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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환의 문화오디세이 ⑤

한국의 세대투쟁과 세대감각

그들은 왜 아비를 부정했나

  • 글: 천정환 명지대 인문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서울대 강사 heutekom@hanmir.com

한국의 세대투쟁과 세대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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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적이다, 부패한 구세대를 전혀 믿지 않는다, 타산적이고 충동적이다, 사고력이 약하며 냉전의식에서 자유롭다. 이것이야말로 60~70대가 볼 때 ‘대한민국을 망친다’는 노무현 지지세대의 사고방식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나 아니다. 바로 오늘날의 60대들에 대한 평가다. 위 글은 각각 ‘사상계’ 편집위원이던 안병욱씨가 1960년 6월호, 그리고 ‘한국일보’ 논설위원이던 임방현씨가 ‘사상계’ 1963년 4월호에 쓴 것의 일부분이다. 그러니까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이며 냉전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오늘날의 60대는 40년인 그들의 전 20대 시절에 지금과는 완전히 상반된 성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 60대가 누구인가? 바로 4·19혁명을 주도하거나 5·16을 통해 권력의 핵심부로 떠오른 세대로서 이른바 ‘산업화세대’다. 사회학자 홍덕률(대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사회의 세대를 ‘산업화세대’ ‘민주화세대’ ‘정보화세대’로 나눈다. 50대 이상의 장·노년층이 산업화세대, 386을 포함한 1953년 이후부터 1969년까지의 출생자들이 민주화세대, 이후 출생자들이 정보화세대에 속한다(홍덕률 ‘한국사회의 세대 연구’, 역사비평 2003 가을 참조).

산업화세대는 1953년 이전 출생자들로서 1960~70년대 고도성장을 이끈 주역이다. 홍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은 유년기에 한국전쟁과 식민지를 경험했다. 극심한 빈곤 때문에 물질주의와 성장주의를 가치관으로 갖게 됐으며, 반공·반북·친미·냉전의식과 국가주의·권위주의·집단주의적 가치관도 지니고 있다.

젊은 세대가 볼 때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의식과 가치관은 다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전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체제가 심각히 위협받은 것도 아니다. 경제는 꾸준히 성장해왔고 독재는 종식되었다. 인권은 신장되었고 자유와 평등도 확대되어왔다. 남북관계도 느리지만 개선되어왔다. 그런데 왜 냉전적이지 않다던 그들이 냉전적인 사고를 가지게 되었으며 ‘의(義)의 세대’이며 충동적이라던 그들이 그토록 신중하게 되었을까?

개구리 올챙이 적 모른다고 해야 할까. 또는 세대의식은 돌고 도는 것일까. 세대론의 역설은 어디까지나 ‘현재’를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현재를 기준으로 보면 60대들은 낡은 세대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들도 이전에는 분명 젊은 세대였고, 아버지·선배들과 세대투쟁을 벌였다. 지금 젊은 세대도 10년이 몇 번 흐르면 분명히 ‘뒷방 영감’ 신세가 된다. 세대론은 계속 새로 씌어진다. 하지만 늘 늙은 세대는 보수적이고 젊은 세대는 진보적이라고 씌어진다.



앵그리 영맨

세대차이와 세대갈등은 동서고금 어디에나 있는 보편적 현상이다. 어느 시대에나 신세대는 구세대와의 갈등을 통해 자신들의 헤게모니를 확보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왔다. 사회적 격동이 크면 클수록 세대교체 속도가 빠르고 세대갈등도 심각하다.

사회적 격동이 클수록 세대간 이해의 폭은 좁아진다. 젊은 세대는 사회적 격변기에 공공연한 세대 투쟁을 벌여서 권력을 갖고자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뜬 젊은이들은 신세대의 기수를 자처하고 나서 선배와 아버지 세대를 심하게 물어뜯고 그들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유명해졌다.

기억할 만한 것은 오늘날 청산 대상처럼 된 현재의 60~70대가 한국 역사상 가장 심각하게 세대투쟁을 벌인 세대라는 점이다. 4·19혁명 때는 아예 ‘기성세대 물러가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60~70대들의 젊은 날을 한번 살펴보자.

「한국전쟁이라는 미증유의 재앙이 종결되자 전혀 새로운 가치관과 지향성을 지닌 젊은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전후세대다. 전후세대는 ‘아프레게르(apres-guerre, 전후파)’라는 프랑스어 별칭으로 불렸는데 그 등장은 2차 세계대전이 낳은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프랑스가 원산지인 아프레게르는 영국에서는 앵그리 영맨(Angry Young Man)이었고, 미국에서는 어른들에게 ‘이유 없는 반항’을 일삼다가 ‘빨리 살고 빨리 죽는’ 비트족(beat generation)이었다. 제임스 딘과 지금도 많이 읽히는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은 비트족의 정서를 드러낸 상징들이었다.

1920년대 초중반에서 1930년대 초 출생자들인 한국의 아프레게르는 청소년 때 해방기의 혼란을 목격했고 전쟁에도 참여한 세대다. 취직할 데가 없어 다방과 당구장에서 죽치던 ‘제대군인’들이 그 중요 부위이며 전쟁이 만들어낸 양공주와 바걸들, 그리고 그들의 언니인 ‘자유부인’들도 한국적 아프레게르의 일부다.

전쟁은 모든 것의 가치를 제로로부터 다시 사고하게 만들었으며, 미국식 가치관과 문화를 가난하고 혼란스런 한반도 남쪽에 덧씌웠다. 전후 1세대에 해당하는 참전세대는 극심한 사회혼란과 체제변화를 감당해야 했고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임방현, ‘새 세대는 건강한가?-세대교체와 체질개선에 부쳐’, 사상계 1963년 4월호 및 송건호 ‘세대론-4·19, 5·16에 나타난 세대의 단층과 그것의 비교분석’, 사상계 114호, 196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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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천정환 명지대 인문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서울대 강사 heutekom@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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