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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능력·실적이 우선, 지역안배는 그 다음”

호남소외론 구설에 휘말린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

  • 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능력·실적이 우선, 지역안배는 그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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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에서 추천과 검증을 분리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하향적으로 인사를 하면 잡음이 안 생기고 일사불란합니다. 그러나 최고 권력자가 마음대로 인사를 하면 측근인사 정실인사의 폐해가 나타납니다.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해 일일이 확인하고 능력을 평가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인터넷에 상호 비방이 뜨기도 합니다. 교육부총리를 선임할 때 불필요한 잡음이 생겼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장 경우에도 추천된 사람들에 대한 악의적 정보가 난무해 뜻밖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술사학자로 이름이 높은 유홍준 명지대 교수는 국립중앙박물관장에 후보로 지원했다가 왜 스스로 포기했습니까.

“유홍준씨는 대단한 역량을 갖춘 사람이죠. 박학다식하고 논리 전개가 분명하고 부지런합니다. 그러나 집중적인 인터넷 공격을 받다가 사퇴했습니다. 유교수가 전화로 ‘국립박물관장 잘해볼 생각으로 지망했는데 나를 모함하고 욕을 하니 견딜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유교수는 나의 대학 1년 선배이고 감옥도 같이 갔습니다. 내가 ‘아이고 홍준 형님 잘했소. 교수하면 됐지 뭐 하려고 욕을 먹소’하고 위로했습니다. 실제 있는 얘기도 덮어놓으면 괜찮은 것이 많습니다. 그런데 마구 살을 붙이면 상처를 주지요. 참여정부는 인터넷을 중요한 도구로 쓸 생각이지만 그것에 끌려다니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청와대와 중앙인사위원회 홈페이지에 ‘삼고초려’라는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하루 만에 인사 추천이 5000건 들어왔습니다. 평범한 민초도 인사보좌관 얼굴 안 보고 중요한 자리에 사람을 추천할 수 있게 돼 기분 좋아합니다. 국민참여수석실에서는 5월 중 여론수렴 사이트를 더 키우려고 합니다.”

―추천 후보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면접 합니까. 술자리에 끼여서 관찰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인사의 원칙을 먼저 말하지요. 과연 국정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도덕성이 겸비돼 있느냐를 따집니다. 윤리적 법률적 잣대도 있겠죠. 청렴성이라든가 사회적 신망도도 살펴봅니다. 이런 것들을 보고 나서 연령 지역안배 등을 고려합니다.

국정을 수행하는 일이 너무 편향되지 않도록 고민합니다. 참여정부는 개혁 대통령, 안정 총리, 개혁 장관에 안정 차관 구도입니다.

후보자를 만나는 일은 중요한 업무입니다. 많은 분을 만나야 하는데 시간은 한정돼 있습니다. 인사가 지연되면 비판이 나오니 시간을 쪼개 아침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만나보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만날 장소가 마땅치 않습니다. 호텔방에서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청와대로 들어오라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가능하면 한가한 찻집을 골라 구석진 자리에서 만납니다.”

정실·측근인사 배제할 것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참여정부에서 일할 사람은 개혁성을 갖추고 노대통령과 코드가 맞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대강 그 의미를 알 것 같지만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말이기도 하다.

“가정에서 살림을 꾸리는 배우자를 만날 때도 서로 맞다 안 맞다 하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말하는 코드는, 지향하는 가치의 유사성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공정하게 흘러가는 물줄기를 만들어놓아 국민 신뢰를 받자는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자면 도덕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사회의 흐트러진 것을 고치려면 개혁 의지가 필요하겠죠.

행정자치부 경우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으로 분산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행자부 장관으로는 행자부를 가능하면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야 개혁 코드가 맞는다고 할 수 있죠.

코드라는 것이 개혁성에 한정된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은 일에 대한 열정도 매우 높이 평가합니다. 역량은 10개쯤 되는데 5개 정도 일하고 지내는 것이 아니라 5개의 역량을 가진 사람이 6개씩 일하려고 하는 열정을 중시합니다.”

―DJ정부의 인사에서 가장 잘못된 점은 무엇이고 이것을 참여정부에서는 어떻게 극복하려고 하는지요.

“정무직과 산하 단체장뿐만 아니라 1∼3급 공무원 인사의 경우에도 주관적 감정적 평가가 아니라 객관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면평가를 하려고 합니다. 1급 공무원 인사를 할 때 소속 부처의 상하 좌우에 있는 동료나 선후배가 업무수행 능력, 청렴도, 주위의 신뢰도, 실적을 평가합니다.”

정보좌관의 답변 스타일에 묘한 특징이 드러난다. 질문과 관계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하다가 정작 질문 내용은 후반부에 답변한다. 인터뷰를 능동적으로 끌고 가려는 생각일 수도 있고 시민단체에서 격렬한 토론을 하면서 한 박자 늦추어 말하던 습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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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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