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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이코노미스트의 ‘참회록’

“우리는 돈 되는 고민보다 불가능한 예측에만 매달렸다”

  • 김한진 피데스 투자자문 부사장 khj@fides.co.kr

베스트 이코노미스트의 ‘참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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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경제 성장률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고 일시적으로 그런 흐름이 계속될 것처럼 보였지만, 그 이듬해 성장률은 신용카드 거품이 가시면서 보편적 예측치의 절반에 그치는 냉온탕(冷溫湯)식 경기변동을 피할 수가 없었다.

2004년 중국발(發) 변수로 아시아의 경기가 수축될 것이란 예측도 경기의 핵심요인을 잘못 본 대표적 실패사례다. 이후 중국발 경기침체는 현실화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중국은 9%대 이상의 강력한 성장을 지속했다. 당시 눈앞에 나타난 현상은 중국의 긴축정책과 세계경기 위축에 대한 걱정, 그리고 주가하락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드러난 진실은 달랐다. 여전히 아시아 지역으로 세계자본이 유입됐고, 설비투자가 이어졌으며, 이를 통해 아시아는 수출호조와 적지 않은 국제수지 흑자를 볼 수 있었다.

경기전망 실패의 세 번째 원인으로는 경기의 변화무쌍한 변동성과 사람들의 심리적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지나고 나서 보면 경기는 대부분 사람들이 예상한 것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거나 더 빠르게 침체됐다. 우리가 예상한 경기의 변곡점이 번번이 틀리는 이유 중 하나는 경기순환 속도와 그 패턴이 점점 더 불규칙해지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가계와 같은 경제주체들은 심리적 요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으며 활동한다. 가계는 군중심리 속에, 기업은 경쟁심리 속에서 돌아간다. 가계와 기업은 때때로 비이성적인 의사결정을 일삼는다. 더 이상 소비를 참을 필요가 없는 소득계층도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소비를 억제하고, 더 이상 과소비로 치달으면 안 되는 계층은 ‘땡 빚’을 내서라도 과소비를 한다. 이게 소비자의 군중심리다.



확장경영을 해야 할 때는 축소경영을 일삼다가 경기과열이 명확한데도 뒤늦게 투자를 집행하고 고용을 늘리는 등 법석을 떠는 것은 기업들의 경쟁심리 때문이다. 소비와 투자는 일정한 임계점을 지나면 위든 아래든 가속화하고, 서로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경기 확장기에 가계소비는 기업투자를 야기하고 투자는 다시 고용증대를 통해 소비를 자극한다. 그 가운데 금융시장과 자본시장이 매개와 촉매 구실을 하게 되고 종종 경기의 골과 산을 뾰족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예측상의 오류를 모두 제거해 완벽한 전망의 경지에 들어가기란 어려운 일이다. 다만 경제에 대한 잘못된 예측사례를 통해 어떤 점을 개선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사람들은 번번이 경기예측에 실패한다. 그러기에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장의 말대로 경기를 너무 적극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유익하지 않다. 경기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앞으로 어디로 갈지 완벽하게 전망하는 것은 역사상 불가능한 과제였다.

잔 파동은 무시하라!

우리가 보다 더 관심을 두고 관찰해야 할 주제는 경기의 성격과 질에 대한 문제다. 이번 경기의 엔진이 무엇인지, 어떤 힘이 지금의 경기를 지배하고 있는지, 그에 따라 이번 경기의 수명이 짧을지 혹은 길지를 예상해본다면 우리의 경제활동은 훨씬 재미있고 윤택해질 수 있다. 경기흐름을 맞히고 못 맞히고의 문제가 아니다.

계절에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 맵시가 나고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기에 순응하지 않는 투자자는 종종 시장과 부딪치고 좌절한다. 이상기온으로 잠시 날씨가 따뜻해도 아직 겨울인 것을 안다면 두꺼운 옷을 섣불리 장롱 깊숙이 집어넣지는 않을 것이다. 태풍이 불어와 잠시 서늘하더라도 아직 여름인 것을 안다면 에어컨에 덮개를 씌우지 않을 것이다. 경기의 큰 줄거리를 이해하고 대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의 잔 파동과 복잡 다양한 변수들의 숫자노름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는 것은 경기흐름을 생활에 적용하는 데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가령 현재 세계경제를 볼 때, 올해 미국이 금리를 몇 번 더 올릴 것인가, 이번 주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얼마에서 얼마로 변동했는가, 미국의 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얼마나 올랐나, 중국이 긴축을 더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위안화가 얼마나 더 절상되나 등과 같은 표면적인 문제에 몰입할 필요가 없다(물론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중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은 제외하자).

이보다는 다음과 같은 경기의 본질과 관련된 문제에 좀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 경기의 핵심 요소인 고용지표의 중장기 추세가 살아 있나 무너졌나. 미국의 주택가격 조정이 소비를 얼마나 끌어내릴 것인가. 미국기업의 이익 중 생산성이 높았던 요인은 앞으로 어떤 패턴으로 무너질 것인가. 중국제품의 대외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 지금 중국의 임금상승은 그들의 대외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가. 중국 내수소비의 본질은 무엇이며 소비가 더 확산될 힘은 얼마나 남아 있는가. 이것이 바로 돈이 되는 실질적인 고민이다.

지금 기업들의 체력이 어느 정도인가. 소비자들이 재무적으로 건강한가. 집값이 떨어졌을 때 주변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고통을 받을 것인가. 우리나라 자동차와 전자제품이 해외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가. 주변에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는가. 이 같은 현실적 고민도 경기를 예측하는 데 유익하다. 모든 독자가 이런 문제를 직접 판단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이런 문제에 귀를 기울여 경제를 바라볼 필요는 있다.

매월 변동성이 큰 지표에 일일이 매달리다 보면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돈이 되는 것은 경기의 큰 흐름에 있으며 그러한 추세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바라봐야 그림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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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진 피데스 투자자문 부사장 khj@fid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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