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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方外之士 ⑥

30대 유명역술가 박청화

“정해진 것은 없다. 단지 정해진 것처럼 보일 뿐”

  • 글: 조용헌 江湖東洋學연구소 소장,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30대 유명역술가 박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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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잡이 다음은 ‘해머’의 단계다. 그 동안 수집한 칼을 다 버리고 무게가 20kg이나 나가는 해머 하나만 달랑 어깨에 걸치고 다닌다. 해머의 특징은 한 방에 날린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사주의 특징을 단숨에 읽어 내린다. 적중률이 70~80%에 달한다. 만약 칼잡이가 해머급과 만나 한판 붙는다면, 해머 한 방에 칼잡이의 칼은 모두 작살나고 말 것이다. 해머에 이르러야 진정한 프로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해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칼잡이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열심히 칼을 수집하다가도 어느 시기에 이르면 과감하게 칼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해머 다음 단계는 번갯불이다. 번갯불급은 언제 출수(出手)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전광석화 같이 빠르다. 순식간에 상대의 운명을 읽어버린다. 박도사(朴宰顯·1935~2000)의 전성기 시절이 바로 번갯불급에 해당한다.”

-해머급만 되어도 어지간한 승부에서 밀리지 않는단 말인가. 현재 우리나라에 해머급이 몇 명이나 되는가.

“밀리지 않는다. 어떤 고수하고 붙더라도 일방적으로 패하지는 않는다. 짐작하건대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해머급은 15~20명일 것이다. 해머급 역술인은 되어야 다른 사람의 사주팔자를 상담해줄 자격이 있다. 어설픈 칼잡이는 자기도 망치고 다른 사람도 망칠 수 있다. 맹인이 맹인을 인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문자 이전에 대자연이 있었다’



-당신도 칼잡이 단계를 거쳤을 터인데, 칼잡이에서 해머로 넘어간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달라.

“두번의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첫째 계기는 군대생활 중에 찾아왔다. 그 시절 나는 강원도 삼척의 맹방(孟房)이라는 곳에서 복무했다. 어느 날 밤 절벽 끝에 있는 초소에서 초병근무를 하다 동해안의 망망대해 위로 빛나는 별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유난히 북두칠성이 눈에 들어왔다. 북두칠성은 시간대별로 그 위치가 변한다. 저녁 8~9시 무렵과 밤 12시 무렵의 위치가 전혀 다르다. 그날 이후로 초병 근무를 하면서 자주 북두칠성을 바라보았다. 물론 머릿속에서는 항상 사주 이론의 근간인 음양오행이란 무엇인가 하는 화두를 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2시에 북두칠성이 회전하면서 떠오르는 모습을 관찰하다가 ‘문자 이전에 대자연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자(文字)는 대자연의 운동을 옮겨놓은 것뿐인데 후학들이 문자로만 사주를 이해하려고 해 대자연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때가 1987년 7월이었다.

사주를 제대로 보려면 이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면 목을 나무로 이해하면 안 된다. 목은 위로 샘솟는 것이다. 목을 나무로 이해하면 문자에 붙잡혀 있는 단계이다. 목을 위로 샘솟는 성질로 인식하면 대자연의 이해방식에 해당한다. 금도 마찬가지이다. 금을 쇠붙이로 이해하면 문자 차원의 이해다. 금의 성질은 그 자리에서 내려가는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목과 금은 위아래 방향의 차이를 설명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오행(五行)을 오원소(五元素)로 이해하면 안 된다. 행(行)이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 행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움직인다는 의미다. 즉 오행이란 대자연이 다니는 방식, 즉 펼쳐지고 솟아오르고 거두어지고 응축하는 방향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22행을 생각하였다. 십간(十干)의 10개와 십이지(十二支)의 12개를 합치면 22개의 행이 나온다. 22행의 입장에서 보면 천간(天干)에 속하는 갑(甲)과 을(乙)은 지지(地支)에 속하는 인(寅)이나 묘(卯)와 그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 오행으로 따지면 갑과 을, 인과 묘는 모두 목에 속하지만, 22행의 차원에서 보면 완전히 다르다. 이걸 무시하고 모두 목으로만 이해하면 사주 해석에서 오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때부터 나는 사주를 해석하는 데 있어 오행을 버리고 22행을 택했다.

1991년에 또 한 번의 계기가 있었다. 명리학을 좀더 깊이 공부하려 경북 황간의 반야사(般若寺)라고 하는 조그만 암자에 머물러 있었다. 반야사 토굴에서 단식을 하면서 참선을 실행하고 있을 때였다. 비몽사몽간에 스님 복장을 한 선인(仙人)이 나타나서, 사주를 보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해 문답을 주고받았다. 그 문답에서 11가지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12번째 논법에서 중단되었다. 꿈속의 선인이 제시한 12번째 방법부터는 내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파격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명리를 보는 안목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지금 생각해 보니 확실하게 해머급으로 진입한 계기였던 것 같다. 조금 건방지게 말하면 불패(不敗)의 자유를 얻은 셈이다.”

無字는 명리 해석의 가장 큰 틀

필자가 보기에 강호동양학의 3대 과목이 사주, 풍수, 한의학이다. 이 세 분야는 각기 다르면서도 서로 공유하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그것이 바로 음양오행이다. 예를 들어 사주팔자에 금 기운이 많으면 의학적으로는 폐장이나 대장이 약할 수 있다. 이는 선천적인 약점이므로 이 부분을 후천적으로 보강해야 한다. 이런 대목에서 사주와 한의학이 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금이 많은 사람은 화(火) 기운이 필요하다. 풍수적으로 산세를 보면 금체의 산이 있고 목체의 산이 있는가 하면 토체의 산도 있다. 산세의 모양과 인간의 사주, 그리고 신체의 질병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세계가 음양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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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용헌 江湖東洋學연구소 소장,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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