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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대변혁 ‘진보가 주류인 사회’

헌정질서 위협하는 포퓰리즘 망령에서 벗어나라

보수가 진보에게 주는 苦言

  • 글: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헌법학

헌정질서 위협하는 포퓰리즘 망령에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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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대에 사회주의자가 아니면 정열이 없는 사람이며, 50~60대에 사회주의자인 사람은 경험에서 배운 것이 없다는 말이 있다. 젊은 학자나 정치인들은 6월항쟁의 민중승리에 도취하고 4·15 선거의 촛불시위 승리에 심취하여 직접민주제적인포퓰리즘을 선호하는 듯하다. 그것이 과연 국민의 뜻인가.
헌정질서 위협하는 포퓰리즘 망령에서 벗어나라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자의 거리 유세에 환호하는 유권자들.

4·15 총선은 한국의 정치지평을 변화시켰다. 젊은 정치인이 대거 당선되고 민주노동당이 국회 입성에 성공함으로써 이념과 정책의 다양성을 가지고 경쟁하게 됐다. 이는 노인세대의 퇴장이며 젊은 유권자의 승리다. 결과적으로 보수에서 진보로의 전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반드시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사실 이번 선거결과를 보고 헌법학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정치 계몽에 소홀했다는 자성(自省)에서 이 글을 쓰게 됐다. 17대 총선은 노무현 정권 1년에 대한 평가와 함께 4년간 정부를 견제할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여야 했음에도, 탄핵반대 세력에 의한 ‘탄핵 찬반투표’의 성격을 띰으로써 국민의 의사가 왜곡된 감이 없지 않다.

탄핵 찬성이냐 반대냐는 이미 국회소추행위가 완료되어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정치권이 선거로써 헌법재판관들에게 압력을 가하려 했다면 그것은 헌정 파괴 행위나 다름없다. 대한민국은 대의제 민주정치를 채택하고 있고, 국민은 선거인으로서 대표자의 선출기능을 가질 뿐이며, 대통령이 회부한 국민투표와 헌법개정안에 대한 투표만 가능한 데도, 시민들은 거리에 나와 정책을 결정하려 한다. 이는 포퓰리즘의 대표적 악례(惡例)라 아니할 수 없다.

4·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국회의석 과반수인 152석을 얻어 거대여당이 된 것은 소선거구제의 병폐를 그대로 보여준다. 실제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 지지는 40%에도 못미쳤다.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 새천년민주당, 자유민주연합 3당의 득표율을 합치면 이보다 10% 정도 높다. 만약 완전비례대표제를 채택했다면 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얻었을 것이다. 이를 놓고 보아도 이번 선거결과는 탄핵에 대한 국민의 불신임이 아니라, 탄핵소추에 대한 신임이 유권자의 뜻이었다고 해석해야 옳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결정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정치적 투표행위가 헌법재판소를 구속하는 것은 아니다.

4·15 총선결과 국회의원 당선자의 성향이 진보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민주노동당이 12%의 지지를 얻어 10석을 얻었고, 열린우리당에서도 진보성향 인사가 다수 당선됐다. 한나라당 당선자 중에도 진보성향의 의원이 많아졌으며 전반적으로 학생운동권 출신이 다수 당선됐다. 이같은 결과가 과연 유권자의 진정한 의도였는지 궁금하다.

사실 열린우리당은 자칭 ‘잡탕’ 정당이라 할 만큼 보수성향에서 진보성향까지 다수를 포섭하고 있어 정당색깔이 명확하지 않다. 보수와 진보의 대립을 봉합하기 위해 일단 실용주의를 앞세웠지만 이들이 국회 의정활동에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원조보수를 주장하는 다선의원을 제외하면 초선의원 상당수가 진보성향을 보이고 있고 전반적으로 중도보수이면서 중심축이 좌축으로 옮겨졌다. 한나라당도 이념면에서는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16대국회에서와 같이 초선의원들의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보수와 진보만 존재하나

아직도 언론기관이 국회의원의 성향을 보수, 진보로 이분하는 것도 문제다. 정당의 색깔은 반동, 보수, 자유, 급진으로 나누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과거에는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으로만 나누는 경향이 있었다. 보수정당은 장래에 대해 비관적이고 회고주의적인 반면, 진보정당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것을 성취하려 한다. 그래서 보수정당을 새로운 국정질서와 사회질서에 대한 미래계획이 없는 ‘현실주의 정당’이라 한다면, 진보정당은 장래에 대한 계획을 가진 ‘이상주의 정당’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보수-진보의 이분법은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래서 정치학자 로렌스 로웰은 현실만족적 집단과 현실불만족 집단, 장래의 개선을 믿는 집단,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나누었다. 프리드리히는 인간집단을 4가지로 분류했다. 현상태에 불만을 표명하고 개선의 가능성을 확실히 믿는 급진주의자(Radicals), 현실에 만족하고 장래 개혁을 믿는 자유주의자(Liberals), 현실에 만족하고 현상태의 개선에 희망을 갖지 않는 보수주의자(Conserva tives), 현상태에 만족하지 않으면서 개선에 대한 희망도 갖지 않는 반동주의자(Reactionaries)가 그것이다. 이에 따라 정당도 보수당, 자유당, 급진당, 반동당으로 나뉜다(김철수 ‘헌법질서론’, 1963, 45쪽).

이 도식에 따르면 정당은 극우적인 반동주의당, 중도우파적인 보수당, 중도좌파적인 자유주의당, 극좌파적인 급진당으로 나눌 수 있다. 4·15 총선에 참여한 20개 정당을 이에 따라 분류하면 공화당은 반동주의당, 기독교당은 보수당, 민주노동당은 급진정당이다. 그 이외의 정당들은 자유주의당 또는 진보정당이라고 하겠다.

또 정당은 ‘세계관 정당’과 ‘기획 정당’으로 나눌 수 있다. 세계관 정당은 특정한 세계관, 종교 등을 전파하거나 방어하기 위한 정당이다. 좁은 의미의 세계관 정당으로는 공산당과 나치스당을 들 수 있다. 또 종교적 정당으로는 아랍이나 독일의 이슬람정당, 구교정당, 신교정당, 불교정당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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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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