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변에서 바구니를 팔며 유랑생활을 하는 집시 일가.
발칸반도에 위치한 루마니아는 현재 집시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입니다. 동유럽 집시의 절반이 이곳에 삽니다.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1918~89)는 루마니아를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라고 선전하고자 집시의 입국과 정착을 허용했습니다.
루마니아에 정착한 집시는 농업과 목축,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상류층에 진입한 이도 일부 있습니다. 인구가 많다보니 정치세력화 움직임도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하류층 집시는 여전히 천대받으면서 거리에서 잡화를 팔거나 구걸하면서 고달픈 떠돌이 생활을 합니다. 루마니아 여행 중 만난 집시의 모습에서 고달픈 삶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소몰이 일을 하면서 농촌 마을에 정착해 여섯 남매를 키우는 부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힙니다. 주민들의 경계심 탓에 자녀들은 소외받고 있습니다. 대가족을 거느리고 도로변에서 잡화를 파는 노인은 “돈벌이가 잘 안된다”면서 한숨을 내쉽니다. ‘미래’ 대신 생존을 위한 ‘오늘’만이 존재하는 집시의 삶이 서글프기만 합니다.
집시 부부가 발걸음을 돌리는 필자에게 촬영한 사진을 보내달라면서 e메일 주소를 건넵니다. 집시가 e메일을 쓴다는 게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유랑생활을 하는 집시에게 e메일은 삶의 연을 이어주는 소중한 문명의 이기이면서 타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남기는 흔적인 듯합니다.
1 마차 뒤에 실린 주방용품.
2 집시들의 점심 식사는 고달픈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3, 4 강아지와 염소가 동네 친구를 사귈 수 없는 아이들의 벗이다.
1 집시 거주촌의 집시여인.
2 소외와 천대 속에 자라온 아이들의 눈빛엔 경계심이 가득하다.
3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과 함께 유랑을 해야 하는 부부의 마음은 아프기만 하다.
4 돈과 권력을 가진 집시가 왕으로 행세한다. ‘집시 킹의 집’. 지붕 첨탑은 집시 킹의 권위를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