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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제언

‘교통지옥’에 빠진 서울, 어떻게 살려야 하나

신호등 없애고 지하보도 만들고 중앙차선제 폐지하라

  • 글: 최덕규 변리사 dkchoi20@hotmail.com

‘교통지옥’에 빠진 서울, 어떻게 살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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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시스템에 간지선제를 도입하고 동시에 중앙차선제를 실시한다고 해서 갑자기 버스 주행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실로 큰 착각이다.

중앙차선제를 확대 실시한다 해도 전체 도로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간지선제는 오히려 환승 횟수만 늘릴 뿐이다. 목적지에 가기 위해서는 간선버스에서 내려서 지선버스로 갈아타야 하는데 승객들은 갈아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조금 느려도 한번에 가기를 원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교통체계를 개편하면서 이러한 기본상식을 무시했다.

서울시는 이번 개편에서 ‘버스의 고급화’를 내세웠지만 이것도 현재로서는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운행중인 버스는 타고 내리기에 불편한 구조인데, 그런 버스를 교체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고급화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타고 내리기가 불편한 버스를 두세 번 갈아타게 한 것은 한마디로 ‘개악’이다. 버스의 수송률은 종전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시내 도로의 평균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먼저 강구했어야 했다. 시내 주행속도가 적어도 시속 40km를 유지하도록 해놓은 다음 버스 노선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 시내 주행속도가 40km 수준을 유지한다면 서울시의 교통문제는 그렇게 심각한 것이 못된다.

이렇게 차량속도를 향상시킨 다음 잘못된 버스노선을 하나씩 개선하고, 버스정류장을 정비해 안내표지판을 바로잡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아울러 버스의 고급화를 실현하고, 버스운전사 친절교육도 하고, 요금체계도 천천히 개편했어야 했다.



세상일에는 송두리째 바꿔도 되는 일과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수십년간 운행해왔고, 다소 불편하더라도 시민들의 몸에 밴 버스체계는 하루아침에 그렇게 송두리째 바꿔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과장된 중앙차선제 효과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천호대로의 약 5km 구간에 서울시 최초로 중앙차선제가 도입됐다. 그리고 지난 7월1일부터 강남대로, 미아도봉로, 수색성산로 3곳에서 중앙차선제가 새로이 실시됐다. 앞으로 시흥대로, 경인마포로, 망우왕산로, 통일의주로에서도 중앙차선제가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중앙차선제를 실시하고 있는 천호대로 5km 구간의 버스 평균 주행속도(35km/h)는 중앙차선제 실시 전 속도(20km/h 미만)에 비해 92% 상승했다. 일반차량의 주행속도는 중앙차선제 실시 후 21km로 종전보다 약 15% 상승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앙차선제는 아주 유익한 제도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천호대로는 중앙차선을 제외하고도 편도 4차선에 달하는 넓은 도로이다. 반면 미아도봉로는 중앙차선을 제외하면 편도 2차선밖에 되지 않는 협소한 도로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아도봉로의 교통량이 천호대로보다 적은 것도 아니다. 때문에 중앙차선제를 실시하면 미아도봉로에서 일반 차량의 정체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실 도로가 넓은 천호대로에서는 중앙차선제를 실시하지 않더라도 교통체증이 심하지 않다. 중앙차선제 실시로 버스 주행속도가 92% 상승했다는 서울시 주장은 과장된 것이다. 그리고 5km 구간에서 속도가 빨라졌다 해도 이 구간이 끝나면 다시 막히기 때문에 속도 상승은 큰 의미가 없다.

한편 강남대로 구간은 중앙차선을 제외하고 편도 4차선이기 때문에 천호대로 구간과 여건이 동일하다. 그런데도 이 구간에서는 중앙차선제 도입 후 버스 주행속도가 별로 빨라지지 않았고 일반차량은 오히려 종전보다 더 밀리고 있다. 왜 그럴까? 강남대로가 천호대로에 비해 전체 교통량이나 버스 통행량이 훨씬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구간별 특성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무시한 채 중앙차선제를 실시한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60여 개 도시가 중앙차선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앞으로 47개 도시가 중앙차선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은, 외국의 도시와 서울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점이다. 도로사정과 교통량을 비롯한 여러 가지 여건이 도시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도로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사통팔달이다. 사통팔달이란 어느 방향이든 가고자 하는 곳까지 막힘 없이 갈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클로버형 입체교차로(88자 교차로)가 그 예이다. 그러나 중앙차선제에서는 U턴이 금지되고 좌회전이 제한된다. 그만큼 도로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 경우 교통체증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앙차선은 최소한 2~4차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중앙차선제는 왕복 6∼8차선 이상의 광활한 도로에서만 효율적이다. 서울이 여타 도시에 비해 광활한 도로가 많다지만 시 전역의 도로가 모두 넓은 형편은 아니다. 다시 말해 서울시의 중앙차선제는 제한적이고 국부적일 수밖에 없다. 서울시 계획대로 중앙차선 공사가 완료된다 하더라도 중앙차선 도입 도로는 서울시 전체 도로의 5%를 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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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덕규 변리사 dkchoi2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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