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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게임이 아니다

바그다드 공터에서 공 차는 아이들을 위하여

전쟁은 게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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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잔인한 방식으로 해결되는 거대한 이해의 충돌이다. 또한 전쟁은 정치적 도구이기도 하다. 군사이론가 클라우제비츠가 “전쟁이란 단지 다른 수단으로 행해지는 정치의 연속일 뿐”이라고 말한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전쟁은 게임인가? 미국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걸프전 때 펜타곤에 앉아 있으면 가끔 전쟁이 스케일 큰 게임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사람이 목숨을 잃지만 않는다면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 아닌가”라고 말한다. 파월은 자마이카 이민 후손으로 뉴욕 할렘가에서 태어난 흑인. 1975년쯤엔가 한국 동두천 근처 캠프 캐시 미군 2사단 대대장(중령)을 지내기도 했다. 파월은 같이 근무한 한국군 카투사에 대해 “한국군은 당시 맥주 한병 값에 불과한 한 달 3달러의 월급을 받았지만 매우 절도 있고 모범적인 군인들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전쟁은 가끔 게임같이 느껴진다”고 했다.

게임이란 뭔가. 그건 ‘놀이’를 말한다. 그렇다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놀이인가? 그건 아니다. 전쟁은 어디까지나 전쟁일 뿐이다. 전쟁 뒤엔 늘 냉정한 계산이 따른다. 정치적 이해 관계가 뒤따른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한마디로 ‘주유소 습격사건’이라 말할 수 있다. 이라크의 석유 매장량은 1125억배럴. 사우디아라비아의 2618억배럴에 이어 세계 2위다. 미국의 석유매장량(알래스카지역 제외)은 304억배럴로 지금 같은 소비추세라면 10.7년이면 바닥난다. AFP통신은 “미국이 이라크 석유를 장악하면 이라크로부터 석유를 공급받는 터키와 시리아는 물론 석유 수입에 재정을 의존하고 있는 OPEC 국가들까지 미국의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 이라크전쟁을 반대하는 것도 다 이해관계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하면 러시아 재정수입은 연 10억달러가 줄어든다. 더구나 러시아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이라크의 쿠르나유전(매장량 110억∼115억배럴) 개발권까지 놓치게 될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러시아는 20억달러의 손실을 입는다. 마즈눈유전(매장량 120억∼200억배럴)과 나흐르 우마르유전(매장량 40억배럴) 개발권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도 마찬가지. 프랑스는 이외에도 현재 7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유전 개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이라크 남부 알아흐다브 유전 개발권을 가지고 있다.



전쟁 닮아가는 현대 스포츠

이 세상의 모든 놀이(게임)는 즐겁고 신난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도 즐겁고 신나게 하면 놀이가 된다. 놀이와 노동이 하나가 되면 사람이 꼭 ‘신들린 것’처럼 하는 일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일본에서 ‘요리의 철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도조 로쿠사부로는 “젊었을 때는 앞뒤 안 가리고 내 멋대로 요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내가 요리를 만든다기보다 요리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나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에 의해 요리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고백한다. 일본 스모경기에서 69연승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요코즈나(천하장사) 후타바야마는 “요코즈나와 보통 장사의 차이는 뭔가. 장사에게 정신 기술 체력은 기본조건이다. 차이가 있다면 ‘씨름을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씨름이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대 스포츠는 점점 전쟁을 닮아간다. 지느냐 이기느냐의 여부는 현대 전투처럼 ‘체력(화력)과 스피드(기동성)’에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전쟁에서 ‘방어자는 지형의 이점을 갖고 공격자는 기습의 이점’을 갖는다. 유리한 방어 진지에 있는 적을 공격하여 성공한 사례는 역사적으로 매우 드물다.

그러나 이것은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이 이루어져 있을 때 하는 말이다. 공격자가 방어자보다 수십 수백 배 이상 강하면 별 의미가 없다.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들로 이루어진 드림팀과 한국 농구대표팀 간의 게임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드림팀의 스피드와 체력은 한국팀의 그것에 비해 너무나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축구 야구 농구 등 프로스포츠에서 팬들은 게임을 보면서 ‘놀이’를 즐기고 어느 땐 무아경으로 그 경기에 빠져든다. 그러나 정작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은 ‘놀이’가 아닌 ‘노동’으로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축구노동, 농구노동, 야구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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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화성 동아일보 체육부 차장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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