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월과 3월, 8월에 실행되는 대규모 한미연합훈련과 4월 총선, 11월의 미 대선을 기점으로 북한의 도발은 점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 군 당국은 북한의 다양한 도발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동시에 한국도 핵전력 준비에 나서야 한다. 한미원자력 협정을 개정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허용을 통해 핵무기 제조 잠재력을 보유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도 요구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이 영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이 기회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려면, 적어도 비슷한 핵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김기호
    ● 예비역 육군 대령, 국제정치학 박사
    ● 한미연합사 작전계획과장, 합참 군사전략과 전략기획장교
    ● 국방대 안보대학원 군사전략과 교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 現 강서대 교수(국제관계학)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