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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산책

고구려 고분 벽화의 사상적 고찰

하늘의 빛에서 생명을 얻은 자 빛의 세계로 돌아가니…

  • 글: 유재신 토론토대 동아시아학부 석좌교수

고구려 고분 벽화의 사상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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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에 그려진 나무들은 고구려인들이 전통적으로 수목(樹木)을 숭배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단군신화에서도 환웅이 내려온 곳은 태백산의 신단수(神檀樹) 아래이고 웅녀가 잉태한 곳도 단수(檀樹) 아래다. 시베리아 지역에는 인간의 영혼이 벌거벗은 몸으로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신화가 내려오고 있다. 단군은 세상에 내려와 1500년 동안이나 오늘날 무당과 마찬가지로 생산, 수명, 질병을 다스리던 산신이었다. 옛 사람들이 산에 가서 산신제를 지낸 풍습도 모두 여기에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나무는 종교적으로 하늘과 땅을 잇는 통로였다. 또한 생명의 근원이며 창조의 근원이며 재산의 근원이었다.

구약성서를 보면 유대교의 창시자로 볼 수 있는 모세가 불타는 떨기나무에서 하느님을 만난 후 이스라엘 백성을 애급에서 구원했고, 신약성서에서는 예수가 나무 십자가에 매달려 인간의 구원을 성취시켰다고 했다.

불가에서는 불타가 보리수 밑에서 깨달음을 얻은 후 불교를 창시했다고 하였다.

단군은 나무의 임금이란 뜻이며 죽은 후에 산신(山神)이 되었다고 하였다. 신목(神木)신앙은 천신(天神)신앙의 구체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삼국유사의 단군신화에 나오는 신시(神市)는 신단(神壇)이 있는 성지(聖地)이고 신단수(神檀樹)는 신목신앙에 말미암은 것이다.



단군신화의 신목신앙은 고구려의 목수(木隧)신앙으로 이어지고 다시 마한의 소토(蘇土)신앙으로 연결되었다. 고구려의 목수신앙은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10월에 국중(國中)에서 대회를 가졌다. 수신(隧神)을 영접해 나라 동쪽으로 돌아오게 하여 제사를 올리는데 수신이 앉는 자리에 나무를 세운다. 또 10월에는 농사일을 마치고 목수(木隧)신앙에 따라 귀신을 받든다. 천신에게 제사를 올릴 목적으로 나라의 도와 읍에 각각 한 사람씩을 두어 이름을 천군(天君)이라 했다.

또 제국(諸國)에 각각 특별한 도읍을 정하여 소토(蘇土)라 이름짓고 큰 나무를 세워 방울 달린 북을 달고 큰 장대 끝에 새 모양을 장식하여 귀신을 섬겼다. 무당은 죽은 사람의 혼이 자기에게 내렸다고 말하며 고구려 시조인 동명왕(東明王)의 사당에서 제사를 지냈다. 만주의 무당은 천신에게 제사드리는 것을 주관하였다. 사좌(師坐-스승무당)는 왕에게 권장하여 덕을 닦고 재앙을 물리치라고 했다. 소토는 근세까지 부락제로 계승되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는 제단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그들의 일신(日神)인 고주몽에 대한 제사는 말할 것도 없고 무덤 속 가족 선조신에게도 제사를 지냈음을 시사한다. 고주몽을 위한 제사가 국민의 단합을 위한 것이었다면 가족 선조신을 위한 제사는 가족의 단합과 복을 비는 의미를 띠었을 것이다. 또 춤추고 노래하는 그림으로 보아 제사 때는 춤과 노래, 악기 등이 사용되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천장 내부에 그려진 수렵도

고구려 고분에 남아 있는 수렵도 또한 제사의 한 형태로, 수렵 후에 그 희생제물을 통해 하느님과 교통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수렵도는 천장 내부에 그려졌는데 그 위치로 보아 일상적인 수렵이 아닌, 하늘에 바치는 희생물을 잡기 위한 제의(祭儀)적인 성격을 띤 것으로 해석된다. 고구려에서는 왕이 친히 사슴을 사냥한 후에 군신들이 참석하여 희생 동물을 매개로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사냥의 대상은 짐승이나 물고기였으며 제사행위를 위한 제물로 삼았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는 연꽃을 비롯해 불교사상을 상징하는 그림들도 눈에 띈다. 동아시아에서는 원래 연꽃을 불교와 관계없이 생각해왔다. 중국 은나라 이래 연꽃은 세계의 중앙이나 천제(天帝-하느님)를 상징했다.

연꽃은 淨土세계 상징

연꽃은 불교가 공식적으로 고구려에 수용되기 이전부터 고구려 고분에 그려졌다. 연꽃은 재생의 개념으로 정토의 세계를 상징한다. 즉 정토신앙 및 아미타 신앙과 연관이 있으므로 연꽃 안에 있는 남녀 인물상은 보살과 석가라고 볼 수 있다. 연화를 벽면에 뿌린 것은 현실(玄室)을 불세계화(佛世界化)하자는 의도이며 각각의 연화는 불상과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연꽃 봉오리의 특이한 모양은 고구려의 독특한 기법의 산물이다.

5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에서 다수의 연꽃장식분(墳)이 출현하는 것은 당시 사람들이 묘실 내부를 정토세계의 상징인 연꽃으로 장식함으로써 사자(死者)의 정토화생(淨土化生)을 소망했음을 알려준다. 무덤 주인이 생전에 쌓은 선한 공덕에 의하여 연꽃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 정토세계의 일원이 되기를 기원한 것이다. 정토세계에서는 무덤 주인이 단순한 하늘 사람으로 회생할 수도 있고 보살이나 천왕으로 태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연화문(蓮花紋)에 대해서는 두 가지 해석이 있다. 첫째는 무덤 주인공의 유해와 영혼이 있는 묘실을 왕생서방정토(往生西方淨土)로 구상했다는 해석이다. 묘실 전체가 연꽃으로 장식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묘실이 연화정토(蓮花淨土)이며 불국토(佛國土) 자체로서 연꽃은 불토(佛土)이자 무수한 불(佛)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천정(天井)은 불천(佛天)의 구상으로 죽은 사람의 영혼이 승천하여 천계(天界)에 머무른다는 뜻을 표현했다는 해석이다. 왕생무량수국(往生無量壽國)의 의미로 연화문 장식을 그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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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유재신 토론토대 동아시아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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