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직격 고발

파멸의 지름길, 불법 ‘깡’판친다

현물깡, 휴대폰깡, 옥션깡은 인생 ‘꽝’

  •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파멸의 지름길, 불법 ‘깡’판친다

2/4
서울중앙지검 컴퓨터수사부(부장검사·이창세)는 지난해 8월 1000억원대 카드깡을 해온 도소매업자 38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주범인 카드깡 도매업자 홍모씨는 인터넷쇼핑몰 5개를 운영하면서 카드깡 소매업자 수십 명의 의뢰를 받아 허위매출을 발생시켰다. 카드결제 대행업체(PG·Payment Gateway)를 통해 결제한 후 매출액을 받아 수수료 6.5%를 공제해 소매업자들에게 넘겨주면 카드깡 소매업자들은 다시 수수료 6.5%를 뗀 금액을 카드깡 의뢰인에게 지급했다. PG업체도 결제 대행시 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에 의뢰인 입장에서는 13%가 넘는 수수료를 지불한 셈이 된다(인터넷쇼핑몰의 경우 카드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게 아니라 PG사와 계약을 맺는다. 그러면 PG사는 카드사와 계약을 맺어 온라인쇼핑몰의 결제를 대행해주며 약 3~5%의 수수료를 챙긴다).

온라인쇼핑몰깡 또는 사이버카드깡으로 불리는 이 카드깡은 유령 인터넷쇼핑몰만 있으면 된다. 위장가맹점은 필요가 없는 것. 매출이 PG업체 명의로 발생하기 때문에 경찰 등의 추적을 피하기도 용이하다. 이창세 부장검사는 “상당수 카드깡이 위장가맹점이 아닌 위장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며 “사이버 카드깡이 늘어나면서 더욱 막대한 카드 부실이 초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PG업체는 약 600개에 이르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만도 100여개나 된다. 각 PG업체들이 계약을 맺은 쇼핑몰이 큰 업체만 해도 7000∼8000개나 되니, 수많은 인터넷쇼핑몰 중에서 카드깡 혐의가 있는 곳을 밝혀내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대표적 PG업체인 한국사이버페이먼트(KCP) 리스크관리팀 김동욱씨는 “매출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온라인쇼핑몰이 카드깡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를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저희로서도 카드깡을 하는 쇼핑몰과는 거래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 업체들은 그만큼 연체가 많기 때문에 저희에게도 그대로 연체가 됩니다. 카드사의 입장에서 연체가 많은 PG업체가 반가울 리 없죠. 그래서 일반 쇼핑몰보다 할부 비율이 월등하게 높거나 고액 결제가 많은 등 카드깡 소지가 보이는 쇼핑몰들을 집중 단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인터넷쇼핑몰을 이용한 카드깡이 다소 주춤해진 상태다. 지난 2월부터 금융감독원이 고객들의 정보보안을 위해 인터넷쇼핑몰에서 신용카드로 10만원 이상 물건을 살 때는 공인인증서 사용을 의무화했기 때문. 4월부터 9월까지는 한시적으로 공인인증서 의무화 최소 단위가 30만원이다. 이는 30만원 이상은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카드깡 하기가 힘들어졌다는 말이다.



어제 사서 오늘 팔고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통해 물품을 사고 판 것처럼 위장하는 이른바 ‘옥션깡’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옥션깡은 전문 카드깡 업자는 물론 급전이 필요한 개인들이 공모하는 경우도 많다.

대학원생 우모(28)군은 노트북을 가지고 있는 친구와 경매사이트를 통한 카드깡을 시도했다.

“친구가 경매사이트에 노트북을 올리면 제가 그것을 할부로 결제하는 거죠. 그러면 경매사이트에서 친구 계좌에 돈을 넣어주잖아요. 그것을 우선 받아놓고 매달 결제금액을 갚으면 되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꽤 절차가 까다롭더라고요. 물품을 배송한 흔적을 남겨야 해서 택배회사에 물건 하나 보내고 송장을 받아 사이트에 제출했어요. 하지만 경매사이트에 내는 수수료 외에는 따로 들어가는 비용도 없고 해서, 앞으로도 돈이 모자라면 이 방식으로 마련하려고 해요.”

카드 한도가 남아 있는 경우 아예 스스로 물건을 산 후 환불하거나 곧바로 경매사이트에서 팔아버리기도 한다. 모 경매사이트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6)군은 최신형 노트북 2대를 한꺼번에 팔려고 내놓았다.

“어제 샀어요. 하나는 235만원이고 다른 하나는 200만원인데, 15만원 정도 저렴하게 팔려고요. 그래도 400만원은 받을 수 있잖아요. 그걸로 방학 때 배낭여행을 갈 거예요. 그런데 이런 것도 카드깡으로 봐야 하나요? 업자에게 수수료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제가 물건 사서 되파는 것뿐인데.”

모 명품 사이트에서 만난 회사원 이모(23)양의 생각도 비슷했다. 이양은 140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구입한 날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바로 사이트내 경매 코너에 내놓았다. 판매가는 125만원. 이양이 이런 식으로 4월 한달 동안 판 물품만 10개, 거의 500만원대에 이른다. 이양은 “다 할부로 샀으니까 조금씩 갚아가면 된다”면서 “이런 식으로 1000만원 넘게 현금을 만드는 친구들도 있으니 나는 약과”라고 말했다. 앞에서 언급했듯 전문 카드깡 업자들이 대형마트에서 ‘현물깡’을 한 후 그 물품을 경매사이트에 내다 팔기도 한다.

‘깡’ 신대륙, 게임아이템 거래사이트

최근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게임아이템깡 역시 원리는 옥션깡과 비슷하다. 게임아이템깡은 주로 아이템 거래사이트에서 이뤄진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아이템 거래’라고 입력하면 관련 사이트가 100여개 검색된다. 주로 리니지, 뮤, 디아블로 등 롤플레잉게임의 아이템이나 한게임 포커머니 등이 보통 10만∼20만 원대에서 거래된다.

아이템 거래사이트 관계자는 “하루에 7만건 정도 등록되고 이중 10%인 7000건 정도가 거래된다”고 밝혔다. 건당 거래액을 10만원으로만 잡아도 하루에 7억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들이 거래된다고 추정할 수 있고, 한 해 동안 아이템 거래사이트를 통한 거래금액은 5000억원에 이른다. 또 수백만원대의 아이템 거래도 심심치 않게 성사된다. ‘팝니다’ 코너를 클릭하면 1페이지에 4∼5건은 거래액이 1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아이템베이(www.itembay.com)의 2002년 최고 거래액은 무려 1000만원이었다.

2/4
글: 이지은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miley@donga.com
목록 닫기

파멸의 지름길, 불법 ‘깡’판친다

댓글 창 닫기

2021/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