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호

긴급특집 | 김정은, 공포를 쏘아 올리다

‘조건부 핵개발’로 美·中이 北 압박게 해야

대한민국 5대 생존전략

  • 주명건 | 세종연구원 이사장

    입력2016-09-20 11: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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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핵 해결되면 비핵화…‘조건부 핵개발’
    • 항공우주방위산업을 수출전략산업으로
    • ‘ASEAN + K’ 구축해 AU 설립하자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통해 각국의 핵개발을 규제하면서 동맹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미국 중심 체제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인도는 중국과의 국경분쟁에서 밀리지 않고자 핵무장을 했고, 인도와 국경분쟁이 잦은 파키스탄도 인도에 대응해 핵무장을 했다. 중동에서는 이슬람 국가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해야 하는 이스라엘이 프랑스와 협력해 핵무기를 개발했다.

    현재 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이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북한이 핵보유국 대열에 합류하려 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난처하게 한다.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췄을 때도 미국은 한반도에 핵우산을 펼칠까. ‘트럼프 신드롬’을 감안하면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國富 한순간 날아갈 수도

    미국은 오랫동안 고립·불간섭주의를 표방하는 먼로주의를 고수했으나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소련과 함께 세계의 주도권을 쥐었다. 소련 붕괴 후에는 유일 초강대국이 돼 ‘세계화’라는 명분으로 각국 자본시장을 개방시켜 투기세력이 천문학적 규모의 자본이득을 취하도록 했다.

    그 결과 미국 내에서도 소득 편중과 금융 부실이 나타났으며, 실물경제는 정체된 채 통화만 팽창해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생겼다. 거품이 꺼지자 세계 금융위기가 도래했다. 대형 투자회사들은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구제됐으나 중산층은 경제적으로 몰락했다. 극에 달한 중산층의 분노가 폭발해 오늘날 트럼프 신드롬으로 표출됐으며 그것이 먼로주의를 연상케 하는 신고립주의의 정서적 기반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더라도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이 무력 개입을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중국에 대한 봉쇄전략을 취할 것이다. 그 결과 중국 경제는 후퇴할 수밖에 없으며 미국의 우위는 다시 공고해질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나 미국의 핵우산만 믿고 안이하게 대처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한다.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한 미사일을 실전에 배치하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새로 배치한 방사포는 사거리가 200㎞에 달해 평택까지 사정권에 뒀다. 북한은 머지않아 기존에 개발한 SLBM, ICBM, IRBM(중거리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자적 대응 전력이 없는 한국은 북한이 사이버 전쟁이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과 같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과거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처럼 국부(國富)를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도 있다.

    한국은 이 같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과감하고 포괄적인 국가 생존전략을 세워야 한다. 필자가 제언하는 ‘대한민국 생존전략 5’는 다음과 같다.

    1. 대중·대미 협상력 강화

    그동안 한국은 6자회담 및 유엔 대북제재에 동참해왔다. 6자회담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 2270호는 중국의 불분명한 태도로 인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북·중 합작회사의 광물 수출은 오히려 늘었으며, 중국은 북한에 대한 전략물자 지원을 끊지 않고 있다. 북한이 5차 핵실험까지 한 상황에서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순 없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협상력을 키우고 북핵 제거가 그들의 국익에 직결된다고 설득해야 한다.

    중국은 1979년 미국과 수교한 이래 국내총생산(GDP) 59배, 수출 126배의 고도성장을 이뤘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세계경제 체제에 편입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핵 문제로 미국과 대결하면 미국이 대중(對中) 봉쇄정책을 구사할 명분을 갖게 돼 중국의 경제성장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북핵은 중국에도 실익이 없으며 이 문제로 미국과 대결하기보다는 협력해 북핵을 억제하는 데 적극 나서도록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핵무기를 쥐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는 북한을 두둔하는 게 결코 현명하지 않음을 중국에 강조해야 한다. 북한이 오판해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들면 곧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중국이 계속 북한을 두둔하면 한국과 일본도 미국 중심으로 결집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이러한 파국으로 인한 이해득실을 잘 따져보도록 해야 한다.



    核 의지·능력 천명해야

    힘없는 평화는 불가능하며, 힘없는 국가는 절대로 상대방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은 철저하게 힘에 기반을 두면서도 주변국이 합리적이고 공정하다고 여길 수 있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한 전략의 하나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점진적인 조건부 핵개발 전략(Conditional Nuclear Development Strategy)을 세워야 한다.

    한국은 ‘핵보유국이 되고 싶지 않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내세워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생존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일본이나 기타 핵보유국들과 공조해서라도 조건부 핵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천명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한국은 언제든지 조건부 핵개발 전략을 포기하겠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해야 한다.

    조건부 핵개발 천명은 주변국을 설득하기 위한 현실적인 전략이다. 한국은 북핵 위협이 점증하는 한 언제든 핵개발을 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그러한 능력과 의지가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렇게 해야 주변 강대국들이 비로소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끔 실질적으로 압박할 것이다.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조건부 핵개발 전략의 관건이다. 한국을 실질적인 대(對)중국 압박카드로 활용하려면 지금처럼 핵 위협에 노출된 힘없는 한국은 유효한 카드가 못 된다는 것을 미국에 주지시켜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북한은 핵무기를 완성할 것이며, 이는 미국에도 큰 부담이 된다.

