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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유학생의 영국 일기 - 마지막회

영국 TV는 영어 선생님!

드라마 왕국에서 사랑을 외쳤다, 헉! 그런데…

  • 전원경│작가, 영국 글래스고대 문화정책 박사과정 winniejeon@hotmail.com│

영국 TV는 영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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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 한마디 못하던 희찬이는 1년 만에 영국 아이들과 엇비슷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
  • 다 TV 덕분이다. 엄마도 아들 따라 하기에 나섰다.
  • TV 보는 값으로 1년에 40만원을 내니 본전 생각도 났다.
  • 그래서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3대 드라마와 친해지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 아, 그러나 영국 드라마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가 아니었다!
영국 TV는 영어 선생님!

희찬이의 영어 선생님 구실을 한 영국 인기 드라마 ‘닥터 후’.

언젠가 한번 이야기한 것처럼, 희찬이가 영국에 와서 고군분투 끝에 영어를 배우게 된 것은 순전히 텔레비전 덕분이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온 희찬이는 영국 학교에 4학년 1학기로 편입하던 때까지 영어를 한마디도 이해하지 못했다. 선생님의 수업 내용이나 친구들의 이야기를 전혀 못 알아들은 것은 당연지사. 영국에서의 첫 6개월 동안 우리 세 식구 모두 무진장 고생했지만, 그중에서 가장 힘든 사람은 아마 희찬이었을 것이다.

영국에 온 지 1년 하고도 2개월이 좀 지난 지금, 희찬이는 영어로 듣고 읽고 말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아직까지 영어로 글을 쓰는 데는 약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소한 듣고 읽는 데는 또래 영국 아이들에게 크게 뒤지지 않는 듯싶다. 요즘에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1권인 ‘해리포터와 철학자의 돌’(미국과 한국에서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됐지만 원제목은 ‘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이다)을 읽으면서 “엄마, 나는 영화 해리포터가 제일 재미있는 줄 알았는데, 책을 읽어보니까 책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라고 평하기도 한다.

사실 희찬이는 언어 감각이 좀 둔한 편이어서 한글도 1년 가까이 고생해가면서 간신히 익혔고, 영어도 한국에서부터 꾸준히 배웠건만 영국에 오기 전까지는 전혀 깨치지 못했다. 그러던 아이가 1년 조금 넘는 기간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영어로 읽게까지 됐으니 ‘고생 끝에 낙이 왔나’ 싶을 정도다.

희찬이가 영어를 실제적으로 접하고 이해하게 된 매개체는 다름아닌 TV다. 어떻게 해서 그리 됐는지는 몰라도 희찬이는 지난해 연말 무렵부터 BBC의 공상과학 드라마 ‘닥터 후(Doctor Who)’의 열광적인 팬이 됐다(어느 날 갑자기 팬이 됐기 때문에 이 녀석이 어떤 경로로 이 드라마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됐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희찬이는 토요일마다 방송되는 ‘닥터 후’ 본방송은 물론이고 BBC3의 재방송이나 과거 시즌의 앙코르 방송까지 ‘닥터 후’라면 모조리 찾아서 봤다.

50년 최장수 드라마

그것도 모자라 매주 나오는 ‘닥터 후’ 잡지도 꼭꼭 사서 닳아 떨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영어책 한 번 읽히기가 그렇게나 어렵던 아이가 전자사전을 찾아가며 ‘닥터 후’ 잡지를 읽는 걸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6개월 정도가 지나자 어느새 아이는 ‘닥터 후’는 물론이고 웬만한 TV 프로그램은 대부분 알아듣는 수준이 됐다. TV가 아이의 영어 선생님 노릇을 해준 셈이다.

사실 이번에 이야기하려는 주제는 희찬이가 아니라 희찬이의 영어 선생님이 되어준 영국 TV에 대한 이야기다. 희찬이가 영어를 익히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다 ‘나도 영국 TV 드라마를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많은 영어 전문가가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영어를 익히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리스닝, 바로 듣기다. 그리고 듣기 실력을 늘리는 데는 TV 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나는 밤 10시에 방송되는 BBC 뉴스를 매일 보는데, 기왕이면 딱딱한 뉴스말고 드라마도 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가 재미있어봤자 뉴스일 뿐이고, 더구나 BBC 뉴스에는 ‘보수당 정부의 공공예산 삭감으로 인해 평균적인 영국인의 은퇴연금(pension)은 얼마나 줄게 되나?’ 같은, 영국의 내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면 알아듣기 어려운 뉴스가 꽤 많이 나온다. 어떤 때는 지루함을 참으면서 의무적으로 간신히 뉴스를 보기도 한다. 그래서 기왕이면 영국에서 인기 있는 드라마를 한두 편 찾아내서 보는 재미를 붙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영국 TV는 한국 못지않은 ‘드라마 왕국’이다. 일전에 영국의 공식 시청률 조사 사이트인 BARB(Broadcaster′s Audience Research Board, barb.co. uk)에서 영국 공중파 방송의 시청률 순위를 분석했는데, 2010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 톱 5 중 1위부터 3위까지가 모두 드라마, 그것도 일일 드라마였다. 시청률 1위를 차지한 ITV의 ‘코로네이션 스트리트(the Coronation Street)’는 장장 50년 동안 계속 방송된 일일 드라마다. 공식적인 기록을 잠깐 살펴보자면 ‘코로네이션 스트리트’가 시작된 것은 1960년 12월이라고 한다. 첫 방송 이래 주 2회에서 주 5회 사이로 편성은 다양하게 바뀌었지만, 드라마가 중단된 적은 한 번도 없다. 현재까지의 방송 횟수는 무려 7000회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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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경│작가, 영국 글래스고대 문화정책 박사과정 winnieje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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