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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리포트

미국의 람보식 석유패권 전략

중동 질서 재편하고 중앙아시아 자원 확보 노린다

  • 글: 이준범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처 jld24@knoc.co.kr

미국의 람보식 석유패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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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석유를 본격적으로 수입하기 시작한 1960년대 석유 자급률은 76%였지만, 1987년 50%대, 1993년 40%대, 1999년 30%대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미국의 해외석유에 대한 의존도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최근 발표된 주요 에너지정책 보고서에 그대로 나타난다. 부시 행정부는 출범 직후 체니 부통령 책임하에 국무부, 내무부 등 에너지 관련 정부부처와 백악관을 총망라한 ‘국가에너지정책 개발연구단(National Energy Policy Development Group)’을 구성하여 ‘국가에너지정책’을 수립했다. 2001년 5월에 완성되어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된 이 보고서는 ‘미국의 석유 생산은 2020년에 하루 510만배럴, 소비는 2580만배럴, 자급률은 20%로 전망되며 현재보다 공급여건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미국의 에너지 장래가 극히 불투명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내에는 알래스카와 멕시코만 등 유망한 석유매장지가 있다. 그러나 이들 유전 또한 미국의 증가하는 소비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규모는 아니다. 미국의 평균 석유생산비는 배럴당 10달러 이상으로, 중동 산유국의 4~5달러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신흥 유전 발견지로 부각되고 있는 멕시코만은 수심 수천 미터 아래에 있는 심해 유전이라 채굴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까닭에 생산비 역시 매우 높다. 알래스카의 경우에는 유망 유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과 송유관 건설예정 지역이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 이런 이유로 이 유전은 1980년대에 발견됐으면서도 아직까지 개발관련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석유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이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또한 미국이 해외 석유를 중요시하지 않을 수 없는 요인이다. 태양광, 조력 및 풍력과 같은 에너지원은 아직까지 석유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경제적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한때 석유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으로 거론되던 원자력의 경우, 미국은 1979년 이후 신규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고 있다. 핵무기 개발기술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고 원전 방사능 누출사고를 막는 안전기술이 아직 완벽하지 않으며 방사능폐기물 처리와 같은 환경상의 제약도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버드대와 MIT대 공동연구팀이 2003년 9월 발표한 종합보고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원자력은 아직까지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950년대 석유 순수입국이 된 이래 미국은 대외 석유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크게 세 가지 원칙을 유지해왔다. 먼저 세계 석유자원이 특정국 혹은 정치 세력에 의해 장악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석유를 기초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석유의 생산 및 공급이 미국과 정치적으로 반대관계에 있는 국가 혹은 정치세력하에 놓일 경우 국제정치관계도 그 국가에 의해 좌지우지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다. 이 경우 미국의 영향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1973년의 제1차 석유위기는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가장 극명한 사례다. 당시 미국은 아랍의 석유금수조치 대응방안을 놓고 유럽 동맹국들과 심각한 정치적 갈등을 겪었으며, 무기력하다고만 여겼던 제3세계 산유국들이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음으로써 이들 국가에 대한 미국의 정치력도 현격히 떨어졌다.

둘째, 미국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유가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나치게 높은 석유가격은 미국과 같은 석유 소비국으로부터 산유국으로 ‘부의 이전(transfer of wealth)’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석유구매 결제통화인 달러가 지나치게 산유국에 몰리게 되어 국제 금융질서도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미국이 합리적인 국제유가를 구체적이고 공개적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지만, 비공식적으로는 미국의 외교 및 에너지 정책당국자와 주요 산유국이 수시로 유가에 대한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국제유가 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 원칙은 석유를 미국 대외정책 수단의 하나로 적절히 활용한다는 것이다. 석유는 상징적이며 실질적인 효과를 갖는 경제제재 수단이다. 또한 해상 수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석유의 특성은 주요 해역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 해상봉쇄를 통해 효율적으로 금수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다. 석유금수 조치는 수입국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군사장비 가동을 멈추게 하여 군사적 방어력도 약화시킨다. 산유국의 경우 석유금수는 국가재정 타격으로 연결되어 정권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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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준범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처 jld24@kn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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