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년 전 ‘뭣 모르고’ 학원운영을 시작해 젊음을 통째로 학원에 바친 이덕희 이사장(왼쪽)·심은숙 원장 부부.
교육에 관한 한 비전문가에 가깝던 두 사람은 커가는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점차 교육자로 성장해갔다. 이 이사장은 초창기부터 ‘눈높이 교육’을 했다고 자부한다.
“책상과 의자를 직접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자꾸 책상에 무릎을 부딪혀 멍이 들고 피가 나지 뭡니까. 그래서 제가 직접 앉아보니 다리에 꽉 끼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 책상을 높이면서 눈높이 교육의 중요성을 알았어요. 책상을 아이들 몸에 맞게 만들어야 하듯 교육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걸요. 그때 이후로 아이들끼리 대화하는 걸 유심히 지켜봤다가 수업할 때 아이들이 즐겨 쓰는 말이며 말투를 써가며 설명했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그렇게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공부하니 아이들 성적이 절로 올라가고, 아이들이 부모님 말은 안 들어도 저희 말은 잘 들었어요.”
특목고 합격생 배출의 폭발력
등 떠밀어 보내야 했던 학원을 아이들이 제 발로 가겠다고 하고, 학교 성적도 오르자 고마운 마음에 학원을 찾아와 눈물짓는 학부모도 생겨났다. 그러면 부부는 거드름 피우지 않고, 학부모를 학원 밖까지 배웅하며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했다. 학부모 처지에선 ‘내 아이를 저 사람들에게 맡기면 최소한 저 정도의 예의는 갖추겠지’ 하는 믿음이 생길 만했다.
학부모들의 입에서 입으로 명성이 전해지면서 학원생 숫자가 늘어났다. 2년 뒤, 학원과 붙어 있던 20평짜리 중국음식점까지 강의실로 만들어 27평 규모의 학원이 됐다. 그러다 고층 건물 한 층을 임차하고, 또 다른 건물을 추가로 임차하고…. 개원 이후 꾸준히 성장한 명성학원은 현재 지하 1층, 지상 6층짜리 본관 건물을 비롯해 모두 6개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강사 수 200여 명. 학원생 수는 “초·중·고부 각각 학교 한 개 규모”에 이른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입소문의 폭발력이 엄청났다”며 웃는다. 그러나 입소문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퍼지기 어렵다.
“1991년에 2명이 과학고에 합격하고부터 입소문이 번졌어요. 잘하는 아이들에게 투자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1993년에 12명, 1994년과 1995년엔 20여 명씩 특목고에 보냈어요. 그런데 입시제도가 바뀌면서 1996년 이후 특목고 학생이 내신 때문에 대입에서 불리해졌어요. 그때 많은 학원이 특목고 대비반을 없앴는데, 우리는 그때까지 아이들을 외국어고나 과학고에 보내기 위해 가르친 게 아니었습니다. 우수한 학생이 실력을 더 쌓도록 지도한 거죠. 그래서 입시제도에 상관없이 해오던 대로 계속했는데, 거기서 차이가 난 것 같아요. 우수한 학생을 가르치는 노하우가 축적된 효과가 200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나타났어요.”
2003년 105명, 2004년 118명, 2005년 143명, 2006년 150명. 그동안 명성학원이 배출한 특목고 합격자는 700여 명에 달한다.
“사교육계에 몸담은 분들은 알아요. 이곳 서부지역 학생층이 엷다는 걸. 한마디로 학부모의 주머니 사정이 좋질 못해요. 강남, 목동, 중계동에선 자녀 성적이 떨어지면 학원을 더 알아보고 과외 선생을 붙이면서 아이를 다그치지만 이쪽 지역 부모는 포기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도 어떻게 그처럼 많은 아이를 특목고에 보내고, 서울대와 연·고대, KAIST, 포항공대에 보냈는지 강남 사교육 관계자들도 놀라워해요. 무슨 노하우가 있지 않느냐고 하는데, 노하우는 없어요. 다만 선생님들이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가도 링거를 꽂은 채 나와서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은 공부하다 까무러치기도 할 만큼 열의가 있어요. 명성학원에서 가르치는 것, 공부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학교 성적 70점 이상
요즘 학원가는 테스트를 통해 일정 기준 이상의 실력을 갖춘 학생들만 뽑아 철저하게 수준별 교육을 시키는 풍토가 자리잡았다. 그렇게 해야 학생 관리가 수월하고, 우수한 실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명성학원은 이러한 시스템을 이미 오래 전에 갖췄다. 입학시험을 통과한 아이들은 명성학원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1991년부터 명성학원에 근무한 고등부 강사 양선숙씨는 “초창기부터 학생을 무조건 받지 않고, 레벨 테스트로 수준을 정확히 파악한 다음에 입학시킨 것이 중요한 성공 비결”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