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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잘린 손가락도 재생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 곧 현실로?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잘린 손가락도 재생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 곧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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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아줄기세포는 잠재력이 아주 크기 때문에 말 그대로 어디로 튈지 모른다. 따라서 원하는 대로 분화하도록 고삐를 죌 방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간세포로 분화해야 할 것이 엉뚱한 신경세포가 되거나, 아예 암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잘린 손가락도 재생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 곧 현실로?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의 한 대원이 아기 인형이 담긴 얼음 조각과 ‘인간 생명에 대한 특허를 중지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시위하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발생학자 제임스 톰슨은 1998년 11월6일 학술지 ‘사이언스’에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분리해 배양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은 발표되자마자 전세계를 격렬한 논쟁과 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들였다. 그가 일으킨 소용돌이는 잦아들기는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커졌다. 그의 이름조차 모르던 수많은 일반 대중까지 집어삼키면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세계를 뒤흔든 3쪽짜리 논문

과학적 발견이 으레 그렇듯이, 그의 발견도 그저 새로운 가능성으로 향한 문을 활짝 연 것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그 가능성이 그저 그런 수준이 아니라 ‘엄청난 것’이라는 데 있었다. 그보다 2년 전에 이뤄진 복제 양 돌리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그 발견은 인류의 미래를 뒤바꿀 영향력을 지녔다. 탄식과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이 당연했다. 물론 그는 7년 뒤 한국에서 그 여파가 일그러진 형태로 나타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겠지만.

톰슨은 시험관 수정을 시도한 사람들이 기증한, 남는 배아를 실험대상으로 삼았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면 수정란이 되고, 그 수정란은 배아를 거쳐 태아로 발달한다. 수정란은 하나의 세포인데, 그 세포는 계속 분열해 2개, 4개, 8개 식으로 증가한다.

그 세포들의 덩어리가 바로 배아다. 수정란이 분열을 시작한 지 4∼5일쯤 지나면 세포의 수는 약 100개로 늘어나며, 배아는 마치 속이 빈 공처럼 변한다. 이때의 배아를 배반포라고 하는데, 거의 텅 빈 안쪽에는 약간의 세포가 들어 있다. 그 세포들을 내부 세포 덩어리라고 한다.

내부 세포 덩어리는 계속 분열하고 자라서 나중에 우리의 몸을 이루는 다양한 세포, 조직, 장기를 만드는 기능을 한다. 톰슨은 그 내부 세포들을 꺼내어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이 바로 배아줄기세포다.

줄기세포는 분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증식하면서 적절한 환경이 갖춰지면 분화한 세포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줄기세포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톰슨이 분리해낸 것은 배아줄기세포다. 톰슨의 정의에 따르면, 배아줄기세포는 자궁에 착상되기 이전의 초기 배아에서 얻은 것이다. 오랜 기간 미분화 상태에서 분열과 증식을 계속할 수 있고, 오랫동안 배양한 뒤에도 분화한 온갖 세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여전히 간직한 것이다.

또 하나는 성체줄기세포다. 이는 발달한 동물의 여러 조직에서 발견되는 것을 말한다.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보다 발달 잠재력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만들어낼 수 있는 세포의 종류가 한정되어 있다는 의미다.

톰슨의 3쪽짜리 논문은 자신의 연구진이 배양한 것이 다양한 세포를 만들어낼 능력을 지닌 줄기세포임을 입증하는 분석과 실험 결과를 담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뭐 그렇게 중요한 발견이라는 것일까? 그것은 꿈의 세포를 발견했다는 의미였다.

종양 속에 뼈, 이빨, 머리카락이!

배아줄기세포의 발견이 지닌 의미를 이해하기 쉽도록 암세포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암세포는 무분별하게 계속 증식한다는 점에서 정상 세포와 다르다. 정상 세포는 몸의 다른 세포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이겠지만, 대개 분열하는 횟수가 한정되어 있다.

반면 암세포는 한없이 증식할 수 있다. 암세포의 이런 능력이 몸 전체에는 해가 된다. 하지만 정상 세포가 필요할 때 그런 증식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큰 상처가 났을 때나 손가락이 잘렸을 때 그 능력은 유익하게 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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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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