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에선 연일 ‘달마도를 걸어놓거나 달마도가 새겨진 물건을 소장하면 병이 낫고 행운이 오며 부자가 되고 마음도 편안해진다’고 선전한다. ‘귀신이 놀라 도망가고, 땅속에 흐르던 수맥이 저절로 끊어진다’고도 한다. 달마도를 그려서 먹고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서로 자기가 그린 달마도의 ‘기(氣) 효험’이 더 크다고 다툰다.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을 타고 흐르면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이들은 너도 나도 달마도를 사러 나선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려가는 것도 예사다. 그들에게 희망을 보장하는 달마도를 그려준 이들은 그 대가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
수험생용 달마도, 수맥 차단용 달마도, 취직기원 달마도 등 그 종류만도 수십 가지. 도자기, 쟁반, 액세서리, 열쇠고리, 휴대전화 고리, 책갈피, 벼루에 이르기까지 달마가 그려진 공예품과 생활용품들이 말 그대로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 물론 제품명 앞에는 ‘행운의’ ‘액운을 쫓는’ ‘수맥 차단용’ ‘질환 치료용’이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표구사, 화랑 등 업계에서 추정하는 달마도 관련 시장은 연 5000억원 규모. 2002년 통계청이 조사한 국내 역술시장(부적 포함)의 규모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상업 달마도의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로 성장했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국내 최대의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의 쇼핑코너에 들어가 ‘달마도’를 검색하면 160개의 달마도와 달마도 관련 상품이 나온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 옥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적도 달마도이며, 달마도 부적 경매 상품만 190여 종에 달한다. 17명의 스님, 선사, 거사, 화백의 그림이 경매에 올라 있다. 심지어 클릭할 때마다 광고비를 지급하는 인터넷 오버추어 광고를 통해 자신이 그린 달마도를 광고하는 스님, 화가도 있다.
직접 그리지 않고 판화로 찍어낸 달마도가 TV 홈쇼핑에서 시간당 1억5000만원어치씩 팔리고, 공중파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달마도를 사기 위해 하루 수천 명이 관광버스를 대절해 유명 화가를 찾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