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호

요람에서 무덤까지 ‘구원의 손길’ 찾는 사람들

컨설턴트 전성시대

  • 박은경 |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입력2015-04-21 15: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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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정리수납, 임신·출산·육아…곳곳에서 “SOS!”
    • ‘내공’과 소통 부족한 경쟁사회…대화상대 없어
    • 옷 한 벌 스스로 못 고르는 ‘결정장애’ 호소
    • “컨설턴트 의존 몰아가는 불행한 사회”
    요람에서 무덤까지 ‘구원의 손길’ 찾는 사람들

    연애 컨설턴트 송창민 씨가 대기업 미혼 남녀 직원들에게 컨설팅을 한다.

    50대 중반의 주부 이모 씨는 최근 믿을 만한 입시 컨설턴트를 알아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부자(父子)간의 신경전을 지켜보기 힘들어서다. 중학교 때 전교 5등 안에 들던 아들이 고2인 지금은 반에서 5등을 하는데, 남편은 ‘전교 5등’만 기억하며 아이를 닦달한다. 이씨는 “아이 공부에 대한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받고 싶다. 남편도 자식의 실력을 냉정하게 깨닫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 그래야 부자간 다툼이 줄어들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쉰다.

    생활비를 주지 않는 남편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이혼 컨설턴트를 찾아 두 차례 상담을 받은 40대 후반 주부 박모 씨는 최근 이혼할 마음을 접었다.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 남편과 헤어지려면 1~2년에 걸쳐 소송전을 벌이면서 온갖 치부를 드러내야 하고, 설령 소송에서 이긴다 해도 남편을 상대로 재산 분할을 요구하고 아이 양육비를 받아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 박씨는 “상담을 받으면서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혼 판결 후에는 어떤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구체적인 얘기를 듣다보니 도통 이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좀 더 참으며 기회를 엿볼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과거엔 부모나 친구, 동료와 상의하거나 스스로 결정하던 일을 요즘은 남의 손을 빌려 해결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연애 고민부터 결혼, 취업 문제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주요 고비마다 ‘컨설턴트(consultant)’라 불리는 전문가에게 의지하는 것이다.

    ‘新직업’ 인정받아

    컨설턴트의 사전적 의미는 ‘기업 창설과 운영, 관리에 대한 평가나 조언, 권고를 전문적으로 맡아서 하는 사람’이다. ‘경영 컨설턴트’ ‘재무 컨설턴트’처럼 기업과 경영 등 특정 영역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용어가 우리 사회 일반에 널리 확산된 것은 1997년 말 닥친 외환위기와 함께 창업 컨설턴트가 양산되면서부터. 회사에서 밀려난 명예퇴직자들의 창업이 폭증하면서 관련 정보 제공, 상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다. 이후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복잡해지면서 컨설턴트의 영역이 전방위로 확장됐고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의 컨설턴트가 생겨났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한국직업사전’에 26개의 직업을 새로 등재했다. 고용정보원은 매년 실태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 새롭게 정착한 직업들을 등재하는데, 이번에 등재된 26개 신(新)직업 중에는 컨설팅 관련 분야가 여럿 포함됐다. 그중 일반인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는 생활코치, 이혼상담사, 임신출산육아코치, 정리수납 컨설턴트 등이 있다. 그에 앞서 2013년에는 이성교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성교제 방법 등에 대해 상담·조언하는 연애코치, 즉 연애 컨설턴트가 신직업으로 등재됐다.

    생활코치는 인간관계 등을 상담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조언한다. 이혼상담사는 이혼소송 전 이혼에 대한 조언과 절차 진행을 돕는다. 이혼상담사는 지난해 정부가 육성·추진하는 유망한 신직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임신출산육아코치는 출산 계획에서부터 출산, 영양, 스트레스 관리, 육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와 조언을 제공한다. 정리수납 컨설턴트는 사무실이나 가정의 물건 등을 정리해 쾌적하고 효율적으로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정리를 돕고 정리 노하우와 효율성 등을 조언한다.

