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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동북아시아의 원형을 찾아라! 두 권의 동양신화

  • 글: 이권우/도서평론가 lkw1015@hanmail.net

동북아시아의 원형을 찾아라! 두 권의 동양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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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에서 주목할 점은 여신의 위상 복원이다. 인간을 창조한 여와(女)는 한대에 이르러 유가(儒家)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받아 신격에 변화가 생겨났다. 문헌에 단독으로 나타나지 않고 복희(伏羲)의 아내로 설명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두 사람의 글을 대조해보면, 두 책의 유사성을 금세 눈치채게 된다. 먼저 김선자는 “우리가 그리스 신화를 보면서 제우스의 위대함에 길들여져 그의 아내 헤라가 원래 지중해의 다산(多産) 신앙과 관련된 풍요의 여신이었음을 잊기 쉽듯이, 중국의 위대한 여신 여와도 한나라 때 이후에는 단지 복희라는 위대한 남신의 아내로만 대부분 기억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남편을 가진 여신들뿐 아니라 소위 처녀신인 아테나나 아르테미스, 헤스티아 등도 등장하지만 모두 비정상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그려져 있다. 여신들은 이제 남신의 그늘 아래에서 다소곳하게 복종할 때에만 정상적인 배역으로 등장하게 된다”고 덧붙인다.

정재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여와를 설명하는 글의 앞대목에 “헤라 역시 처음에는 당당한 대지의 여신이었다가 나중에는 제우스의 질투심 많은 부인이자 가정과 결혼의 수호신으로 역할이 후퇴하고 만다. 이 모두가 슬프게 자리바꿈한 어머니 여신들이다”고 했다.

두 책이 서로 같으면서도 다른 것이 있어 눈길을 끈다. 중국과 서구신화의 차이점 가운데 하나가 홍수신화다. 서구의 경우 대체로 신의 징벌로 홍수가 일어난다. 그런데 중국신화 그 어디에도 인간의 방종에 화가 나 신이 홍수를 일으켰다는 기록이 없다. 중국신화에서 홍수는 단지 자연재해일 뿐이다. 두 사람은 홍수신화에 대해 비슷한 해석을 내놓지만 예로 드는 신화는 각기 다르다. 김선자는 치수에 성공한 우(禹)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정재서는 복희와 여와가 부부가 되는 장면에서 이런 해석을 한다.

큰 틀에서 두 권의 책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김선자의 책은 서정적이다. 중국신화의 내용을 유려한 우리말로 풀이해놓았다. 만약 편집자가 읽는다면 동화책으로 재구성하고 싶은 욕심이 날 정도다. 대신 신화의 상징성에 대한 해석은 자제한 편이다. 독자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크게 넓혀 놓았다.



이에 비해 정재서의 책은 서사적이다. 후기에도 밝혔듯 정재서는 뚜렷한 전략을 가지고 이 책을 썼다. 중국신화의 의미를 설명한 다음 그리스 신화 등과 비교해 그 차이점을 드러내고, 해당 신화를 한국신화와 비교한다. 자신의 지식을 마음껏 활용해 신화의 상징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두 권의 책을 읽으며 내린 결론은 공저로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오랫동안 엘리아데나 조지프 캠벨의 책을 즐겨 읽어왔다. 이들의 책은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신화의 세계에 스며 있는 보편성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신화읽기의 기쁨이 여기에 있다고 여겨왔다. 나뉘고 찢긴 현실에서 합쳐지고 뭉쳐진 상상의 세계로 여행하는 즐거움이야말로 신화읽기가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위안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저자들이 쓰는 신화책은 특정 문화권의 고유성이나 특징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나 두 사람의 중국 신화가 그런 점에서 비슷하다. 어떤 면에서 차이를 강조하는 것은 신화의 정신에 어긋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고대하는 새로운 신화책이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엘리아데나 조지프 캠벨처럼 세계 신화를 대상으로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밝혀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분열과 갈등, 그리고 충돌의 시대를 살고 있다. 신화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는 그래서 중요하다.

신동아 2004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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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권우/도서평론가 lkw10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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