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호

소문난 자치 리더

“ 동굴, 이케아, 명문학교 無에서 有 창조 ”

양기대 광명시장

  • 허만섭 기자|mshue@donga.com

    입력2017-10-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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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광을 유명 관광지로”
    • “광명역 허허벌판을 ‘핫플레이스’로”
    • “학부모에 인기 있는 신흥 교육특구”
    • “눈부신 발전 이루고 빚도 탕감”
    • “경기도지사에 도전”
    양기대 광명시장은 ‘동아일보’ 기자를 지낸 뒤 총선에서 두 번 낙선한 끝에 광명시장이 됐다. 재선인 양 시장은 폐광을 유명 관광지로 만들었고 광명역 주변 허허벌판을 ‘핫플레이스(hot place·인기지역)’로 탈바꿈시켰다. 또한 광명은 교육개혁을 통해 학부모에게 인기 있는 신흥 명문학군이 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양 시장에 대해 “무에서 유를 만든 사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시청에서 양 시장을 만났다.

    2010년 7월 시장직을 맡을 때 광명은 어떤 도시였나요?
    “그때만 해도 서울 주변의 베드타운, 구로·금천공단의 배후도시로 여겨졌죠. 사람들은 광명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어요. 광명이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었고. 전형적인 위성도시였죠. 가장 큰 문제는 마땅히 내세울 만한, 어떤 개발을 할 만한 여건도 별로 없었다는 점이죠.”

    어디에서 돌파구를 찾았나요?
    “지도에서 한군데가 눈에 들어왔어요. KTX 광명역이었죠. 2004년 4068억을 들여 만든 역사죠. 그 앞으로 170만㎡, 58만 평의 역세권이 허허벌판으로 펼쳐져 있죠. 이걸 개발하는 데에 전력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벌판에 갑자기 어떤 기업이 들어올 리도 없고. 저는 우회적 방법을 모색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게 40년 동안 버려진 폐광을 광명동굴로 재탄생시키는 일이었죠.”



    “기적의 광명동굴”


    폐광과 광명역세권이 어떻게 연결되는 거죠?
    “광명역에서 동굴까지 차로 5분 거리입니다. 둘이 가까이 붙어 있어요. 개인 소유인 폐광을 광명시가 2011년 1월 43억 원에 샀습니다.”



    크면 크다고도 할 금액인데, 결단과 계획이 필요했겠군요.  
    “동굴 사정은 열악했어요. 바닥은 질척거리고 천장에선 물이 떨어졌고 비릿한 냄새도 심하게 났어요. 형편없는 곳이었지만, 길이 7.8km의 동굴 안으로 들어갈수록 신비감이 느껴졌어요. 금광이어서 암질이 좋고 내부는 연중 섭씨 12도를 유지해요. 기자 때 익힌 순발력과 감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죠.”

    시가 직접 개발해 운영해왔나요?
    “네. 저와 시 공무원들이 지난 6년 동안 관광지인 광명동굴로 개발했고 2015년 4월 유료화했어요. 조명과 어우러진 동굴 내부가 무척 아름다워요. 또한 동굴 안에 350석 규모의 예술의전당이 있어요. 영화도 상영하고 공연도 해요. 와인을 마시는 곳도 유명하죠.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다양하게 있어요.”

    결과는?
    “그해 92만 명의 유료 관광객이 와서 초기 투자비를 빼고 40억 원을 벌었어요. 지난해엔 대박이 났어요. 142만 명의 관광객이 와서 초기 투자비를 빼고 85억 원 정도를 벌었죠. 올해도 9월 현재 96만 명이 다녀갔어요. 연말까지 130만 명 이상은 될 것 같아요. 일자리도 500개 정도 생겼어요. 세 수입도 100억 원 정도 나올 것으로 봐요.”

