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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미술관

덴마크 예술 황금기와 프랑스 인상파를 만나다

오드럽가드 미술관

덴마크 예술 황금기와 프랑스 인상파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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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은 예술품을 수집하고 아내는 정원을 가꿨다.
  • 덴마크 코펜하겐 북쪽 외곽에 있는 오드럽가드 미술관은 재벌이자 컬렉터였던 빌헬름 한센이 저택을 짓고 소장한 미술품을 전시하면서 시작됐다.
  • 한센은 1918년 개관 연설에서 자신의 컬렉션을 국가에 기증하겠다고 선언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덴마크 예술 황금기와 프랑스 인상파를 만나다

오드럽가드 미술관 전경. [사진제공·최정표]

미술관을 찾아다니는 일은 즐거움이면서 고행이기도 하다. 도시에 있는 미술관은 쉽게 찾아갈 수 있지만 시골 오지의 미술관은 찾아가는 일부터 결코 만만치 않다.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다 날씨라도 궂으면 수고로움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  

오드럽가드 미술관(Ordrupgaard Museum of Art)에 가는 날은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기차를 탔는데 20여 분 만에 조그마한 시골 도시에 도착했다. 그런데 역무원도 없고 영어 안내판도 없었다. 여기서 다시 버스를 타야 하는데 물어볼 데도 없었다. 비를 맞고 이리저리 허둥대는 우리 모습이 측은했던지 지켜보고 있던 인근 잡화 가게 할아버지가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었다.

빗속을 뚫고 길을 건너 버스 정류소에서 한참을 기다리니 388번 버스가 왔다. 덴마크는 시골버스도 참 세련되고 예술적으로 디자인되어 있었다. 기사 아저씨도 친절했다. 시골길을 달려 푸른 숲 이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한 정류소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조그맣게 쓰인 미술관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화살표를 따라 걸어가니 미술관 입구가 나타났다. 건물은 보이지 않고 입구 안쪽도 온통 아름드리나무만 가득했다. 그 속을 뚫고 한참 걸어들어가면 대저택이 눈앞에 우뚝 서 있다.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고성 같은 집이다.

이 저택이 바로 오드럽가드 미술관이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아 먼저 저택 주위 정원을 둘러보았다. 규모로 보나 그 아름다움으로 보나 대부호의 집이 틀림없었다. 작은 왕궁 규모의 저택과 정원이었다. 정원에는 다양한 조각이 배치돼 있었다.

컬렉터의 꿈, 저택 미술관 

덴마크 예술 황금기와 프랑스 인상파를 만나다

오드럽미술관 내부 전시장. [사진제공·최정표]

오드럽가드 미술관은 재벌이면서 유명한 컬렉터였던 빌헬름 한센(Wilhelm Hansen·1868~1936)이 저택을 짓고 미술품을 전시하면서 시작됐다. 돈을 많이 벌면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집 짓는 것과 예술품 수집이다. 한센도 그런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먼저 예술품을 수집하고, 이를 전시하기 위해 큰 저택을 지었다.

한센은 부인(Henny Hansen)과 함께 코펜하겐에서 북쪽으로 20여km 떨어진 이곳에 부지를 마련하고 건축가 트베데(Gotfred Tvede·1863~1947)에게 의뢰해 1916년부터 2년에 걸쳐 저택을 완공했다. 그리고 그 지역 명칭을 따서 오드럽가드라고 명명했다.

또 한센은 전문 정원사(Valdemar Fabricius Hansen·1866~1953)를 고용해 집 주위에 크고 아름다운 정원을 조성했다. 1918년 개관 연설에서 한센은 자기가 수집한 예술품은 모두 국가에 기증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드럽가드는 한센 부부가 함께 만들고 다듬어온 개인 미술관이지만 지금은 국가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의 덴마크 작품과 프랑스 작품을 주요 소장품으로 하고 있다.

전쟁 중 프랑스 작품 집중적으로 수집

어느 나라나 새로운 산업이 일어나면 큰 재벌이 생겨난다. 미국은 석유가 나오면서 록펠러 재벌이, 자동차가 나오면서 포드 재벌이 만들어졌다. 한센은 덴마크에 보험업이 들어오면서 재벌이 됐다. 보험회사 두 개를 일구어 덴마크의 대표적 보험회사로 키워낸 한센의 족적은 매우 두드러진다.  

보험업은 현금 유동성이 가장 높은 사업이다. 보험료는 계속 들어오는데 보험금은 미래에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돈이 계속 쌓인다. 그래서인지 보험업으로 성공하면 재벌로 등극하고, 다른 사업으로 재벌이 돼도 보험업을 시작한다. 우리나라도 삼성 재벌은 ‘삼성생명보험’과 ‘삼성화재보험’을 가지고 있다.

한센은 매우 부지런하고 독립적이며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가진 사업가였다. 이런 성격은 사업뿐만 아니라 미술품 수집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는 사업가로도 성공했고 컬렉터로도 성공해 훌륭한 컬렉션을 후세에 남기고 있다.

나중에 화가가 된 어릴 적 친구로 인해 한센은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 친구의 소개로 많은 화가와 친하게 지내면서 그들의 작품을 수집했다. 처음에는 덴마크 작품에만 관심을 가졌지만 나중에는 프랑스 작품에도 매료됐다. 덴마크 작품은 1892~1916년 사이에 주로 사 모았는데 19세기 초 덴마크 예술의 황금기(Golden Age of Denmark) 작품과 한센 시대 컨템퍼러리 작품들이 주 대상이었다. 부부가 함께 평생 그림을 수집했다.

한센은 파리 출장을 계기로 인상파 그림을 접하고 매료됐다. 프랑스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6년에서 18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덴마크인들에게 프랑스 아방가르드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거기에다 전쟁 와중에 좋은 그림들이 헐값에 쏟아져 나왔다. 그는 먼저 시슬리, 피사로, 모네, 르누아르 등 인상파 화가의 작품을 사 모았다. 북유럽에서는 프랑스 미술의 첫 컬렉션이었고 최고의 컬렉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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