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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치의 달인

연말 생존 3원칙 연줄, 전설, 홍보

감원 한파의 정치학

  • 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연말 생존 3원칙 연줄, 전설,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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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마다 연말이면 감원이 추진된다. 글로벌 경제 위축에 따른 것이지만, 경기가 호전 국면일 때도 별반 다르지 않다. 송년회, 크리스마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하는 따뜻한 세밑? 그런 건 연말에 살아남은 자들의 몫일 뿐이다.
연말 생존 3원칙 연줄, 전설, 홍보

동아일보

7월 전 직원의 7%에 해당하는 78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추가로 1000명을 해고할 예정이다. 3M도 올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15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미국에선 휴렛팩커드 3만 명, 캐터필러 4000~5000명, 월마트 450명, 트위터 336명 등 수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다. 업종 불문에 실적 불문이다.

업종 불문, 실적 불문

자원 신흥국도,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국영 석유업체 페트로브라스는 최근 협력업체 직원 5000명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러시아 국영 자원기업 가스프롬과 로스네프트에서도 대규모 감원이 예상된다. 스위스의 광물기업 글렌코어는 상반기 6억76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끝에 잠비아의 광산 직원 4300명을 해고했다. 영국 로열더치셸 역시 일자리 6500개를 줄일 예정이다.

금융권도 예외가 아니어서 독일 도이체방크가 최근 10개국에서 철수하면서 3만5000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 유니크레딧도 1만 명 정도 해고할 계획이다. HSBC도 향후 2만5000명을 정리하기로 했다.

더 차가운 한반도 칼바람

우리나라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한반도의 칼바람은 더 차갑게 느껴진다. 대규모 적자를 낸 조선업체가 연말 감원을 주도할 움직임이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임원을 30% 이상 줄이고 직원도 2000~3000명씩 총 1만여 명을 줄일 계획이다. 잘나가는 삼성전자도 매출 감소 전망에 따라 본사 지원부문 인력을 10% 줄인다는 소식이다. 건설 중장비 제조업체 두산인프라코어는 사무직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금융업계의 감원도 늘 하던 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2010년 말 4만3364명이던 증권사 임직원 수는 이미 3만678명으로 감소했다. 보험사와 은행은 각각 2000명 내외를 해고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 연초 인사를 앞두고 진행되는 연말 감원은 우리나라 모든 직종에 걸쳐 이뤄진다.

그래도 살아남는 자 있다!

연말 연례행사가 된 감원바람 속에서 살아남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올해 무사했다고 내년까지 그러리란 보장도 없다. 나이가 들수록, 상위직으로 오를수록, 한 해 한 해 버티기가 더 힘들어진다. 그래도 누군가는 살아남아 임원이 되고 CEO가 된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존의 핵심은 연줄

2002년 4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소개한 감원에서 살아남는 5가지 생존 방법은 이렇다. ①매출 향상에 기여하라 ②연줄을 확실히 만들라 ③회사의 간판 얼굴이 돼라 ④정치적 인간이 돼라 ⑤대안을 마련해두라.

하나같이 천금 같고 주옥같은 말이다. 특히 매출 향상에 기여하고, 연줄을 만들라는 말, 연말을 앞둔 직장인에겐 복음과 같은 중대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듣고 새기고 실천해야 한다. 합리주의와 개인주의로 똘똘 뭉친 미국에서, 그것도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연줄’을 이야기하니 연줄이 이만저만 중요한 게 아닌 셈이다. 그러나 요즘엔 이 5가지 생존 방법만으로도 부족하다.

중세 회귀, 무한희생

2012년 미국 ‘포춘’이 제시한, 구조조정에서 살아남는 처신법은 10가지다. ①연봉인상 요구 자제 ②승진 요구 자제 ③업무 자청 ④개인 홍보 ⑤재택근무 지양 ⑥조기 출근 ⑦늦은 퇴근 ⑧잡담 자제 ⑨정장 착용 ⑩상사의 고민 공유.

거의 칠거지악(七去之惡) 수준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이미 대한민국 직장인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구전으로 전해진 직장생활 상식이다. 최근에는 오히려 이런 생활로부터 벗어나는 신입사원이 늘어나던 터다. 그런데 다시 과거로 회귀하라고? 목 잡고 뒤로 쓰러질 노릇이다.

한국 직장도, 미국 직장도 중세시대로 확실히 되돌아간 것 같다. 신분제도 이런 신분제가 없고 계급제도 이런 계급제가 없다. 그러나 혁명은 불가능하고 오직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만 있을 뿐이다.

가짓수도 5개에서 10개로 늘었지만 개인적으로 희생해야 할 것도 크게 늘었다. 별 보고 출근해서 별 보고 퇴근하는 것은 물론이다. 돈 더 달라거나 승진시켜달라고 해서도 안 된다. 대신 아부는 열심히 해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싫어하는 일만 골라서 해야 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무한희생을 하라! 아니면 잘릴 각오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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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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