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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투성이 특급호텔 음식값

재료비 15~20%, 양주 최고 10배, 특별요리 ‘부르는 게 값’

  • 글: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거품투성이 특급호텔 음식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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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어는 상어의 종류와 알의 크기 및 윤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철갑상어 알 중에서 크기가 크고 투명할수록 상품으로 꼽힌다. 최상급 캐비어 벨루가(Beluga)는 현재 시가가 50g에 11만원 정도다.

서양요리 전문으로 조리경력 35년의 이기영 부장(서울교육문화회관 조리부 근무)은 “현재 시세는 트뤼플이 100g에 17만8000원(1kg 178만원), 푸아그라는 1kg에 7만5000원이다. 트뤼플은 워낙 값비싼 재료라 주로 요리의 향을 내는 데 이용된다. 푸아그라는 재료 특성상 조리를 하면 녹아서 작아지기 때문에 1kg이라고 해도 양이 많지 않다. 게다가 수입 식자재는 기호품으로 취급되어 관세가 높기 때문에 요리가격도 덩달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트뤼플이나 푸아그라, 캐비어 같은 고가 재료를 쓰면 한 끼 식사에 30만원은 보통”이라고 귀띔했다.

계보정치와 고급 식사

이외에도 특급호텔에서 사용하는 고가 재료에는 국내산 자연송이, 자연산 복어, 전복, 바닷가재, 대게, 취하(산 새우를 술에 잰 것, 일명 술 취한 새우) 등이 있다. 가을 한철에만 잠깐 나는 국내산 자연송이는 지난해 9월 1kg에 70만원을 호가했고 현재는 40만원 선이다. 자연산 복어는 1kg에 10만∼15만원, 전복은 1kg에 10만원에 달한다. 이러한 재료를 사용해 주요리를 할 경우 특급호텔 코스 메뉴는 10만∼30만원에 이른다. 이외에도 특급호텔에서 비교적 인기메뉴로 손꼽히는 요리와 그 값을 살펴보면 스테이크의 경우 4만원 선이며 뷔페는 1인당 4만∼5만원이다. 샐러드와 음료를 포함해 5∼6가지 요리가 나오는 기본 코스 메뉴는 10만원 안팎으로 시중 전문음식점과 비교할 때 최고가를 형성하고 있다.

아무리 특급호텔이 제공하는 고급요리라 해도 선뜻 지갑을 열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지나치게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권노갑씨의 ‘밥값 30만원’이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도 따지고 보면 상식 선에서 이해되지 않는 가격 때문이다.



“일반 서민들이야 특급호텔 식당 드나들며 수십만원 하는 음식을 먹을 일이 없지 않은가.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웬만한 기업체 사장 등 돈 좀 있고 권력 있고 품격 찾는 사람 아니면 출입하기 힘든 곳이 특급호텔 식당”이라고 한 주방장은 얘기했다.

취재 도중 만난 모 의원 보좌관은 “정치인들이 특급호텔 식당에서 호사를 누리다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되는 것은 계보정치가 원인이다. 자리를 자주 만들고 돈을 써야 계보를 유지할 수 있지 않나. 또 정치를 둘러싼 사안에 보안 유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호텔 출입이 잦은 것이다. 계보를 유지하고 맏형 노릇을 하려면 비싼 식사는 물론, 골프나 해외여행도 주선해야 한다. 특급호텔에서 메뉴를 선택할 때도 품위 유지와 체면을 고려해야 하므로 비싼 음식을 시킬 수밖에 없다. 싼 음식을 주문하면 ‘능력이 저것밖에 안 되나’ 하는 시선을 받거나 ‘짠돌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털어놓았다.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까지 외교구락부에서 주방을 담당했다는 이기영 부장은 “당시 외교구락부는 정부 요인이나 저명인사 외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극도로 제한됐다. 그때 김종필 총재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자주 이곳을 이용했다. 인기 메뉴는 안심스테이크와 전복스테이크, 바닷가재 요리였는데 김종필 총재와 정일권 전 국무총리가 바닷가재 요리를 무척 좋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후레미뇽스테이크(쇠고기에 베이컨을 감은 것)를 즐겨 들었다. 신직수 당시 검찰청장은 시금치수프를 특히 좋아했고, 고 이병철 삼성회장은 연어요리와 스파게티를 즐겼다. 비즈니스를 위한 모임을 가질 때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주로 별실을 사용했지만 정일권 전 총리는 홀을 이용해 상당히 소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내친김에 그는 1970년대 초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얽힌 일화 한 토막을 털어놓았다. “국방대학원 졸업식의 칵테일 파티를 맡아 출장을 나갔다. 파티장에 음식을 다 차려놓고 점검을 하는데 케이크를 자를 칼이 보이지 않았다. 그걸 가지러 갔다가 조리용 칼과 케이크 커팅 칼을 손에 들고 황급히 파티장으로 달려오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딱 마주쳤다. 옆에는 경호원이 몇 명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살벌한 시대인지라 등에 식은땀이 쫙 흘렀다. 아마 조리사용 흰 가운을 입지 않았다면 오해를 사서 죽지 않았을까….”

이 부장은 예전에 비해 요즘은 특급호텔을 드나드는 정치인의 수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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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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