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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살아가기

임금격차 줄이고 일자리 나누자

‘헬조선 열정페이’ 없애려면…

  • 김용기 |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seriykim@ajou.ac.kr

임금격차 줄이고 일자리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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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청년 고용지표 줄줄이 하락
  • ● 올가을 대기업 신규채용도 감소
  • ● 3포세대→5포세대→7포세대→N포세대
  • ● 청년 일자리 위한 사회적 타협 시급
임금격차 줄이고 일자리 나누자

10월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청년드림 잡 콘서트’. [동아일보]

저성장 시대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집단은 한국의 청년층이다. 이들은 노동과 가족 구성, 그리고 출산이라는 사회적 재생산 기능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있다. 청년세대에게 한국 사회는 오래전부터 ‘헬조선’이었지만, 최근 들어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김모(24·여) 씨는 9월부터 시작된 하반기 입사 시즌에 대기업 및 중견기업 30개 사에 지원서를 제출했으나 서류심사를 통과한 곳은 중견기업 3곳에 불과했다. 그는 “지난해 겨울 대기업 인턴에 선발돼 마케팅 부문 직무경험도 쌓고 영어 스펙도 보강했지만, 서류심사 결과는 지난해보다 못하다”며 답답해했다.   

취업시장에도 수저계급론

입사 과정은 지난하다. 서류심사를 통과하면 인·적성 검사가 기다린다. 난도가 높아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다. 이 관문을 통과하면 최소 3단계의 면접이 기다린다. 대리, 과장급으로 이뤄진 실무자 면접, 임원 면접, 직무면접을 거쳐야 한다. 직무면접에선 30분 이상의 준비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며, ‘북미시장 확대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와 같은 까다로운 질문에 답해야 한다.

아주 소수만이 몇 개월에 걸친 이 과정을 통과해 대기업에 입사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 과정의 어딘가에서 탈락한 뒤 자괴감에 빠져 방황한다. 그리고 다시 스펙 쌓기, 영어 학원 다니기에 몰두하며 4〜5개월을 보낸다. 그러면 상반기 공채 시즌이 돌아온다. 3, 4월부터 자기소개서를 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서류심사조차 통과하기 어렵게 된다. 겨우 면접 기회라도 얻게 되면 “졸업 후 뭘 했나” “왜 졸업을 유예했나”… 하면서 꼬투리를 잡는 면접위원에게 시달린다.

취업시장에서도 ‘수저계급론’이 맹위를 떨친다. 부유한 집 자녀들은 해외 연수나 유학을 통해 높은 어학 점수를 확보한다. 알바(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취업 준비에만 집중한다. 내부자 정보도 확보할 수 있다. 이른바 ‘금수저’ ‘은수저’ 집안은 여러 경로를 통해 면접에 관한 유리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 같다고 보통 청년들은 생각한다.

올가을 대기업의 신규 채용(신입·경력) 규모가 눈에 띄게 줄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9월 발표한 ‘2016년 500대 기업 신규채용 계획’에 따르면 응답 기업(210개 사) 중 48.6%가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응답하지 않은 기업 중 상당수는 아예 신규 채용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렇게 청년층은 노동시장에 첫발을 내디디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더욱이 ‘괜찮은’ 일자리로 꼽히는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으로 진입하려면 정말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1〜2년 졸업을 유예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2015년 청년실업률은 9.2%로 2003년(8.0%)보다 더 악화됐고 청년고용률도 하락했다(2003년 44.4% → 2015년 41.5%). 질적 지표는 더욱 암울하다. 청년층의 첫 일자리 중 ‘계약기간 1년 이하’의 비중은 같은 기간(2003〜 2015년) 두 배로 상승(11.2% → 20.3%)했다. 비정규직 비율 또한 3.3%포인트(31.7% → 35.0%) 높아졌고, 청년층의 상대적 임금 수준은 비정규직의 경우 30세 이상 비정규직에 비해서도 심각하게 악화(80.6% → 69.5%)됐다(표 참조).

공식 실업률은 9.2%라고 하지만 청년층의 실질 체감 실업률은 최고34.2%에 달한다. 주당 근무시간이 짧아 전일제 근무를 원하는 경우, 비자발적 비정규직, 그리고 구직을 포기함으로써 실업자로 잡히지 않은 경우를 모두 합치면 그러하다. 공식 실업률의 4배에 달한다.

그 결과 청년 취업준비생 65만2000명 중 39.3%에 해당하는 26만6000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 대열에 합류한다. 4120명을 뽑은 올해 국가직 9급 공채시험엔 22만2650명이 지원했다. 사정 모르는 중장년들은 청년들이 안정된 직장만 선호한다고 비판하지만, 이들은 학력과 스펙보다 시험 하나로 승부를 가르는 공무원 시험이 공정하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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