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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

한국사회의 세대별 라이프스타일 연구

본때 나게 살고 싶은 20대, ‘끼리의식’강한 30대, 현실 추종형 40대

  • 글: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swhang@yonsei.ac.kr

한국사회의 세대별 라이프스타일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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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세대집단을 심리적 특성을 기준으로 구분하려는 시도는 필자가 이끌고 있는 연세대 ‘인간발달 소비자 광고심리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심리적 세대모형’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됐다.

다음 쪽 〈표1〉에 나타난 세대 구분은 개인이 속한 동년배 집단의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기초로 한 것이다. ‘해방전후복구세대’와 ‘근대화세대’는 전통가치에 기반을 둔 모습이고, ‘경제부흥기세대’는 물질주의적 성공과 사회적 성공에 전념하는 특성을 나타낸다. ‘민주화세대’는 개혁세대로서, ‘자율화세대’는 새로운 것을 감각적으로 수용하는 세대로서 각기 개방적 성향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신인류세대’는 자기를 마음껏, 뚜렷하게 표현하는 사람들의 행동특성을 반영하는 이미지이다.

이들을 흔히 말하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로 나누어 보면 ‘근대화세대’ ‘경제부흥기세대’는 ‘기성세대’라 부르고, 민주화세대 이후는 ‘젊은 세대’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근대화세대’와 ‘경제부흥기세대’의 정체감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한국정치는 ‘3김’으로 대표되던 ‘해방전후 복구세대’에 의해 주도되었으나, 9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민주화세대’ 집단으로 그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 그 사이에 낀 ‘근대화세대’와 ‘경제부흥기세대’는 사회의 주도권을 쥐어보지도 못하고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었다는 상실감과 좌절감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이들 세대는 자신의 정체성을 대한민국의 경제 번영으로 과시할 수 있었지만, 그 경제적 성과가 사회 지배층의 가치나 규범으로 정착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연령집단을 중심에 놓고 세대를 분석하면 ‘신세대는 000다’식의 ‘단순화’ ‘도식화’에 빠지기 쉽다. 오히려 개인이 지닌 가치와 독특한 라이프스타일을 중심에 놓고 각 세대를 분석하면 동일연령집단 안에서 나타나는 이질적이고도 새로운 모습이 훨씬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현재 한국인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5가지 라이프스타일은 물질적 신(新)봉건형, 개인주의적 보보스형, 공동체적 개방형, 현실적 동조형, 전통적 보수형(표2 참조)이다.

물질적 신봉건형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배경이나 연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개인주의적 보보스형은 철저하게 ‘나’ 중심적으로 사고한다. 자기계발이 삶의 목표이며 남과는 다른 나만의 개성을 중시한다. 현실적 동조형은 한마디로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유형이다. 물질적 성공이나 자기계발에 큰 가치를 두지 않으며 현실이나 사이버공간 어디에서도 자기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아 정체성이 모호하다. 공동체적 개방형은 일단 사람을 좋아하는 유형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이 잘되면 나도 잘 된다고 생각한다. 전통적 보수형은 시대가 바뀌어도 전통적 가르침은 변함이 없으며 인간관계의 상하서열이 사회의 기본원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비판적이다.

물론 이 5가지 유형은 특정연령집단만이 아니라 각 연령집단마다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다만 연령집단마다 주류를 이루는 유형이 있으며 그것이 그 집단을 대표하는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 이제부터 이 유형이 각 세대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신세대의 복잡한 정체성

한국사회에서 신세대 젊은이라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물질적 신봉건형이다. 이들은 “비싼 만큼 값어치를 한다” “내용 못지않게 포장도 중요하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엇이든지 한다”는 생활모토를 가지고 있다. 또 “믿을 건 나하고 가족뿐이야! 그리고 돈 벌고 출세해야 제대로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젊은이답지 않게 상하서열적 위계질서도 어느 정도 지키면서 남아선호 사상까지 보인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또 그 돈이 자신의 즐거운 삶을 위해 쓰일 때 가치 있다고 여긴다. 특히 성공하기 위해서 집안, 학벌, 연줄 등의 전통적인 도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 이외의 공공의 문제, 즉 사회나 정치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명품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면서 본때 나게 잘살고 싶어하는 한국인 다수의 심리를 대변한다.

이에 비해 개인주의적 보보스형의 인생관은 한마디로 “인생은 짧고 할 일은 많다”이다. 이 유형은 항상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려는 성취지향적인 사람들이다. 자신만의 개성을 마음껏 자유롭게 표현하려고 한다.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는 자기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주변사람은 모두 경쟁 대상이고 성공이 이들의 이념이다.

또 이들은 재미있게 살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돈을 벌고, 물질적인 풍요 못지않게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인기 있는 직업을 갖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 고등교육은 필수적이다. 타고난 배경이나 연줄을 이용할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기성세대가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요즘 젊은이들’ 또는 ‘N세대’ ‘신세대’로 뭉뚱그려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이미지가 물질적 신봉건형과 개인주의적 보보스형이다. 이들은 풍요의 사회 속에 성장했기에 물질적 안정과 성취성향이 강한 반면 정치적, 사회적 관심은 비교적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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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sw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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