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에겐 여러 말이 필요 없어요. 눈을 맞추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거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넌 1등’ ‘넌 100점’ ‘넌 최고’ 하면 돼요. 돈 들어가는 일도 아닌데, 아이들은 그 작은 것 하나로 굉장한 힘을 얻어요. 종일 신나서 다니죠.”
학원의 생명력은 강사의 질에 달려 있다. 명성학원은 강사를 전적으로 공개 채용한다. 이 이사장 부부는 “이제 눈만 봐도 좋은 강사인지 아닌지 가려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력과 직관만으로는 선택이 완벽할 수 없으니 채용 후 3개월간 유심히 지켜본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여부.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것만큼 비교육적인 게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사들에게 “당신의 아이를 이 학원에 보낼 수 있게끔 가르치고 행동하라”고 당부한다. 실제로 여러 강사의 자녀가 명성학원에 다니고 있다.
장기간 근무한 강사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5년 이상 근무자가 대다수. 16년째 근무하는 강사도 있다. 학원 강사가 이직률이 높은 직업임을 감안할 때 흔치 않은 일이다. 사교육이 비교육적이라고 공격받는 것도 강사들이 아이들에게 지식만 주입하고, 돈 많이 준다는 곳이 있으면 언제든 보따리를 싸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1998년부터 명성학원에 근무한 강사 송지영씨는 “강사마다 직책이 있고, 책임져야 할 아이들이 있다보니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다”고 말한다. 학원 강사는 교사와 달리 강의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명성학원은 강사 1명이 20명 안팎의 학생을 직접 ‘관리’한다. 학교의 담임교사 같은 역할이다. 학생의 출결 및 성적, 학습태도 등을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상담도 한다. 2002년부터 명성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임선아씨는 중3 때 명성학원에 다닌 이 학원 출신 강사. 임씨는 “강사 업무 중 강의와 상담 비중이 5대 5에 이른다”며 “수업을 할 때나 안 할 때나 강사와 아이들이 늘 대화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한다.
잦은 상담은 학부모의 신뢰를 이끌어낸다. 지난 여름부터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을 명성학원에 보내고 있는 평창동의 A씨는 “학원 담임선생님이 자주 전화해 아이가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묻고, 학원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도 알려준다”고 했다. 그전까지 아들에게 선행(先行)학습을 시켜본 적이 없다는 A씨는 “이웃의 권유로 아이를 명성학원에 보냈는데, 무엇보다 시키지 않아도 예·복습하는 습관이 생긴 점이 만족스럽다. 선생님이 아이에게 공부의 필요성을 일깨워주고, 아이가 또래들로부터 자극도 받은 것 같다”고도 했다.
고등부 외고·과고팀장을 맡고 있는 조승곤씨는 몇 해 전 이 이사장에게 “학원을 제대로 키우려면 대치동에 지점을 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가 단박에 거절당했다. 그는 “이사장이 ‘내가 이 지역을 떠나는 순간 나는 장사꾼이 된다. 돈 되면 안 가는 곳 없는 게 장사꾼 아니냐. 이 지역 주민들에게 명성학원에 발을 들이면 다른 지역에 안 가도 대입까지 준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하더라. 그 말에 지역에 대한 사명 같은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근 지역 학생들에게 초등학교 때부터 대입까지,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논스톱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게 이 이사장 부부의 목표다. 그래서 가끔은 ‘돈 안 되는 반’도 만든다. 예를 들어 대부분 A나 B학교 진학을 희망하는데 단 2명만 C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면 그 아이들을 A 혹은 B반에 넣거나 포기하는 게 아니라 C반을 만드는 것. 일단 반을 하나 만들면 국어, 영어, 수학, 과학강사가 다 동원돼야 한다. 그러나 학원 수강료는 수업시수(時數)에 따라 매겨지니 2명이라고 해서 학원비를 더 받을 수도 없는 노릇. 그럼에도 반을 만드는 건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강남 등 다른 지역으로 가거나 그럴 형편이 못돼 꿈을 접기 때문이다.
학원의 위치상 내로라하는 정관계 인사 자제부터 하루 밥벌이도 힘든 서민의 자녀, 그리고 고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제적 배경을 가진 학원생들을 접해온 것도 ‘논스톱 교육 서비스’ 꿈을 키우게 된 계기다. 아이가 잠재력은 있는데 가정형편상 그것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거나 작은 도움으로 실력이 월등히 향상되는 것을 보고 교육의 힘을 절실히 느낀 것.
참기름과 ‘소년의 집’
심 원장에겐 추석 무렵이면 꼭 생각나는 학부모와 학생이 있다. 남편이 몸져누운 바람에 혼자 생계를 꾸려야 했던 어머니와 자녀다. 명성학원은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생활보호대상자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탁받아 교육하는데, 바로 그런 경우였다.
“남매가 공부를 아주 잘했어요. 그러다 추석 전날 어머니가 찾아와 자신이 해줄 게 이것밖에 없다며 참기름 병을 내밀었어요. 세 집을 돌아다니며 차례 준비를 해주고 오는 길이라는데,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눈에 초점이 없고, 손이 나뭇가지처럼 거칠었어요.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도저히 그 참기름을 먹을 수 없더군요.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그 어머니와 요즘도 가끔 통화를 하는데, 당신이 가장 힘들었을 때가 아이들을 명성학원에 공짜로 다니게 했을 때라고 얘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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