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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무관한 일” “한국이 뒤통수쳤다” “중국 견제용”

‘한국 사드 배치’ 향한 3갈래 중국 민심

  • 홍순도 |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mhhong1@hanmail.net

“나와 무관한 일” “한국이 뒤통수쳤다” “중국 견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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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당국, 언론만 요란…국민은 대부분 무관심
  • ● “한국 쇼핑·여행객 오히려 늘어”
  • ● ‘안티 한국’ 네티즌, 한국 비판 앞장
  • ● 사드 여론 관리해 ‘혐한(嫌韓) 쓰나미’ 막아야
“나와 무관한 일” “한국이 뒤통수쳤다” “중국 견제용”

8월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중국 관광객. [동아일보]

불과 얼마 전까지 중국 당국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대외 관심사는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원론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정도지, 크게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중국이 거국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해상 및 육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실현에 필요한 주변국의 이해를 얻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가 국가적 현안이었으다.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 및 일본 등과 벌이는 남·동중국해 영유권 분쟁도 중요했다. 아직 현실로 다가오지 않은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까지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마치 이 문제를 그전부터 현안으로 다루고 있었다는 듯 예민하게 반응했다. 사드가 자국을 겨냥하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남·동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최대 대외 현안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고 할 만하다.

베이징 공안국의 고위 간부 W씨는 ‘한국통’으로 한국 커뮤니티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교민 사회의 유력 인사들과 한국 언론사 특파원들 중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수년 전 고위직으로 승진하면서부터는 현장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 현장보다는 책상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을 테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정보 수집 풀가동한 관리들

그런데 그가 최근 다시 베이징 한인 사회에 나 보란 듯 모습을 나타냈다. 이유는 곧 밝혀졌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교민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사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수년 전처럼, 나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한국인들을 열심히 만날 것”이라는 말까지 털어놓더라고 한다.

외교부에서 한국 업무를 오래 다룬 C씨의 경우도 비슷하다. 지난해만 해도 웬만한 한국 기자나 관리들이 그를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정반대다. 아예 작심을 한 듯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듣는 처지였다면, 지금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다. 사드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고 재중(在中) 언론인, 관리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사드 배치는 절대 불용”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관영 언론은 더하다. 언제 사드와 관련한 연구를 그리 많이 했는지, 비판적인 기사를 매일같이 마구 쏟아낸다. 특히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 ‘환추시보(環球時報)’는 한국과 군사적 무력충돌을 불사해야 한다는 요지의 논조를 앞세우며 흥분한다.



‘대목’ 만난 학자들

“나와 무관한 일” “한국이 뒤통수쳤다” “중국 견제용”

9월 5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사드 인식차’를 드러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9월 4~5일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한중 정상회담이 끝나기 무섭게 신화(新華)통신을 비롯한 관영 언론들이 “양 정상의 회담은 사드 문제 때문에 아무것도 합의한 것 없이 끝났다”고 폄하한 것은 이런 보도 태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드 외의 현안에 대해서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한 한국 언론의 보도와는 전혀 딴판이다.

각 대학과 연구소의 교수, 연구원들은 완전히 ‘대목’을 만났다. 조금만 유명세가 있으면 이 신문, 저 방송에 끊임없이 이름을 내민다. ‘중복 출연을 하지 않으면 유명 학자가 아니다’는 말까지 나도는 게 현실이다.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의 스인훙(時殷弘) 교수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사드가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결코 믿을 수 없다”는 그의 말은 유행어가 됐다. 그는 9월 초 열린 제5회 서울안보대화에도 중국의 민간 옵서버로 참석했다. 그는 자국 언론을 통해 “한국이 정말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은 보복할 수밖에 없다. 불행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보복 중에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푸는 것도 포함된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에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일삼았다.

중국 일반 시민들의 인식은 당국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이런 반응과는 차이가 크다. 우선 “도대체 사드가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사드가 뭔지도 모르는 중국인도 적지 않고, 설사 안다 해도 나와는 상관없다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인 경우가 많다. 거의 매달 주말을 이용해 한국에 쇼핑을 하러 간다는 베이징 시민 청메이 씨의 말을 들어보자.

“사드가 뭔지는 안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 한국 정부에 화가 많이 나 있다는 사실도 잘 안다. 하지만 당장 그것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게 될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북한 핵 문제처럼 심각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도 내가 굳이 그 문제 때문에 행동에 제약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한다. 주위에서 내가 그러는 것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물론 상황이 더 악화되면 내 행동도 조금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 다음 주에도 한국에 쇼핑하러 간다.”

청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중국인들은 한류(韓流) 팬을 의미하는 이른바 ‘하한주(哈韓族)’들 사이에서는 주류에 속한다. 10대 중반 무렵부터 한류에 푹 빠졌다는 20대 중반의 베이징 IT업계 직원 수이란 씨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사드가 뭔지 알고 싶지도 않다. 누가 가르쳐준다고 해도 귀를 막겠다. 내 관심은 오로지 한국에 여행 가서 쇼핑하는 것이다. 베이징에 있을 때는 (동영상 서비스 사이트) 투도우(土豆)나 아이치이(愛奇藝) 등의 플랫폼에서 한국 드라마나 연예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보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 내게 사드인지 뭔지는 아무 의미가 없다. 내 인생은 사드와 무관하다.”

수이란 씨보다 더한 사람도 없지 않다. 허베이(河北)성 랑팡(廊坊)시에 사는 허쥔 씨는 최근 서울 명동의 패션 브랜드 ‘에잇세컨즈’ 매장을 찾았다. 그는 이 브랜드의 모델인 빅뱅 멤버 지드래곤 이름이 새겨진 모자와 티셔츠 등을 사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작심하고 달려갔다고 한다.

“올해 목표가 명동의 그 매장에 가서 지드래곤의 체취가 느껴지는 모자 등을 사는 것이었다. 당시 엄청나게 인파가 몰려 못 살까 봐 불안했는데 다행히 살 수 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사드, 사드 하는데 솔직히 나는 전혀 관심이 없다. 사드 문제로 내가 한국에 못 가는 일이 생기면 관심을 갖겠지만. 그럼 ‘왜 못 가게 하느냐’고 따지겠다. 왜 개인의 사생활이 사드로 침해를 받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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