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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홍일점 부검의 박혜진의 ‘사체 동거 일지’

“유영철 ‘딤채’ 매장법, 정교한 신체 절단술엔 우리도 놀라”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국과수 홍일점 부검의 박혜진의 ‘사체 동거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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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운 건 삼각관계’

▼ 정다빈, 이은주… 국과수가 꽤나 시끄러웠겠어요.

“말도 마세요. 다들 와서 보겠다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사람은 죽으면 똑같아요. 생명력이 없으면 다 마네킹 같아요. 똑같은 빛깔과 포즈로 개성이 전혀 안 보이죠. OOO씨가 아무리 예뻤어도 죽어서 여기에 왔을 땐 평범한 사체에 불과했죠. 죽기 직전 술을 엄청 많이 먹어서 인사불성 상태에서 목을 맸더라고요. 격해질 대로 격해져서 목을 맨 거죠.”

국과수에 오는 사체들은 지역마다 계절마다 차이가 있다. 농촌의 경우 농약을 이용한 자살이 가장 많다. 여름에는 익사가, 다른 계절에는 추락이나 목맨 자살자가 많다. 도시에선 정신과적 항우울제를 치사량에 가깝게 먹어 사망하는 사례도 많다.

박 법의관은 “경영난에 따른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의대 선배가 경영난을 비관해 링거로 마취약을 투여해 자살하고 부검대에 올라왔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삶에 대한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모르실 거예요. 목을 매 자살한 사람에게도 삶을 끝까지 놓지 않으려 발버둥친 흔적이 남아 있어요. 목에 맨 끈을 풀기 위해 손톱으로 얼마나 긁었는지 목의 자국을 보면 알 수 있죠. 대부분 총을 맞으면 바로 죽는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3~4분은 살아 있어요. 어떤 여성이 남편에게 불륜으로 내몰리다 사냥총에 맞았어요. 심장이 완전히 망가졌어요. 여성은 심장을 움켜쥐고 현관 밖 계단을 내려와서는 행인을 붙잡고 ‘총에 맞았어요. 119 좀 불러주세요’라고 말하고는 쓰러졌어요.

반면 죽음도 불사하는 일이 뭔지 아세요? 부검대까지 오는 사체들, 의외로 돈 문제에 얽힌 경우는 드물어요. 거의 다 치정사건이죠. 남자들은 돈은 잃어도 여자 뺏기는 건 못 참는 것 같아요. 법의관들은 우스갯소리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삼각관계’라고 해요. 질투가 살인을 부르는 겁니다. 특히 불륜이 원인이 된 부부싸움이 살인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 불륜이 늘어나는 것 같아요. 정말 ‘당신 남편은, 혹은 아내는 무사하십니까’를 물어야 할 지경에 이른 것 같아요.

인생의 마지막을 보는 작업

삶은 한 치 앞을 모르는 것 같아요. 한번은 40대 초반의 대기업 회사원을 부검한 일이 있어요. 업무 때문에 새벽 4시에 퇴근을 하고는 옷만 갈아입고 바로 출근하다가 대문 앞에서 사망했어요. 그때 한 손에는 서류가방이 들려 있었고, 다른 손에는 종이 한 장이 쥐어져 있었어요. 막내딸이 비뚤비뚤한 글씨로 ‘아빠, 일찍 들어오세요. 사랑해요’ 라고 쓴 종이였다고 해요.

법의관은 늘 인생의 마지막을 보잖아요. 인생이 허무하지만 아쉽고 무섭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아요. 사람들은 저질러놓고 후회하더라고요.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내일도 늘 내 곁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아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요. 고 김형곤씨의 경우 건강을 위해 운동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운동이 죽음을 재촉했죠. 인간은 대개 먼 미래를 설계하면서 꿈을 키우지만, 생명은 유한하잖아요. 꿈도 중요하지만 오늘 하루 행복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발목을 잡는 건 오늘의 사랑이고, 지금 이 순간 자신을 쳐다보는 가족인 거죠.”

신동아 200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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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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