    윤선현 베리굿정리컨설팅 대표에 따르면 30~40대 주부 고객이 정리수납 컨설턴트를 많이 이용한다. 결혼생활이 10년쯤 되고 아이가 하나둘 생기다보니 어느새 집안 곳곳에 이런저런 물건이 많이 쌓여 손쓸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윤 대표는 “20~30평대 아파트에 살면서 자녀가 1, 2명 있는 맞벌이 가정에서 컨설팅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비용은 평균 100만 원선”이라며 “맞벌이 부부는 소득수준은 높은데 집안 정리할 시간이 부족한 탓에 전문가를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기업 내부 정보까지 제공

    고용노동부 직업정보 시스템 워크넷(WORKNET)에서 ‘컨설턴트’라는 단어를 입력하자 총 75건이 검색됐다. 각종 코치, 상담사를 포함한 다양한 직업이 올라 있다. 이 밖에도 결혼 컨설턴트, 부부·자녀 등 가족문제 관련 라이프 컨설턴트, 재취업 컨설턴트 등이 사람들의 삶 깊숙이 들어와 상담·조언 전문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전전긍긍하는 직장인의 고민을 덜어주는 프레젠테이션 컨설턴트(PT 컨설턴트)도 인기다. PT 컨설턴트는 청중에게 전달할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시각적인 표현기법으로 청중을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도록 프레젠테이션을 기획하고 발표물을 제작해준다.

    ‘스스로 해결’이 난망한 사람들이 일생에 걸쳐 삶의 주요 고비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손을 내밀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입시-취업-연애-결혼-임신·출산·육아-정리수납-라이프-이혼 컨설턴트가 우리 사회에 촘촘히 포진했다. 자기주장과 개성이 강하고 사생활과 개인주의를 강조하는 시대에 일면식도 없는 컨설턴트에게 연애사부터 가족 갈등, 집안문제, 취업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일견 모순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지배하는 자유시장경제에서 다양한 분야의 컨설턴트들이 생겨나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구원의 손길’ 찾는 사람들

    수납정리 컨설턴트들이 고객의 집을 방문해 정리를 도와준다.

    사람들은 왜 수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수하고 컨설턴트를 찾는 것일까. 다음은 헤드헌터(취업 컨설턴트)를 통해 3개월 전 이직에 성공한 30대 초반 여성 한모 씨의 설명이다.

    “직장을 옮기고 싶은데 내게 적합한 회사가 있는지 알고 싶어 헤드헌터를 찾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는 믿을 수 없고, 면접 때 궁금한 걸 대놓고 물어보기도 어려우니 헤드헌터를 찾았다. 헤드헌터는 이직할 회사를 찾는 단계부터 서류 작성 때 나의 장점을 어필하는 방법, 면접 요령 등을 ‘맞춤 상담’ 해주고 회사 내부 정보까지 제공해 이직에 도움이 많이 됐다. 직장을 옮긴 뒤에도 적응을 잘하고 있는지 내부자를 통해 알아보고, 계속해서 피드백을 줘 안심이 된다.”

    지난해 11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구직자 349명을 상대로 ‘취업할 때 가장 궁금한 것’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65.3%가 ‘기업정보’를 꼽았다. 다음으로 38.1%가 ‘연봉 수준’, 16.3%가 ‘회사 분위기’를 궁금해했다. 서류전형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자기소개서 항목(42.7%)’, 면접에서는 ‘베스트 답변(63.9%)’이었다.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널리 알려진 기업이 아니라면 기업의 내부 사정이나 면접관 성향 등 구체적이고 자세한 정보를 전문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헤드헌팅 업체 엔터웨이파트너스의 이인혁 차장은 “직장인이 이직을 원할 경우 보안을 걱정하기 때문에 지인이나 동료의 도움을 받기를 꺼린다”며 “전문적인 분야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 레벨이고 연봉은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고, 연봉 협상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에 이직 희망자들이 헤드헌터를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패 리스크 줄이기

    기약 없는 취업 준비, 막막한 학자금 대출 상환, 얄팍한 주머니 사정으로 속이 타들어가는 젊은이들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의미의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출현한 게 오래전이다. 이제는 여기에다 장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했다는 ‘오포세대’란 말도 생겨났다. 한창 연애하고 결혼에 관심을 가져야 할 20~30대 초반 젊은이들이 처한 사정이 이렇듯 녹록지 않다보니 대학생활 동안 마음 놓고 연애 한번 못해보고 졸업하는 이가 적지 않다. 졸업 후에는 구직전쟁에 뛰어들고, 어렵사리 취업해도 초기에는 회사 생활에 적응하느라 연애에 눈 돌릴 틈이 없다.

