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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학살 증언한 청년은 시체 더미 속 꼬마”

戰犯 카라지치에게 40년형 선고 권오곤 前 국제유고전범재판소 상임재판관

  •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학살 증언한 청년은 시체 더미 속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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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년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 재판관에 선출돼 15년 동안 유고 전범들을 재판한 권오곤 전 ICTY 상임재판관이 3월 24일 마지막 재판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국제 형사 정의를 확립할 수 있는 재판 선례를 만들어 자부심을 느낀다”는 그를 만났다.
“학살 증언한 청년은 시체 더미 속 꼬마”

[박해윤 기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세기의 전범(戰犯) 재판’을 끝낸 권오곤(63)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 International Criminal Tribunal for the former Yugoslavia) 상임재판관은 3월 24일 세르비아계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71) 재판의 재판장으로서 카라지치에게 40년형을 선고하고 3월 말 귀국했다. 카라지치는 보스니아 내전(1992~1995) 때 보스니아인 25만 명을 학살한 혐의를 받아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827호에 의해 1993년 안보리 산하에 설립된 ICTY는 보스니아 내전 때 옛 유고 연방에서 자행된 반인륜 범죄를 단죄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 법정으로 해당 범죄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소추, 처벌한다. 권오곤 재판관은 ‘20세기 최악의 전범’으로 꼽히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 재판도 진행했지만 그가 2006년 돌연사하는 바람에 ‘최종’판결엔 이르지 못했다.

서울대 법대 수석 졸업(1976년), 사법시험(19회) 수석 합격, 사법연수원(19기) 수석 수료 ‘기록’을 지닌 그는 1979년 서울민사지법에서 판사로 근무를 시작해 대구고법 부장판사로 재직하다 2001년 ICTY 재판관에 선출됐다. 한국인 최초로 선출된 국제형사재판기구 재판관이다. 이후 15년간 ICTY에서 일했다.



 판결 6개월 전부터 ‘고시생 모드’

 ▼15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소감이 남다를 것 같네요.

“아직 정신없어요. 그간 이사를 10번쯤 했는데, 짐을 풀 때 제가 함께 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카카오택시 같은 앱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선진 조국’에 돌아온 실감이 났습니다(웃음). 집 앞에 아침밥 사 먹을 식당도 있고, 주말에 문 여는 슈퍼마켓도 있으니 편리하죠. 어른이 된 뒤로 가장 오래 산 도시를 떠나 허전하기도 합니다.”

▼ICTY 연구관으로 파견됐던 어느 판사가 ‘권 재판관님은 평소 토론을 즐기고 후배의 의견도 잘 수용하신다. 한인 커뮤니티 사람들에게 밥도 잘 사주신다’고 하더군요.

“그곳 사람들은 밥도 각자 먹어요. 회식은 일절 없죠. 그래서 제가 우리 재판부 4명이라도 두세 달에 한 번씩은 회식하자고 했어요. 밥은, 내가 너무 외로우니까 사람 만나고 싶어서 사는 거예요(웃음). ICTY는 자원해서 간 곳이라 일하는 게 참 재미있었어요. 영미법과 대륙법 체계를 절충하며 적합한 형사사법제도를 선택해 선례를 만드는 게 좋고, 세계 각국 동료들과 얘기하는 게 즐거웠어요. 가족한테는 미안했죠. 손녀(첫째가 낳은 딸)도 자주 못 보고, 미국에 사는 둘째는 서울에서 만나야 할지 헤이그에서 봐야 할지 모르겠고, 셋째도 마음에 걸리고, 무엇보다 10년 넘게 매일같이 ‘코끼리표’ 보온밥통에 도시락을 싸준 아내에게 미안했어요. 아내가 ‘도시락 졸업’을 해 아주 좋아했죠.”

▼아침밥 파는 식당에 감탄하신 걸 보니 요즘은 아침도 사 드시나 보네요.

“아, 들통났나요?”

▼귀국 일주일 전에도 판결을 하셨더군요.

“판결을 6개월 앞두고부터는 사법시험 막바지 공부할 때처럼 했어요. 집에 오면 저녁 먹고 와인 한잔 한 뒤 밤 9시에 잠들고 새벽 2시면 일어나 일했죠. ICTY 운영 최종 기한이 올 3월 31일로 못 박혀 있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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