    NPT 조항에도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의 핵개발은 제지하지 못하게 돼 있다(제10조). 1956년 이스라엘은 주변을 둘러싼 중동 국가들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핵무기를 개발했다. 또한 인도가 중국에 대항해, 파키스탄이 인도에 대항해 각각 핵무기를 개발한 것도 정당방위 차원에서 인정됐다.



    다만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높으므로 조건부로 점진적인 핵개발을 하는 것이다. 아울러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언제든 비핵화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만약 지금과 같은 사태가 지속되면 종래엔 중국도 북한을 통제할 수 없게 돼 미·중의 대립구도는 한층 더 악화할 것이므로 한국의 조건부 핵개발은 파국을 예방하기 위한 전략임을 적극 부각해야 한다.

    2. 방위산업의 수출전략산업화

    한국의 기존 성장 전략은 한계에 도달해 일반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 등 제3세계 국가의 추격을 이겨낼 수가 없다. 따라서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동시에 북핵 문제에 대응하는 산업으로서 항공우주방위(A&D)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성이 크다. 북핵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A&D산업 육성은 생존전략으로서의 당위성이 확보되므로 주변국의 견제를 덜 받고, 정부가 합법적으로 연구개발비를 지원할 수 있으며, 수출 과정에서 성능을 검증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세계 방위산업 규모는 5000억 달러에 달하며, 한국은 이 가운데 약 100억 달러(2%)를 생산해 10위 수준이지만, 선진국 대비 가격경쟁력은 84%, 기술경쟁력은 86%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은 방위산업의 수출산업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경쟁력을 갖추고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개발해 영토를 ‘불침함’으로 만들어야만 북한의 핵 위협을 극복하고 통일의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다.

    3. 사이버 전력 강화

    한국은 사이버 전쟁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것에 대응해야 한다. 한국의 모든 사회기간시설은 전자기기로 작동된다. 북한의 사이버 공격으로 이들이 마비되면 커다란 사회적 혼란이 온다. 그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핵무기로 위협하면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다.

    독일과 일본이 2차대전에서 패망한 큰 이유 중 하나는 정보전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해독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독일의 암호체계를 해독했다. 하지만 연합군이 이를 철저하게 숨겼기에 독일과 일본은 그런 사정을 모른 채 전쟁을 수행했다. 영국은 암호체계 해독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캔터베리 야간 폭격으로 인한 희생까지 감수하며 승전을 이끌었다.

    오늘날 한국은 모든 것이 전산화했는데, 북한과 중국의 해킹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한국에 이에 대비할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사이버 전쟁 요원을 특정 교육기관이 독점적으로 양성하도록 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사이버 전쟁 요원 양성의 독점체제를 풀고 다양한 교육기관이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

    4. ‘ASEAN + K’  통한 AU 설립

    한국은 아시아 지역통합을 주도해 AU(아시아연합)를 설립해야 한다. 우선은 중국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ASEAN + 3(한국, 중국, 일본)’을 통해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협정이 체결된 바 있으나 중국과 일본의 패권 다툼으로 실효가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강대국인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ASEAN과는 상호보완적 관계이므로 대등한 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 따라서 ‘ASEAN + K(한국)’를 구축한 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으로 외연을 넓히고 궁극적으로 인도, 중국, 일본과 이슬람권까지 포함한 AU를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지역통합 과정에서 북한과의 통일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5. 세계 평화의 섬 건설

    기존의 발상을 넘어선 ‘세계공영전략’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그 일환으로 북한의 기습적 포격과 잠수함 침범에 취약한 경기만을 간척해 ‘세계 평화의 섬’으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과거 열강의 전쟁터이던 벨기에처럼 한국도 미·중·러·일의 접점에 위치해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대결장이 돼왔다. 벨기에는 숙적 독일과 프랑스를 설득해 EEC(유럽경제공동체) 설립을 주도했기에 오늘날 수도 브뤼셀이 유럽의 수도가 될 수 있었다. 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북핵에 대응하는 동시에 미·중의 대결 구도를 평화공영으로 바꾸기 위해 미국과 중국을 설득, 한국을 세계 평화의 수도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한국을 완전한 개방국가로 만들어야 한다. 싱가포르(법인세율 17%, 소득세율 20%), 홍콩(16.5%, 15%)과 경쟁할 수 있도록 세제부터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경기만을 간척해 얻는 15억 평의 토지(서울 면적의 8.3배, 싱가포르 면적의 6.9배)를 기반으로 전 세계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과감하게 규제를 혁파해야 외국 기업을 유치할 수 있다.

    경기만은 천혜의 여건을 갖춘 지역으로 국고만 낭비한 새만금과는 여건이 전혀 다르다. 수심이 얕아 간척비가 적게 드는 데다 주변 토지 가격이 높아 간척비의 몇 배에 달하는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여기에서 확보한 수익(약 1334조 원)으로 제2 국민연금을 조성함으로써 저출산, 고령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노르웨이는 북해 유전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제2 국민연금을 조성해 복지 수준과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주 명 건


    ● 1947년 서울 출생
    ● 미국 시러큐스대 석사(경제학), 매사추세츠대 박사(경영경제학)
    ●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세종대 이사장
    ● 現 세종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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