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톰 바욘 사원. 이 사원은 신들이 사는 천상계의 중심을 상징한다.
하지만 근대 이후 캄보디아는 내전에 시달렸습니다. 특히 1975년부터 79년까지 4년에 걸쳐 좌익 무장단체 크메르 루즈에 의해 일어난 킬링필드는 인류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긴 비극적 사건입니다. 이때 크메르 루즈는 전체 국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만명을 학살했습니다.
9세기부터 13세기까지 융성했던 앙코르 왕조는 캄보디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국입니다. 왕위 계승 때마다 내분에 휘말려 거대한 제국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새롭게 권력을 거머쥔 왕들은 현세에 군림하는 신(神)이 되고자 새로운 도성과 대사원을 건축했습니다. 바로 그 ‘신의 세계’가 앙코르와트, 앙코르톰입니다. 그러나 14세기부터 나라가 쇠약해지면서 태국 아유타야(Ayuthaya)의 속국이 되었고, 15세기에 이르러 앙코르 왕국은 멸망했습니다. 신들의 도시는 정글에 버려진 채 ‘잊힌 도시’가 되었고요.
수백 년이 지난 1861년, 황폐한 밀림 속에서 폐허가 된 앙코르 유적이 발굴됐을 때 사람들은 거대한 규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복구 작업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약탈과 전화(戰禍)가 끊이지 않아 유적의 대부분이 복원 불가능한 상태라고 합니다.
죽어서 신이 되길 갈망했던 왕들은 허무하게 사라졌습니다. 대자연의 거대한 힘과 유장한 세월 앞에 무릎 꿇은 고도를 바라보는 신들의 얼굴에는 오묘한 미소가 흐릅니다. ‘만물은 생장하고 결국 소멸한다’는 자연의 섭리를 망각한 채 허망한 꿈을 좇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냉소하는 듯합니다.
앙코르와트 중앙 사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폐허로 불리는 따프롬 사원. 석벽을 뚫고 자란 나무들이 이제는 사원을 지탱하는 기둥 구실을 하고 있다.
2 앙코르와트 제1회랑의 부조 세공. 높이 5m, 전체 길이 750m의 벽면에는 힌두교 신화가 그림으로 새겨져 있다.
3 가난의 땅, 캄보디아. 동심을 접은 아이들은 생계를 위해 돈벌이에 나선다.
4 톤렌삽 호수의 수상가옥촌. 호수의 물로 밥 짓고 빨래하는 탓에 주민들은 수인성 질병을 많이 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