    ‘연애의 정석’ 등 여러 권의 책을 낸 11년차 연애 컨설턴트 송창민 씨는 다음카페 등 포털사이트 커뮤니티가 활성화하던 시기에 ‘연애’라는 주제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고 연애와 관련한 고민과 질문이 댓글로 넘쳐나자 그는 본격 연애 컨설턴트로 나섰다.

    송씨는 “스펙 쌓기, 취업 고민 등으로 청년들의 삶이 어렵고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주위에 연애 얘기나 고민을 꺼내놓기 힘들다”며 “취직을 해도 비정규직일 경우 여자한테 다가섰다가 거절당할까 두려워 아예 시도조차 못하는 소극적인 성향의 남자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연애와 같은 사생활에서도 ‘실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전문가에게 의존하려는 이가 늘게 됐다는 얘기다. 커플매니저(결혼 컨설턴트)를 통해 만난 사람과 두 달 뒤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30대 초반 여성 강모 씨의 사연을 들어보자.

    “해외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는데, 친구나 직장 동료들한테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했더니 내 조건이 부담된다며 꺼렸다. 20대 중후반에 공부 때문에 해외에 나가 있다보니 연애할 기회가 별로 없었고, 귀국해서도 사람을 만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초조하던 차에 커플 매니저의 도움을 청했다.”

    30대 중반의 미혼 딸을 둔 최모 씨는 지인들한테 딸의 맞선을 부탁하다가 결국 커플 매니저를 찾았다고 한다. 최씨는 “우리가 100억 원대 자산가라는 사실이 주변에 알려져 돈을 보고 겸손한 척 달라붙는 사람이 많았다. 돈을 노린 사기결혼 기사가 종종 보도되는 걸 보니 차라리 커플 매니저를 이용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입시·취업 올인’의 부작용

    7년차 커플 매니저인 강신명 대명위드원 팀장은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지인에게서 괜찮은 사람을 소개받았다 해도 상대의 집안 등 속사정을 자세히 캐묻기 어렵고, 소개해준 사람도 그 집안과 아주 가깝지 않은 이상 남의 사정을 자세히 알기 어렵다. 그러니 집안 수준과 당사자 성격, 직업 등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파악해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사람들은 수천만 원의 비용을 내고서라도 결혼정보업체에 맞선을 의뢰한다. 요즘은 경제력이나 직업이 안정적이고 비슷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그래서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을 배우자로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에 도움을 줄 내밀한 정보를 알아봐줄 매개자를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아무리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 상대를 선택하더라도 막상 결혼하고 나면 부부 트러블을 피하기 어렵다. 자잘한 생활습관에서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속 시원하게 맞춰보고 짝을 정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임신 8개월의 아내가 어느 날 느닷없이 집을 나간 뒤 라이프 컨설턴트를 찾은 30대 초반 이모 씨는 이렇게 하소연한다.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는데 이틀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 친구들한테 고민을 털어놨더니 ‘너 바람 피웠지? 그게 아니면 신혼에 만삭 아내가 왜 집을 나가냐’며 오히려 핀잔을 들었다. 나도 이유를 모르니 너무 답답해서 우리 부부에게 도대체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듀오라이프컨설팅 이선영 팀장의 부연 설명을 들어보자.

    “핵가족에서 입시, 취업에 올인하며 살아온 젊은이들은 결혼생활이나 부부관계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과보호 속에서 자란 탓에 가족이나 시댁 또는 처가와 관련한 갈등이 자주 불거지고, 감정 제어가 제대로 안 돼 부부관계를 대화로 풀지 못하는 의뢰인이 많다. 다만 이들은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전문가를 활용하고 도움을 청하는 데 거부감이 없는 세대라 컨설턴트를 적극 활용한다.

