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우 기자
유희관은 인터넷에 올라온 자신의 기사를 꼼꼼히 챙겨 보는 편이다. 댓글도 빠짐없이 읽는다. 악성 댓글에 마음 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들도 좋게 받아들인다. 처음엔 내 기사 댓글의 70~80%가 몸매나 외모와 관련된 지적이어서 재밌게 읽었다”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유희왕’ ‘뒤태’ ‘바나나우유(항아리우유)’ 등 그의 이름과 외모에서 착안한 별명과 수식어가 줄을 잇는다. 느린 구속(球速)과 관련해선 ‘느림의 미학’ ‘지옥에서 온 모닥불러’란 별명도 있다. ‘모닥불러’는 흔치 않은 좌완 파이어볼러(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불러온다’는 야구계 격언에 빗댄 것이다.
유희관은 인터넷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악플’이 아니라 ‘무플’이라고 강조한다. “주목받는 걸 즐기는 내게 무플은 최악의 상황이다. 어떤 내용이든 댓글이 많아야 기분이 좋다. 악플조차 고마워하는 선수는 흔치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2015 시즌이 선수 생활 중 가장 화려했다”고 말하는 유희관과의 연관 검색어 인터뷰를 시작한다.
# 최동원賞

유희관은 “너무나 영광스러운 상을 받아 감사하고, 선배님의 대단한 업적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모범을 보이는 선수가 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어우홍 심사위원장은 “유희관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진 못했지만, 정확한 컨트롤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좋은 투구를 보였다”며 “공이 안 빠른 투수도 컨트롤(제구)이 좋으면 승수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올해 두산이 정규 시즌 3위에 오르는 데 큰 공을 세웠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일부 야구 팬은 유희관의 수상에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강속구 투수로 대변되는 최동원과 느린 공을 구사하는 유희관은 이미지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유희관의 말을 들어보자.
“일단 상을 받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의미도 있고. 최동원 선배를 야구선수로 만나진 못했지만 야구선수에게 그분은 신(神)이나 다름없다. 우상을 넘어 전설이다. 최동원상 수상 조건엔 6가지 기준이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을 다 채웠다고 해서 최동원 선배의 업적을 따라갈 수는 없다. 수상자 선정은 심사위원의 몫이다. 내가 강속구 투수가 아니라는 걸 야구 팬은 다 안다. 최동원 선배의 ‘철완’ 이미지도 없다. 그럼에도 올 시즌 최다승(19승)에 오른 NC 다이노스 해커 선수에 이어 18승으로 다승 2위에 올랐다.
내가 최동원상을 욕심낸 건 아니지만, 심사위원들이 선정해주셨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다. 만약 나와 수상 경쟁을 벌인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받았으면 별문제 없이 지나갔을 것이다. 내가 받았기에 논란이 벌어졌다. 욕을 먹어도 감수할 부분이다. 수상자에 걸맞은 활약으로 내년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더 노력하겠다. 상금 2000만 원을 받았는데 기부도 하고, 좋은 곳에 쓸 생각이다. 전설의 이름이 새겨진 상패는 집안의 가보로 여기고 잘 모시겠다.”
# 한국시리즈 우승
일부에선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반쪽짜리’라고 폄하한다. 원정도박 파문으로 삼성 라이온즈 주전투수 3명이 빠지는 바람에 두산이 쉽게 우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5차전 양의지의 2타점 2루타, 고영민의 2타점 적시타와 홈스틸, 정수빈의 쐐기 스리런 홈런 등을 묶어 삼성을 13-2로 대파한 두산의 화력은 그 3명의 투수가 있었대도 막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거친 두산의 기적 같은 우승은 롯데(1992년), 두산(2001년)에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3번째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