    양 시장은 ‘광명동굴 대박’ 이야기를 신명 나게 이어갔다. 2010년에 광명시는 3000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경기도 31개 시·군 중 관광객 유치 실적이 꼴찌였는데, 광명동굴 개장 이후인 2016년엔 700배 많은 21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경기도 내 7위로 뛰어올랐다고 한다. 양 시장은 “광명동굴은 이제 ‘캐리비언베이’ ‘아침고요수목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기도 관광명소가 됐다. 폐광의 기적을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명동굴 개장을 계기로 광명역세권 개발도 실제로 탄력을 받았나요?
    “그렇죠. 서로 연계되어 있으니까요. 저는 동굴을 만들면서 다른 한편으로 2012년 광명역세권에 외국계 대형할인점인 코스트코를 유치했어요. 그리고 2014년 광명역세권에 세계 최대 가구회사인 이케아가 문을 열도록 했죠. 제가 광명시청에 ‘이케아 유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고 스웨덴 이케아 본사를 직접 찾아가 유치 활동을 했어요. 이케아 옆으로 롯데프리미엄아울렛이 함께 들어왔습니다. 이에 따라 광명역세권은 이케아, 코스트코, 롯데아울렛이 한데 모인 거대한 쇼핑특구가 됐어요.”


    “스웨덴 본사 찾아가…”

    ▼적지 않은 서울시민도 일부러 시간을 내 광명의 이케아를 찾는 걸로 압니다.
    “이케아를 들렀다 바로 옆 광명동굴도 들르죠. 이렇게 하나의 코스가 되어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어요. 지난해 700만 명이 이케아를 찾았어요. 광명역세권엔 아파트단지도 계속 신축되고 있어요. 주거환경과 상권이 뛰어난 명품도시로 거듭나고 있죠.”

    ▼광명역세권은 정말 눈부시게 발전해 ‘고급스러운 번화가’ 느낌이 나네요.

    “이제 58만 평 중에 빈 땅이 거의 없어요. 8월에 중앙대학교 대학병원을 유치했어요. 또한 드라마 등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미디어타워, K-팝 공연장, 한류 스타 도서관을 묶은 ‘광명미디어아트밸리’가 착공되었죠. 고급 호텔도 들어옵니다. 광명역세권에서 차로 10분 거리엔 판교테크노밸리와 유사한 광명·시흥테크노밸리가 만들어지죠. 첨단산업단지, 일반산업단지, 유통단지를 합쳐 62만 평에 달해요. 2~3년이 지나면 광명역세권 일대는 지금보다 훨씬 멋진 모습이 됩니다. 11월엔 광명역 내에 도심공항터미널이 생겨 전국에 있는 국민이 광명역에서 짐을 부치고 출국수속을 끝낼 수 있어요. 역에서 리무진버스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면 되죠. 서울역을 거쳐 공항으로 가는 것보다 더 빠르고 편리해요.”   

    양 시장은 “사람들이 광명은 몰라도 이케아는 안다. 이제 사람들이 광명과 이케아를 접목한다. 다만, 사람들은 양기대가 이케아를 유치하고 광명동굴을 개발한 것은 잘 모른다. 이 점이 좀 아쉽다”며 웃음을 지었다.

    ▼지역 신문을 보니 시장이 중소상인들과의 상생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되어 있던데요.  
    “이케아, 코스트코, 롯데프리미엄아울렛이 한꺼번에 들어오니까 우리 시의 7대 전통시장, 슈퍼마켓연합회, 가구협회, 패션협회가 강하게 저항했어요. 관(棺)을 들고 상여를 메고 저를 비난했어요. 그때 ‘시민을 위해 광명역세권을 활성화하는 건데 이 과정에서 내가 일부 시민의 공적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하고 고민했어요. 대형 유통회사들과 중소상인들이 상생협약을 맺도록 주선했어요. 시가 중소상인들을 위해 120억 원을 들여 주차타워를 만들어주었고 30억 원을 들여 공동물류센터도 지어주었어요. 고객쉼터 같은 시설도 조성했어요.”



