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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기자의 단식원 체험기

“덜어낸 살만큼 몸 가득 채워진 이 황홀한 충만감이여!”

  • 이미숙 동아일보 주간동아 아트디렉터 leemee@donga.com

이미숙 기자의 단식원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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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기자의 단식원 체험기

지압 중인 단식원 장익수 원장. 지압은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중년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다. 오른쪽 사진은 단식원 첫 일과인 건강체크.

참고로, 앞에서 말한 라면 요리는 김치만 있으면 되는 간편한 별미다. 냄비에 물을 정량보다 더 붓고 양파 한 알을 굵게 썰어 넣어 끓인 후 라면 수프는 반만 치고 얼큰한 맛을 내게 고춧가루 한 숟갈, 마늘, 식초 약간을 넣는다. 라면발이 꼬들하니 익을 무렵 시큼한 얼갈이 김치를 한 움큼 넣고 냉동실에 얼려둔 썬 대파를 좀 넣는다. 해장하기 딱 좋다.

기필코 안 먹으려던 걸 먹었으니 맹세코 저녁은 먹지 말아야지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아까 참의 실수를 또 반복한다. 드라마 ‘사랑과 야망’을 보며 프라이팬에 버터 두르고 묵은지 쫑쫑 썰어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다. 드라마에선 태준의 재혼 통고에 미자가 울부짖고 있지만 밥은 맛있게 넘어간다. 자기 전 체중을 달아봤다. 57kg이다. 이어지는 후회의 뱃고동 소리.

제1일 : 단식 전 구충제 복용은 필수

일요일 오전이다. 갈등 중이다. 아침을 먹고 싶은데 차라리 오늘 푸지게 먹고 월요일 입소할까. 남편이 된장찌개를 데우나보다. 구수한 냄새. 에이, 그래 먹자 먹어. 청양고추 대여섯 낱을 씻어 밥상 앞에 함께 앉는다. 먹는 낙에 산다더니 어찌 이리 꿀맛인지. 된장찌개에 김치, 김, 콩자반, 풋고추에 된장뿐이지만 너무 맛있다.

배가 좀 차니 정신이 든다. 마음을 다잡고 구충제를 먹은 후 일주일치 짐을 쌌다. 단식하기 전 구충제 복용은 필수다. 칫솔 치약을 포함한 세안 세발용품, 여벌 옷 따위를 꾸리고 집을 나서 예약해둔 단식원으로 향했다. 1차 단식 때 효과를 본 그곳이다.



오후 1시 반, 서울 혜화동에 있는 J단식원을 들어서자마자 바로 체중을 쟀다. 56kg다. 6박7일의 단식 경비(35만원)를 내고 회원카드를 작성했다. 굶고 살 빼는 데 웬 돈? 하겠지만 한창 단식 붐이 일던 7∼8년 전에는 싸게는 70만원에서 100만원을 호가하던 시절도 있었다. 장익수(張益洙·62) 원장이 주는 설사약을 먹고 배정받은 502호로 올라갔다. 약을 먹는 까닭은 장 안에 남아 있는 변을 몽땅 쏟아내기 위해서다.

이 단식원은 150명까지 수용한 적이 있던 큰 규모인데 오늘은 입소자가 몇 안 된다. 502호 4명, 501호 1명뿐이다. ‘마(魔)의 일주일’을 지낼 생각을 하니 마음이 심란하다. 1층으로 내려가 원장 진료로 건강진단을 받았다. 혈압 80/110, 눕힌 상태로 배 부위를 진찰하니 간, 신장, 위가 모두 안 좋단다. 점수로 치면 평균 70점대 이하?

재차 온 덕에 직업병 셈인 견비통으로 오랫동안 고생해온 걸 잘 아는 원장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지압을 해준다. 우측 갈비뼈 6, 7, 8번 쪽이 왼편보다 많이 튀어나와 있고 등도 불룩하다니 장애에 가깝다 할까. 인체는 고무줄과 같아서 어느 부분의 긴장이 장시간 누적되면 쓰는 쪽이 반드시 오그라든다는 게 원장의 설명이다. 마우스를 쥐는 오른팔 근육이 한 방향으로 쏠리다보니 등이 틀어졌다는 얘기다. 뒷목과 척추 요추의 경혈을 누르는데 손끝이 닿는 데마다 으드득으드득 소리가 난다. 물론 건강한 이에게선 절대 날 리 없는 소리다.

장 원장은 감옥 시절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지압해준 이다. 1995년 5·18특별법으로 수감된 후 5공의 정통성을 주장하며 27일간 옥중단식을 한 전 전 대통령이 탈진하다 못해 사지가 뻣뻣하게 굳자 장안의 유명한 지압사를 초청했던 것. 지압 후 2층 컴퓨터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단식원에서 새로 만들었다는 핀란드식 사우나에서 땀을 내고 나니 배고픈 줄 모르고 오후가 다 갔다.

제2일 : 죽염에서 고기 맛이…

단식원에선 통성명이란 없다. 데면데면 어색한 눈웃음을 주고받은 후 서로 눈을 피하는 것이 첫째 날과 둘째 날 벌어지는 풍경이다. 낯선 잠자리에서 좀 살쪘거나 좀 비만한 낯선 여인들과 첫 밤을 보내고 안내방송에 눈을 뜬다. 첫 일과는 건강 체크다. 1층 거실로 내려가니 커피 여과기에서 갓 내린 원두커피 향에 고픈 배 대신 코가 부르다. 연한 원두커피 한 잔에 죽염 한 알을 쿠키라 생각하고 먹는데, 혀로 굴려 먹는 죽염에서 어째 고기 맛이 난다. 죽염은 인체대사와 숙변배출을 돕는 기능을 하지만 하루 두 알 이상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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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동아일보 주간동아 아트디렉터 leem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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