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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피랍보도 직후 정부가 ‘파병입장 불변’ 강조한 까닭

북핵해법 백악관 승인, 미 국방부 대화채널 복원 위한 ‘풀 베팅’

  • 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김선일 피랍보도 직후 정부가 ‘파병입장 불변’ 강조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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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장은 이어서 “당시 한국측은 이에 대해 일단 2003년 10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까지 준비 기간을 달라고 요구했다가 곧 이어 9월말 대미협의단이 출국해 10월 중 공론화 입장을 밝혔지만, 미국측이 완강하게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협의는 중단되었고 올해 들어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자 4월에야 재조정 문제를 협의하자는 의사를 전해왔다는 설명이었다.

한미 양국 사이에 벌어진 이 ‘진실게임’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정부의 상당수 관계자들은 “사실상 미국측 주장이 맞다”거나 “최소한 미국측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2003년 9월 이후 공론화 일정을 두고 미국 또한 일시적인 연기를 요청해온 일이 있었고 이후 양측의 밀고당기는 과정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차원에서 볼 때 이를 주도적으로 관철한 것은 한국측이었다는 것이다. 우선은 이라크 파병을 조건으로 주한미군 재편을 연기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고, 용산기지 이전문제 등 쏟아지는 현안 속에서 공개를 부담스러워한 측면이 있었다는 추론이다.

이 무렵은 2003년 6월 FOTA에서 미국이 제시한 ‘비교적 구체적인 감축방안’을 접한 노무현 대통령이, NSC 등 관계부처에 “주한미군 재배치의 불가피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급히 공론화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한 뒤였다. 그러나 NSC는 대통령에게 “미국측이 공론화 연기를 요청해 어쩔 수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실게임’의 이유

이에 대해 NSC측은 초기에 우리 쪽에서 연기를 요청한 것은 ‘공론화’가 아니라 ‘협의’ 자체였고, 그나마 단기적이고 기술적인 요청에 불과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9월 이후 우리측의 공론화 제안에 미국측이 ‘난색’을 표명한 것은 사실이라는 것. 그러나 이러한 ‘난색’이 딱 부러지는 ‘거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이와 관련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구두와 문서를 오가며 의견을 교환하는 동안 미 국방부 실무자들이 이견을 가질 만한 부분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는 단서는 남았다.



그렇다면 NSC측에서 말하는 ‘비망록’ 혹은 ‘합의서’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외교가에서는 NSC측과 이 비망록 혹은 합의문을 최종 문서화한 것은 주한미군 문제를 다루는 FOTA 대표단 구성원이 아니라 토머스 허바드 주한 미 대사라고 전한다. 지난해 10월초 NSC측이 주한미군 관련 논의사항(구체적으로는 공론화 시기문제)을 허바드 대사로부터 구두 확인받아 작성했다는 것이다. 미 대사관측은 “허바드 대사가 비망록에 개입한 바 있느냐”는 ‘신동아’의 확인요청에 부인하지 않은 채 “공식적으로 그 문제에 대해 언급할만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만 답했다.

비망록을 맺은 주체가 허바드 대사라는 것은 언뜻 보면 별다른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형식적으로 보면 국가원수를 대신해 전권을 위임받은 대사와의 합의사항은 곧 국가간의 약속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차원에서는 전혀 의미가 다르다. 우선 주한미군 감축문제는 미 국방부 소관사항이며 이를 논의하는 테이블인 FOTA의 수석대표 또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다. 국무부 소속인 주한 미 대사와 이 문제에 대해 합의문을 맺는 것은, 직제상 타당하지 못할 뿐더러 미 국방부 입장에서보면 월권에 가까운 행동이다.

NSC측 인사들은 이에 대해 롤리스 부차관보 또한 FOTA 기간 중 문제의 합의문에 반영된 논의내용에 상당부분 동의했다고 주장한다. FOTA 회의가 끝나고 롤리스 부차관보가 귀국한 이후 근거자료를 남기기 위해 허바드 대사의 확인을 받았을 뿐이라는 것. 영문으로 된 이 반 페이지짜리 문서에 양측이 공식 서명한 것은 아니지만, NSC 입장에서는 허바드 대사가 미 국방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확인해준 것이라 생각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렇게 보면 6월14일자 ‘동아일보’ 보도에 나타난 한미 양국의 ‘진실게임’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는 대략 답이 나온다. NSC 입장에서는 한국이 미국(허바드 대사)과 주한미군 감축 공론화 연기문제를 합의했지만, 주한미군 감축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미 국방부 실무자들 입장에서 볼 때 자신들은 한국(NSC)에게 유사한 약속을 문서로 해준 적이 없고, 5월28일 비공식 브리핑에서 ‘미국측이 난색을 표해 공론화를 미뤘다’고 한 표현도 납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는 한걸음 더 나아가면 자신들과 상의해야 할 주한미군 감축문제를 대사와 논의한 NSC에 대한 ‘못마땅함’으로 이어진다.

롤리스의 분노

반면 미 대사관측의 분위기도 썩 긍정적이지 못하다. 미 대사관 관계자들이 가장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부분은 6월14일자 ‘동아일보’ 기사의 해명과정에서 NSC측이 “미국과 맺은 합의문을 갖고 있다”고 언급한 점이다. 상황이 어찌 됐건 비공개로 맺은 합의서의 존재를 공개함으로써 국방부가 허바드 대사를 공격할 빌미를 제공했다는 서운함이다. 외교가에서는 이 문제로 인해 허바드 대사가 본국의 질책을 받았다는 설도 떠돌았다.

미 국방부의 이러한 ‘못마땅함’에는 용산기지 이전문제에 관한 협상과정도 한몫했다는 것이 외교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용산기지 이전문제 또한 지난해 이래 롤리스 부차관보를 대표로 하는 FOTA를 통해 논의된 ‘국방부 사안’이었다. 그러나 당초 한미 양국 관계자들이 상당부분 합의에 근접했다고 발표해왔던 논의사항은 이후 여러 가지 문제점과 부실함이 지적되어 논의가 지연되었고, 그 과정에서 우리 정부 내에서 빚어진 이견과 대립은 이른바 ‘외교부 파문’의 도화선이 되어 윤영관 외교부 장관이 낙마하는 등 파장이 심각했다.

당초 대부분의 사안에서 미국측 입장을 수용하기로 했던 한국 국방부와 외교부, NSC 관계자들은 11월 이 문제로 민정수석실의 조사를 받는 등 상황이 복잡해지자 새로운 논점을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밖에 없었고, 이에 미 국방부측은 “왜 지난번에 합의한 사항과 다르냐”며 반발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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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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