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우선 1만 원 조금 넘는 가격에 디자인도 괜찮고 용량도 큰 스마트폰 보조배터리가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핏빗(Fitbit)’ 같은 경쟁 제품에 비해 압도적으로 싼 운동량 측정 팔찌, ‘미밴드’가 인기를 끌었다. 핏빗 같은 제품이 10만 원이 넘는 데 반해 미밴드는 겨우 2만 원 정도면 구할 수 있고, 성능도 괜찮기 때문이다.
이후 스마트 체중계, 블루투스 스피커, 이어폰 등이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다. 각종 행사에서 샤오미의 USB 선풍기나 간이 조명 등을 사은품으로 나눠주는 경우도 늘었다. 워낙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아서 그렇다고 한다.
샤오미는 주력 상품인 스마트폰을 한국에 공식 판매하지 않는데도 한국에서 이렇게 조용히 팬들을 확보해왔다. ‘중국산’답지 않게 싼 가격에 고성능 제품을 내놓는다고 해서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제 언론매체는 샤오미를 삼성, LG를 위협하는 중국 기업의 대명사로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샤오미는 도대체 어떤 회사인가. 중국어로 ‘좁쌀’이란 이름을 가진 이 회사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일으킨 거대한 돌풍은 과연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2010년 4월 베이징에서 설립됐으니 이제 겨우 다섯 살밖에 안 된 샤오미는 지난해 2분기 중국 시장에서 1499만 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삼성전자를 꺾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에 올라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14%의 시장점유율로 삼성전자, 레노보, 애플 등을 꺾은 것이다.
현대차 1.5배 기업가치
2011년 처음 스마트폰을 만들기 시작한 샤오미가 겨우 3년 만에 판매 대수로 중국 시장 1위에 오른 것이다. 한국에서 어떤 스타트업이 창업 4년 만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1등 삼성전자를 꺾을 수 있을까 반문해보면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일개 무명 스타트업이 이런 일을 해낸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애플, 삼성전자, 그리고 중국의 대기업 화웨이, 레노보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샤오미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610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한화로 약 13조5000억 원의 매출을 올림으로써 일약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로 부상했다. 샤오미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450억 달러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서 11억 달러를 유치했다. 450억 달러는 현재 환율로 약 52조 원이다. 한국에서 시가총액 36조 원으로 삼성전자에 이어 2위인 현대자동차의 1.5배에 해당하는 기업가치를 가진 셈이다. LG전자(시가총액 8조5000억 원)와 비교하면 6배가 넘는다. 도대체 투자자들은 샤오미의 무엇을 보고 이렇게나 높은 가치를 쳐줬을까.
샤오미는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기존 전자 대기업과는 확연히 다른 회사다. 기존 강자들과 같은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확연히 다른 방법으로 전략을 짰고, 실천하고, 보기 좋게 성공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샤오미는 직접 생산공장을 갖지 않고 위탁 생산한다. 애플의 방식이다. 그리고 매년 MI1, MI2, MI3, MI4라는 식으로 1년에 한두 개의 대표 스마트폰 모델만 내놓는다. 애플 아이폰, 삼성 갤럭시 시리즈와 품질은 비슷하면서 가격은 거의 반값이다. 그리고 오프라인 판매가 거의 없고, 온라인 판매만 고수한다. 광고 등 마케팅 비용도 거의 쓰지 않으며, 충성고객과의 강력한 유대관계를 판매 채널로 활용한다. 샤오미의 CEO 레이 준은 애플이나 스티브 잡스와 비교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는 애플과 비슷하다기보다는 아마존에 더 가깝다. 아마존에 구글이 섞인 회사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