    이 팀장에 따르면, 중·장년 부부 중에는 “나를 찾고 싶다”며 취미활동 등 사회생활에 적극 나서는 아내를 보면서 황혼이혼을 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위기감에 상담을 요청하는 남편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소통이 안 되는 자녀와의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고 속을 썩는 부모도 많이 찾아온다.

    “자신없고 불안해요”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 남성의 이혼 상담이 급증했다. 지난해 60대 이상 남성의 이혼 상담은 373건으로, 2004년 45건에 비해 8.2배 증가했다. 우리나라 이혼 건수는 2012년 11만4316건, 2013년 11만5292건으로 해마다 11만 건을 넘어선다. 매년 2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이혼을 고민하다 결국 갈라선다는 얘기.

    이는 그만큼 관련 시장의 입지가 탄탄하다는 뜻이 된다. 최근 2~3년 사이 ‘이혼 전문’ 혹은 ‘이혼상담 전문’을 자처하는 변호사가 크게 늘었고, ‘이혼 컨설팅’을 표방한 업체들도 속속 생겨났다. 이혼 컨설팅업체 디보싱의 이병철 대표는 “10여 년 전 내가 직접 이혼 과정을 겪어보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주위에 쉽사리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없어 막막했다”며 “그때 경험을 살려 이혼 상담-준비-계획-진행-이혼 후 재무설계-창업지원 및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단계마다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협의 이혼이든 재판 이혼이든 이혼 과정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 번의 선택으로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살아온 인생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만큼, 이혼을 앞둔 사람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경희대 사회학과 황승연 교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전문가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은 현대인이 그만큼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없고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황 교수는 ‘내공(內功)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다. 내공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 안으로 쌓은 실력과 그 기운’이다.

    “내공은 생각하는 힘이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 습관이 몸에 배면 책에 나오는 인물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해 다양한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같이 고민하고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삶과 인생에 대한 내공이 자연스럽게 쌓이게 되는데, 그게 없으니 사소한 문제가 닥쳐도 컨설턴트에게 의존하게 된다.”

    최근 인터넷에서 눈에 쉽게 띄는 글을 보면 이런 현실을 체감할 수 있다. 갖가지 사진과 함께 ‘좀 골라달라’고 네티즌의 의견을 묻는 글이다. “제가 결정장애인데 4가지 캐릭터 그림 중 어느 것이 제일 낫나요? 결정 좀 해주세요” “갈수록 몸이 시려서 패딩코트 하나를 장만하려는데 너무 어려워요. 세 가지 옷 사진 중 어느 것이 더 좋을까요” “강아지를 분양받으려고 하는데 못 고르겠어요. 하얀 수컷과 까만 암컷 두 마리 중에 어느 쪽이 좋을까요”….

    요람에서 무덤까지 ‘구원의 손길’ 찾는 사람들

    커플매니저 홍유진 씨의 상담 현장.

    고민하고 판단할 기회 줘야

    심리학자나 정신과전문의는 처방이 필요한 질병이 아닌 이상 피상담자나 환자의 심리 상태나 고민, 문제점을 상담하면서 명쾌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들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중간에 계속 질문을 던지면서 스스로 자신의 문제가 뭔지, 해답이 뭔지를 찾아가도록 유도한다. 많은 문제와 고민을 안고 사는 현대인은 대화 상대를 찾기가 마땅치 않고 치열한 경쟁 속에 치이다보니 마음 놓고 내밀한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을 사람도 드물다. 이같은 소통 부재가 컨설턴트를 양산하는 측면이 있다. 황승연 교수의 이어지는 설명이다.

    “자식이 문제를 끌어안고 고민하고 있으면 부모가 얘기를 들어줘야 하는데 부모는 ‘이렇게 해’ ‘바쁘니까 나중에 얘기해’라고 한다. 아이는 대화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틀리는지 가늠해봐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없이 성장하다보니 매사 불안해 전문가를 찾게 된다. 심지어 대학에서도 A학점 ○%, B학점 ○% 식으로 일률적으로 성적을 매기게 해 교수가 학점을 주면서 고민하고 판단할 여지를 제약한다. 사회, 문화, 시스템상으로 우리 사회 전반이 컨설턴트에 의존하도록 몰아가는데, 이건 정말 불행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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