    “목동에서 광명으로 이사 와”

    대형 유통시설들이 들어온 뒤에 중소상인들의 매상은 좋아졌나요?
    “그렇다고 해요. 우선 시가 만들어준 시설로 인해 고객이 늘었고 원가가 절감됐어요. 이케아 출구 앞에 광명 가구단지를 안내하는 대형 간판을 설치했어요. 이케아를 들른 고객 중 일부는 광명 가구단지로도 유입됐죠. 이렇게 상생을 실천했고 광명의 4대 중소상인 협회가 모두 제게 감사패를 수여했어요.”

    양 시장은 요즘 대기업과 중소기업-영세상인 간 상생이 화두인 점과 관련해 뜻깊은 감사패라고 말한다. 광명시 사람들은 광명동굴, 광명역세권과 함께 ‘교육혁신’을 양 시장의 3대 치적으로 꼽는다. 이에 관한 양 시장과의 대화다.  

    광명의 교육환경은 어떠했나요?
    “광명이 교육 여건이 굉장히 안 좋았어요. 자녀가 초등학교 3, 4학년만 되면 부모는 목동, 강남, 평촌으로 이사 갈 궁리만 했죠. 저는 2010년 시장이 되면서 ‘광명이 떠나는 도시가 되면 안 된다. 그러려면 교육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했어요. 김상곤 현  교육부총리가 당시 경기도교육감으로 재임하면서 혁신교육지구를 지정했어요. 저는 여기에 발맞춰 광명의 교육 혁신에 거액을 투자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교육 여건이 굉장히 좋아져서 이제는 목동에서 광명으로 이사 올 정도가 됐어요.”

    목동에서 광명으로 이사 온다?
    “교육이 얼마나 좋아졌나 하면 광명의 부동산 가치가 천정부지로 올랐어요, 광명 전체가. 평당 수천만 원은 기본이고 번화가는 평당 1억 원까지 뛰었어요.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받는 환경이 되니까 도시의 전체 가치가 높아진 것이죠. 많은 학부모가 자녀 학교 문제 때문에 광명으로 이사를 와요.”

    초·중·고교가 다 좋아졌나요?
    “다 좋아진 거죠. 광명시내 고등학교의 대학진학률이 좋은 편이에요. 나아가 우리 시는 전국 최초로 중학교에서 유전자조작식품 없는 무상급식을 실시합니다. 9월 1일부터 고등학교 급식비도 지원하죠.”

    광명시청 한 공무원은 “양 시장에 대해 놀랍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그는 광명시민들의  행복을 불려주는 이러한 눈부신 발전을 이루면서 시의 채무도 완전히 탕감했다. ‘기자 출신 행정의 달인’이라고나 할까”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양 시장은 “2010년 시는 239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었다. 내가 부임한 후 광명동굴을 개발해 많은 수익을 냈고 광명역세권에 대형 유통업체들을 유치해 여기서도 적지 않은 세수 증대 효과를 봤다. 결국 빚을 모두 갚고 3월 ‘채무 없는 도시’를 선언했다. 그래도 재정에 여유가 생겨 고교 급식비도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에 메가시티(거대도시) 만들자”

    광명시의 미래상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요?
    “저희 시는 우리나라 최고의 교통 허브죠. 이 점을 더 살려나가야 해요.”

    어떻게?
    “광명역을 북한-중국-러시아와 연결되는 유라시아철도의 출발역으로 만들고 싶어요. 지금 남북 관계가 안 좋지만, 이렇게만 되면 광명역 일대는 아마 우리나라의 중심지가 될 겁니다. 저희 시는 중국의 단둥·훈춘, 러시아의 이르쿠츠크, 몽골의 울란바토르와 경제 교류 협약을 맺었어요.”

    양 시장은 시야를 경기도로 넓힌다. 그는 “경기도는 서울의 변방으로 느껴진다. 정체성도 없다. 나는 경기도 내 시·군을 묶어 몇 개의 ‘메가시티(거대도시)’를 만드는 방법으로 경기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치 선전에 능한 사람보다는 도민을 잘살게 해주는 유능한 사람이 경기도에 더 필요하다”며 “경기도지사에 도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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