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같은 현상은 산업현장 수요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지 못하는 우리의 대학교육과 노동시장 간 괴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리 경제가 앞으로 나아진다고 해도 젊은층에 대한 일자리는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있다. 우리 경제가 ‘고용 없는 성장’ 혹은 ‘고용이 감소하는 성장’ 단계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강의만 듣고 리포트를 제출하고 시험봐서 얻은 학점만 갖고는 취업현장에 접근하기조차 힘든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대학교육 재편 문제인식 낮아

사실 등록금은 학교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기 위해 학생이 치르는 가격이다. 그런데 이들 대학측의 서비스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로 인해 정지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학생들은 등록금 인상률에 연연하기보다는 대학측에 장래 본인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세계의 인재들은 지금 미국의 대학으로 몰리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선 미국의 제국주의화를 맹렬히 비난하지만, 올해에만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우수한 학생 60만명이 미국으로 들어갔다. 한국이나 일본에선 청년층이 감소해 해마다 대학 지원자가 줄어드는 것과 대조적으로 전세계의 우수한 인재들 가운데 많은 수가 미국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인도, 중국, 대만 등도 우리에 뒤지지 않는다. 유럽의 대학들도 지금 미국 대학 배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의 대학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대학에서 제공하는 교육서비스가 미래의 취업에 필수적인 경쟁력을 길러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들은 철저한 자유경쟁체제에서 생존경쟁을 벌인다. 시장에서 최고 상품만이 살아남는다는 전제하에 기업과 사회의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스스로를 오늘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수출상품으로 만들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에선 대학의 등록금 수준에 대해 별다른 이견이 없다. 등록금 수준에 못미치는 교육을 제공하는 대학은 소비자인 학생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한국 대학의 해외 인턴십 커리큘럼
1997년도 ‘LA타임스’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고용주의 70% 이상이 신규인력을 채용할 때 인턴십이나 관련분야 취업연수 경력을 가진 인재만 선발한다고 했다. 지금은 대학시절에 인턴십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취업하지 못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9월 KBS 라디오의 ‘국내에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이라는 주제의 대담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때 한 학부모가 전화를 걸어와 자신의 자녀가 하버드대를 졸업했으면서도 대학 재학시절에 취업활동 준비, 즉 인턴십 등의 경력을 쌓지 않아 미국에서 취업하지 못했다는 실제 사례를 들려주었다. 세계의 일류대를 졸업해도 인생이 보장될 수 없는 시대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다.
지금은 정보와 기술이 너무도 빨리 변하는 시대다. 그만큼 인재에 대한 기업의 기대치도 달라졌다. 즉 기업은 변화를 주도하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평생교육이 기본 생존전략인데 어느 대학 어느 학과 졸업이라는 과거형 학력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평가하는 데 있어 별 효율성이나 신빙성을 갖지 못한다. 변화무쌍한 국제경제시스템에서 대학에서 받은 교육은 큰 의미가 없다. 학생 스스로 인턴십 등을 통해 제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느끼고 행동으로 체험하지 않은 교육은 쓸모없다는 것을 이미 기업인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양대에서 ‘해외취업과 인턴십’이란 과목을 160명의 학생을 상대로 매주 4시간씩 강의한다. 이 강좌는 한양대에 개설된 2800여 강좌 가운데 수강신청 개시 1분 만에 마감된 유일한 케이스다.
인턴십이란 지금 대학생들에게 하나의 화두인 데 비해 대학이 해외 인턴십을 위해 하는 일은 이렇다 할 게 없다. 수업시간 중 해외 인턴십을 주도하는 3개의 공동 축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학생 대다수가 학생, 고용주, 에이전트(해외 인턴십을 주선하는 회사)라고 답할 정도로 해외 인턴십에서 대학은 빠져 있다. 한국의 대학교육은 아직까지 학문 위주로 진행되고 있으며 기업이 요구하는 실무형 인재를 배출할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