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대표팀은 골 결정력 향상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현지에서 취재하면서 때론 선수들 가까이서, 때론 거리를 두고 월드컵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었다. 월드컵 원정 첫 승을 따낸 토고전을 보며 희열로 전율했고, 프랑스전에서 극적으로 무승부를 기록하자 마치 승리한 것처럼 기자석에서 펄쩍펄쩍 뛰었다. 그러나 스위스전에서 패하자 그 신명나던 독일월드컵은 영 재미없는 대회가 되어버렸다. 기자나 팬이나 감정은 다를 바가 없다.
스위스전이 끝난 후 믹스트 존(공동취재구역)에서 선수들을 기다릴 때 한국 기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뭘 물어봐야 하지?”였다. 어떤 패배보다도 가슴 아팠을 그들에게 “오늘 경기 어땠어요?”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게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잘한 건 골 넣은 것뿐”
6월18일 프랑스전에서 1대 1 무승부를 기록한 대표팀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믹스트 존에서 달뜬 마음으로 기다렸다. 가장 늦게 나온 선수가 박지성. 이날 경기에서 동점골을 터뜨리며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그는 공식 방송 인터뷰에다 스탠딩 인터뷰까지 마친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뜻밖에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제가 오늘 잘한 건 골 넣은 것밖에 없습니다. 그것말고는 너무나 형편없는 플레이를 펼쳤고 모든 부분에서 부족했습니다. 좀더 집중해야 했고, 좀더 많은 생각을 해야 했습니다. 컨디션도 안 좋았고, 상대가 워낙 강하다 보니 뭔가를 해볼 수가 없었습니다.”
대표팀의 키 플레이어 박지성은 극적인 무승부에 도취해 있던 기자에게 이렇게 ‘자아비판’을 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겸손한 ‘방송용 멘트’가 아닌 솔직한 심정이었다. 라이프치히에서 직접 경기를 지켜본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도 “이 경기의 MVP는 박지성이 아닌 이운재가 받았어야 한다”며 아들의 경기 내용을 날카롭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