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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삶

“한문 공부하다 보니 셈법이 보입디다”

‘컴퓨터보다 정확한’복리계산법 개발한 김병채 옹

  • 글: 이계홍 언론인·용인대 겸임교수 khlee1947@hanmail.net

“한문 공부하다 보니 셈법이 보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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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이들도 머리 아파하는 고등수학을 풀면서 삶의 보람을 느낀다는 팔순 노인 맥당 김병채 옹. 그는 40여 년 연구 끝에 컴퓨터도 처리하지 못하는 복리계산법을 개발했고 길이와 부피의 한자표기법도 찾아냈다.
  • 지금도 넓이의 한자표기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수학박사’ 김옹의 ‘수’와 함께한 80년 인생사.
“한문 공부하다 보니 셈법이 보입디다”
방 구들장을 베개 삼아 누워지내야 할 노인이 컴퓨터보다 정확한 복리계산법을 개발하고 길이와 부피의 한자표기법을 찾아냈다. 수학이 좋아 젊은이들도 머리 아파하는 고등수학을 풀면서 삶의 보람을 느낀다는 81세의 노인 맥당(麥堂) 김병채(金炳采) 옹이 그 주인공. 전북 부안군 부안읍 동중리 39번지에 사는 김옹은 전주대 이병훈(60) 교수의 지적대로 지칠 줄 모르는 탐구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교수는 자신의 수필 ‘맥당 아저씨’에서 김옹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우리 작은집 사랑채에 초등학교 선생님 한분(맥당 김병채)이 들어와 사셨다. 그분은 할머니의 조카사위였기 때문에 아저씨라고 부르며 지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와 수수께끼, 수학문제 등을 내주곤 하셨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차창 밖으로 전봇대가 지나가는 숫자를 세어보고, 전봇대 사이의 거리와 시간을 계산하여 기차의 속도를 알아낼 수 있느냐’고 물어보시면서 이치에 맞게 풀어주신 분이다. 그런 분이 지금도 변함없이 수학 공부와 문학 탐독, 한문 공부를 계속하고 계신 것을 보고 놀랐다.”

개나리가 노랗게 펴 봄내음이 물씬 느껴지는 날 그를 만나러 떠났다. 부안읍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그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털이 부수수한 삽살개와 변종 발발이가 반갑게 손님을 맞이한다. 손님이 그리웠던지 낯선 사람이 찾아와도 짖지를 않고 꼬리부터 흔든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김옹이 나와 악수를 청한다. 그런데 필자의 손에 잡힌 김옹의 손이 좀 수상하다. 악수를 끝내고 보니 오른손 집게손가락이 뭉툭 잘려나갔다.

-손가락이 상당히 잘려나갔는데 무슨 곡절이 있는가요.

“암시랑도 안허요. 인공(人共) 시절 우리집(전북 고창)에서 머슴살이하던 사람들이 모두 산으로 가버려 내가 대신 소여물을 썰어댔지요. 그러다가 작두에 손가락이 잘린 것이로고만.”

김옹의 전라도 사투리가 구수하다. 판소리 가락처럼 리듬이 실린 말씨가 정겹다.

-당시 김선생님 댁은 지주 세력이었나 보군요.

“암만, 부르주아라고 봐야제. 우리는 산중 논으로 80마지기를 벌었소. 여그 들녘 논으로 치면 200~300마지기는 되뿔제. 이 고장 울김(울산 김씨)이 다 그렇게 사요.”

두 노인부부만 살고 있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단층 양옥은 마을을 내려다볼 정도의 언덕에 세워졌다. 안채 앞 뜨락에는 100여 분의 화분이 2열 횡대로 가지런히 놓였는데 모두 밑둥이 잘려나갔다.

“요것들은 모두 국화 화분들인디. 분갈이를 하고 전지를 해준 것이요. 여름부터 가을까지 국화가 한번 피면 우리 집은 국화향이 가득하제.”

각종 전자계산기 가득한 서재

김옹의 독서 공간인 행랑채는 온통 묵은 한서와 족보로 가득하다. 두 사람이 앉을 자리가 비좁을 정도로 책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고 책상머리에는 10여 개의 전자계산기가 놓여 있다. 케케묵은 한서와 현대정보가 가득 들어 있는 전자계산기. 아무래도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전자계산기도 처리하지 못하는 복리계산법을 개발하셨다고 하는데, 어떤 것입니까.

질문이 나오기 무섭게 ‘놀라운 복리의 위력’이라는 5페이지짜리 유인물을 검은색 서류가방에서 꺼냈다.

“내가 40년 전부터 연구해온 것인디, 원금이 1원에 연리 20%로 50년간 복리로 계산하면 9100.48315원으로 불어나는 계산법을 만든 것이요.”

그러면서 50년 전에 구입한 전자계산기를 비롯해 가지각색의 계산기를 꺼내놓는다. 계산기마다 다른 기능과 계산법을 유인물에 정리해놓았다. 필자에게는 도무지 암호문자 같은 첨단 계산법을 80 노인이 연구해 집적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LOG=공통 대수, SHIFT 10X=공통 진수, LN=제자리 대수, SHIFT EX=제자리 진수, YX(XY)=근(ROOT), SHIFT=제2 기능 지정키…. 이처럼 해설을 붙여놓은 부호들이 30개는 넘어 보였다.

-이런 계산법들이 실제 생활에 유익하게 쓰이는가요. 아니면 효용성과는 상관없이 선생님 혼자서 무료하니까 이것저것 개발한 결과물인가요.

“이것으로 전주의 은행 직원들을 상대로 1999년 12월23일부터 27일까지 강의를 했싱개. 신용금고 사람들을 상대로 강의도 했고 말여. 컴퓨터에 안 나오는 계산법을 누구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준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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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계홍 언론인·용인대 겸임교수 khlee19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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