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호

로봇이 인간으로, 인간은 로봇으로

  • 류현정 전자신문 기자 dreamshot@etnews.co.kr

    입력2006-03-07 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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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이 인간으로, 인간은 로봇으로
    15년도 더 된 일인데, 어머니가 흘린 눈물이 기억에 생생하다. 광채 나는 새 아파트 주인이 된 어머니는 이사 가는 날, 반자동 세탁기를 버리며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10년 동안 제 몸 녹스는지 모르고 고생했는데, 정작 새집에는 들어와 보지도 못하고….”

    기계와 인간의 소통. 거창한 주제 같지만, 또 다른 기술 혁명을 위한 중요한 테마가 될 것이다. 바로 우리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는 ‘로봇’ 때문이다. 마징가, 태권브이, 아톰, 건담 등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만화 캐릭터로 등장했던 로봇이 다양한 형태로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산업용 로봇, 미국 항공우주국의 우주개발 로봇, 소방 로봇,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에 이어 청소 로봇, 애완동물 로봇, 완구 로봇이 등장하면서 1가구 1로봇 시대가 가까워졌다. 정보통신부는 올해 10월까지 100만원대 보급형 로봇을 선보인다는 계획도 세웠다.

    로봇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로봇의 실체가 막연하다면 ‘자율성’이라는 단어에 주목하자. 로봇의 정의는 전문가마다 다르지만, 보통 로봇의 세 가지 요소를 인지(센서기능), 판단(인공지능), 동작(작업기능)으로 본다. 자율성이 로봇임을 판단하는 관건이라는 얘기다. 사람 얼굴이나 동물의 모양을 하고 있을 필요도 없다.

    기계의 자율성이 높아지니 인간과 기계의 소통이 더욱 고도화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필자도 로봇 청소기를 쓰는데, 며칠째 치우지 못한 거실의 집 먼지를 빨아들이느라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로봇 청소기를 보면 안쓰럽다. 후배의 어머니는 아예 로봇 청소기와 큰 소리로 대화를 한다. “어이구, 고생 많지? 엄마는 설거지할 테니까 청소 잘해줘. 귀여워 죽겠어.”

    청소 로봇이 이 정도인데 ‘로봇 중의 로봇’으로 평가받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은 어느 수준까지 인간과 소통할 수 있을까. 로봇이 비집고 들어온 인간 사회는 또 얼마나 변할까. 정답은 알 수 없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은 아시모(혼다), 파트너(도요타) 등을 내세운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1970∼80년대 산업용 로봇 시대를 개척한 덕분이다. 우리나라 또한 상당한 수준이지만 센서나 제어부문의 일부 기술을 제외한 음성 인식, 감성 재현 등 인공지능 기술, 특히 부품·소재 기술은 일본보다 5~10년 뒤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로봇만 사람을 닮아가는 것은 아니다. 인간도 로봇화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 신체의 일부를 인공 장기나 보조 장치로 대체해 생명을 연장하는 ‘사이보그’형 인간을 고령화 사회에서는 쉽게 접하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작고한 백남준 선생은 “기술이 인간화하지 못하면 기술의 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예술도 인간화하지 못하면 예술을 위한 예술일 뿐”이라고 했다. 천재 예술가가 유작과 함께 남긴 말이 더욱 곱씹어지는 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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