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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관계자, 베이징서 충격발언 “對조선 적대정책 폐기하면 평화적 핵 활동도 포기 가능”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북한 핵 관계자, 베이징서 충격발언 “對조선 적대정책 폐기하면 평화적 핵 활동도 포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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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미간에 가장 견해차가 큰 부분인 ‘평화적 핵사용’까지 포기할 수 있다는 대목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단순히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폐연료봉이나 이미 보유하고 있는 - 혹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 핵무기뿐만 아니라 영변 핵단지의 연구용 원자로 등 일체의 시설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발언에 담긴 의도에 대해 각국 참석자에 따라 부분적으로 견해가 갈린다는 사실. 일부 참석자는 “북한 최고지도부가 이미 내부적으로 CVID 수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핵 문제를 털고 갈 의사가 있음을 한국과 미국에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이후 쏟아진 긍정적인 전망보다 한층 더 강한 이러한 관측은, ‘개혁·개방과 경제건설을 위해서는 한·미·일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온건파의 주장을 김 위원장이 수용한 것 같다는 매우 낙관적인 기대를 담고 있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이미 어떤 결론이 내려졌고, 이를 비공식적으로 ‘뿌리는’ 사전정지작업이 진행중이라는 견해다.

이와는 달리 한 미국측 참석자는 “김 위원장의 최종 승인이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김심(金心)을 얻기 위해 군부와 경쟁하고 있는 일부 온건파 세력의 계산된 애드벌룬 띄우기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그동안 진행된 CVID에 관한 검토를 바탕으로 강경파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려는 ‘대내용 카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에는 베이징 워크숍에 참석한 북한측 인사들이 주로 외무성 출신의 ‘온건파’에 해당한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반면 “크게 의미를 둘 만한 발언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하는 참석자도 있다. 우선 북한측 참석자들이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나 김계관 부상급의 북한내 핵심인사가 아닌 데다, 발언 자체도 문서화된 기조발제가 아니라 패널들과의 자유토론 도중에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므로 깊은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이 참석자는 “이들이 형식적인 멘트를 읽는 대신 열린 자세로 의견을 개진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전의 회의에서 볼 수 없던 긍정적인 징후”라고 덧붙였다.

온건파와 강경파



이러한 해석차이는 각국 참석자들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첫 번째와 두 번째 해석의 사이에는 북한의 주요 외교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시각차가 깔려 있다. 북한에도 과연 ‘온건파’와 ‘강경파’의 대립이나 갈등이 있는지, 있다면 김정일 위원장 등 최고지도부를 견제할 수 있을 정도로 격렬한지의 문제가 그것이다. 이는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랫 전부터 계속되어온 논란이다.

4월20일부터 닷새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반도문제 전문가 셀리그 해리슨은 “북한 군부 강경파가 2002년 북일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게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사과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는 말을 북한 당국자로부터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당국자가 일본인 납치문제를 둘러싼 정권 내부의 불만을 외부 인사에게 밝힌 것은 처음이었다.

‘베이징워크숍 발언’을 의도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는 참석자들은, 이러한 분위기가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이 ‘CVID 수용가능’과 같은 의사를 전격적으로 공개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내부 반발을 우회해 한국과 미국에 ‘조용한 메시지’를 보낼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반면 평양의 강경·온건파는 김 위원장을 비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단지 김 위원장이 자신들의 견해와 가깝게 결정을 내리도록 ‘경쟁’하는 관계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는 상당수 전직 북한 관료가 지지하는 견해. 베이징워크숍 발언이 ‘온건파의 애드벌룬성 발언’이라는 해석은 이러한 분석에 근거하고 있다. 즉 ‘CVID 수용가능’ 발언은 온건파 일부의 희망사항이 흘러나온 것 뿐이며, 여기에는 주도권 다툼을 염두에 둔 온건파 상층부의 계산이 깔려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바라보는 한 가지 공통점은 ‘북한이 이전과는 무언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 베이징워크숍 참석자들만 해도 “북한측 참석자들이 예전과는 달리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듯했고, 발언에 대한 부담감도 작은 듯 보였다”고 전한다. 개혁·개방이나 외부 경제지원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해서 이를 기준점으로 핵 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있음이 뚜렷했다는 관찰기다. 이러한 관찰은 최근 들어 곳곳에서 울리고 있는 ‘평양발 신호음’이 우연이 아니라 일관된 내부방침에 따른 것 아니냐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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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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