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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富 유출, 산업공동화가 한국경제 살린다

상식과 편견 뛰어넘는 파격의 경제학

  • 글: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 ecnms21@yahoo.co.kr, www.taeri.org

國富 유출, 산업공동화가 한국경제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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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빈부격차가 심하지 않은 나라다. 지표경기는 좋은데 체감경기가 나쁜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산업공동화는 수출을 증가시킨다. 환율이 떨어져도 수출은 늘어난다. 우리 경제는 ‘고용 있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 하나같이 어리둥절한 얘기들이다. 당신의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시각의 경제 읽기.
國富 유출, 산업공동화가 한국경제 살린다
경제전문가처럼 행복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경제문제에 관한 한 절대적인 권위가 있어서 보통 사람들은 감히 시비를 걸지 못한다. 정치, 사회, 문화, 교육 등 다른 사회현안에 대해서는 전문가 뺨칠 정도로 높은 식견을 내보이는, 그래서 말싸움에서 결코 양보하는 법이 없는 사람들조차 예외가 아니다. 경제문제가 대두하면 주위에 혹시 경제전문가가 있는지부터 살핀다. 경제전문가가 눈에 띄면 당연히 발언순서를 그에게 양보한다. 경제문제의 영역은 전적으로 경제전문가에게만 맡겨져 있는 꼴이다.

그렇다면 경제전문가의 말은 모두 진리이고 사실일까. 그 동안 사회현안으로 떠올랐던 몇 가지 문제를 살펴보면 우리가 경제전문가의 견해를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왔던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지금껏 경제상식처럼 당연하게 여겨져온 문제들을 제대로 해부해봄으로써 경제문제에 접근하는 우리의 자세를 가다듬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국민 다수는 빈부격차가 심하다고 생각한다. 경제전문가들이 빈부격차 문제를 사회현안으로 끊임없이 등장시켰기에 민초들은 그렇게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사실일까. 이 문제를 따지기 전에 명심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이 세상은 신들이 사는 곳이 아니라 인간들이 사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절대적인 평가는 의미가 없으며, 반드시 상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를 들어보자. 시험점수가 70점이라면 높은 점수일까, 낮은 점수일까. 초등학생이 대학시험을 치러 얻은 점수라면 기적적인 점수라고 칭송해야 하고, 대학생이 초등학교 시험을 치러 이런 점수를 받았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빈부격차 문제 역시 비교를 통해 평가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빈부격차가 심하다면 당연히 큰 문제라고 지적해야 한다. 또한 빈부격차가 계속 심화되는 추세라면 온 국민이 걱정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빈부격차는 다른 나라에 비해 어느 정도로 심각할까. 과거에 비해서는 개선되고 있을까, 아니면 악화되고 있을까. 세계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소득 5분위배율(소득 하위 20%에 대한 상위 20%의 배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약 5.2배이다. 쉽게 말해서 잘사는 사람들의 소득이 못사는 사람들의 소득보다 5배 남짓 더 많다는 것이다. 이런 정도면 빈부격차가 심각한 편이라고 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선진국으로 갈수록 소득격차가 작은 편이고 후진국으로 갈수록 소득격차가 큰 편인데, 우리나라는 선진국 모임이라는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중상위권에 속한다. 국민소득 1만2000달러인 한국이 국민소득 2만5000달러를 넘나드는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라면 빈부격차가 작은 편이라고 해야 한다.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일부 국가들과 일본의 빈부격차는 우리나라보다 작지만, 선진국 가운데 영국은 소득 5분위배율이 6배가 훨씬 넘고 미국은 9배에 가깝다. 개발도상국인 칠레는 17배, 브라질은 25배가 넘는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마저 8배에 육박하는데, 이것도 동부 연안의 잘사는 대도시만의 통계다.

더구나 우리 경제는 환란이라는 중병을 앓는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잠시 악화된 적이 있지만, 지금은 매년 조금씩이나마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빈부격차 문제를 이대로 방치해도 된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빈부격차가 심각하면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 소득이 많은 사람들은 소비성향이 낮은 편이다. 예를 들어 월소득이 500만원을 넘는 사람들은 소비가 소득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빈부격차가 벌어지면 소비성향이 낮아지고, 이렇게 되면 유효수요가 부족해져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팔리지 않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오랜 세월 동안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지속해왔던 것도 빈부격차 문제가 1970년대 이래 꾸준히 개선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빈부격차를 좁혀서 고도성장을 달성하려는 정책을 선택할 수는 없다.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이런 정책을 선택한 나라들은 한결같이 경제가 정체되어 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제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때 빈부격차는 개선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 실업률이 떨어지고 임금상승률도 높아지면서 빈부격차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絲)은 앞에서 끌어야지, 뒤에서 밀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이치가 여기에도 적용된다.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지표경기는 좋다는데 체감경기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는 따위로 체감경기 타령을 하는 것은 경제학을 떠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체감경기와 지표경기는 당연히 시차(時差)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건을 만져서 뜨겁다고 느꼈다면 이미 화상을 입은 다음이다. 화상을 입지 않기 위해서는 온도계가 필요하다. 경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경기가 가파르게 상승할 때 이 사실을 모르고 경기부양책을 쓰면 경기가 과열되어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정책실패를 피하려면 경기의 흐름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읽을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경제지표다. 즉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빠르고 정확하게 경기흐름을 읽어내게 해주는 것이 경제지표다. 그러므로 체감경기와의 격차가 크면 클수록 훌륭한 경제지표라고 해야 한다. 체감경기 타령을 하는 것은 이런 훌륭한 경제지표를 비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자세가 경기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게 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들이 경기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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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용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장 ecnms21@yahoo.co.kr, www.ta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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