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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점검|‘차이나 쇼크’

‘장쩌민-주룽지’ 경제라인 숙청 시작됐다

중앙파 vs 지방파·유학파의 파워게임

  • 글: 강현구 홍익대 동북아기업경영연구소 연구위원 beha@nate.com

‘장쩌민-주룽지’ 경제라인 숙청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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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제문제에 대한 당과 정, 지도부와 싱크탱크 간의 전통적인 역할 분담은 이른바 당-정 ‘소조(小組)’를 통한 쌍방향의 상호 작용을 통해 이뤄져왔다(신동아 2002년 9월호 ‘중국경제의 힘’참조). 각 사안에 대한 세부 프로젝트가 당-정의 책임 소조로 집중되고 여기서 마련된 당-정의 공식입장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단일한 입장으로 결정되는 것이 중국 경제정책 형성의 일반적인 형태였다.

이런 의미에서 당 소조의 실질 내용을 책임지는 중국사회과학원의 보고서나 정(政)의 공식입장을 책임지는 국가계획위원회의 문건이 공신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문화혁명 이전에 기틀이 잡혀 개혁, 개방 이후 덩샤오핑 시대를 거쳐 장쩌민-주룽지 체제에 이르러 완성됐다.

후진타오-원자바오 시대의 경제정책도 여기에서 출발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런 의사소통 구조에는 허점이 많다. 2003년 경제처방을 둘러싸고 당-정 구도가 아닌 국가기관 내 7개 연구기관이 서로 다른 처방을 내놓았던 일은 기존의 의사소통 구조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원자바오의 발언은 이런 구조에 변화가 일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예가 앞서 언급한 중국사회과학원의 경제예측 보고와 처방의 불일치다.

‘2004년 중국경제 발전 및 추세보고서’는 중국 최고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 내에서도 핵심연구기구인 ‘경제연구소’ 프로젝트팀이 수행한 경제예측 및 분석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中 지도부와 싱크탱크 균열 조짐

이 보고서는 류궈광(劉國光), 왕뤄린(王洛林) 등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들이 주편(책임편집)을 맡고 류수청(劉樹成), 왕퉁싼(汪同三) 등 중국사회과학원의 현역 소장들이 실무책임을 지며, 중국사회과학원 최고의 경제학자들이 대거 참가해 수없는 토론과 논쟁을 거쳐 작성된다. 때문에 이 보고서는 그 규모에서뿐 아니라 정확도에 있어 중국 최고를 자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경제정책의 실제 입안자들이 중국에서 가장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만든 것이고, 결국 당의 입장과도 큰 차이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보고서의 예측과 분석에 중국 지도부가 동의하면서도 다른 처방을 내놓는다는 것은 그동안 중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이 보고서의 책임 편집자이자 중국사회과학원 부원장인 왕뤄린의 다음 발언은 현재 중국 지도부와 핵심 싱크탱크 사이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있음을 시사한다.

왕뤄린은 “현 중국경제는 악성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보다는 경제가 한동안 과열되었다가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하면서 거시경제 조절상의 세 가지 어려움을 토로했다.

‘첫째, 이익 다원화 현상이 점점 뚜렷해짐에 따라 중앙정부의 정책이 지방에서 제대로 시행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상업은행과 중앙은행간 시각차가 크고, 그 배후에 이익집단이 도사리고 있으며, 심지어 경제학자들의 분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둘째, 화폐 부문에선 적절히 긴축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했으나 재정부문은 여전히 확장일로이다. 국채 발행량을 예로 들면, 올해 1100억위안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인데 작년에 발행한 450억위안의 국채를 합하면 총 1550억위안에 달한다. 화폐정책은 총량적 조절이며 재정정책은 구조적 조절인데, 현재 중국경제는 구조적 비합리성에 대한 조절이 요구되는 바, 재정정책은 내버려두고 화폐정책에만 의존하고 있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셋째, 세계경제와의 관계가 밀접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금리조정시 국내적 요소뿐만 아니라 중·미간 적자에 따른 핫머니가 대량 유입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왕뤄린의 발언에 따르면 올해 중국경제의 과열현상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며 오히려 중장기적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으로, 원자바오의 처방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참고로 이 발언은 원자바오의 긴축발언과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왕뤄린의 발언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다름아닌 ‘외압’이라는 표현. 특히 이익단체가 경제학자들의 분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장관급인 중국사회과학원 부원장이 외압을 언급한다는 것은 과거와 달라진 중국 경제학계의 풍토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 경제학계의 지형

현재 중국의 경제학계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기존 중국의 경제학계는 당-정 라인의 조장을 중심으로 하는 학맥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쑨예팡(孫冶方)-쉐무차오(薛暮橋)로부터 시작된 인적관계 중심의 구도는 이른바 쑨예팡의 8대 신위와 중국경제의 체제개혁 모형을 중심으로 7개학파가 분화되면서 더욱 고착됐다.

중국사회과학원과 베이징대, 칭화대, 런민대 등 베이징의 주요대학 교수 혹은 졸업자들이 학맥과 인맥을 기반으로 중앙과의 소통을 독점하면서 자신들의 이론적 입장을 큰 어려움 없이 정책에 반영시키던 중국 경제학계의 황금기가 이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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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현구 홍익대 동북아기업경영연구소 연구위원 beha@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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